[비바 2080 시론] 은퇴 후 쉬는 중고령층 자산 활용할 ‘취업형 일자리’부터 늘리자

조진래 기자 2024-01-17 08:30:17

은퇴 후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쉬고 있는 국내 중·고령층 인구가 최근 10년 가까운 기간 동안 10%포인트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준다. 아직 충분히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나이임에도 50대 중반에서 60대 중반 사이의 ‘중고령자’ 들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아까운 경제활동력과 생산력을 포기한 채 본인은 물론 사회 전체가 늙어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안타깝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공개한 ‘중고령자의 주된 일자리 은퇴 후 경제활동 변화와 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55∼64세 중고령자 인구 가운데 자신의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후 아직 미취업 상태인 비율이 2014년 27.9%에서 2022년에는 38.8%로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생애 주된 일자리를 유지 중이라는 응답자는 같은 기간 34.6%에서 29.2%로 5.4%포인트 줄었다. 재취업 상태인 비율도 29.8%에서 29.3%로 감소했다.

50대 중반부터 60대 중반이라면 아직도 한창 일할 수 있는 나이다. 생계를 책임져야 할 가족들도 있을 수 있고, 무엇보다 노후를 위한 자산을 마련하기 위해 더 소득을 창출해야 하는 연령대다, 하지만 비자발적 강제 은퇴는 현실이 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중·고령층 임금근로자의 30% 가량이 이렇게 비자발적으로 자신의 주된 일자리를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권고사직이나 명예퇴직, 정리해고 등으로 인해 퇴직 연령도 52세 정도로 낮아졌다. 어렵게 재취업을 해도 임금 근로자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임금 근로자에서 자영업자로 전환하는 것이 그나마 경제적 여력이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 비율도 2014년 9.9%에서 2022년에는 7.4%로 줄었다. 재취업자 가운데 단순노무직 재취업이 33.1%로 가장 많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50대 중반부터 60대 중반이라면 이른바 베이비 붐 세대들이다. 일찍부터 이들의 은퇴 후 삶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팽배했고, 그에 따른 개인적인 대비책 뿐만아니라 정부 차원의 남다른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 정책은 단기 미봉책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그저 일자리 수에만 집중해 단순 노무직이나 허드렛 일을 만들어주고는 생색내기에 급급했다.

이제 전향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은퇴 고령층을 위한 ‘취업형 노인일자리’ 확충이 그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이다. 이들이 갖고 있는 그 동안경험과 지식은 무엇과도 바꿀 수 있는 우리 사회의 큰 ‘자산’이다. 이들이 그 지식과 경험을 살려 안정적인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받는 것이 사회 전체의 부(富)를 증진시키는 길 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나만 최근 들어 베이비 붐 세대들의 단순노무직 재취업 비율이 줄고 있다는 사실은 긍정적이다. 아직은 소수이긴 하지만 자신의 경력을 살려 전문직으로 재취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중고령자들의 스스로의 노력과 함께, 정부나 사회 전체 차원에서도 이들 경력자들의 튼실한 ‘자산’을 십분 재활용할 수 있는 보다 다양한 정책적 고민과 지원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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