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부모 간병, 요양병원과 간병인 시스템 개선 없인 어렵다

조진래 기자 2024-01-19 08:52:08

대구에서 치매로 고생하던 80대 아버지를 돌보던 50대 아들이 함께 비극적인 삶을 마감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안타깝고 비통한 마음이 크지만 그에 앞서 아픈 가족을 제대로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이 불비하다는 사실이 더욱 안타깝다.
‘간병살인’이라는 끔찍한 신조어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앞으로 더 이상 이 같은 비극적인 가족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지 깊은 고민이 필요한 때다.

오죽했으면 그토록 오랫동안 간병하던 사랑 하는 가족을 죽음으로 내 몰았을까. 환자나 보호자 가운대 누구 한 명이 죽어야 끝난다는 ‘간병 괴담’도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전 국민의 20%가 65세 이상 노인이 되는 고령화 사회가 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장기 불황에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하며 제대로 간병하기 어려운 가구들이 속출하고 있다.

더 이상 개인 혹은 가정의 몫으로만 돌리기엔 우리 가족 간병 상황이 한계가 다다른 느낌이다. 사회 전체가 지혜를 모으고, 나라 전체가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 내지 못하면 이런 간병 살인은 언제 또 재현될 지 모를 일이다. 가족 간병이 어려운 가구에 대한 최소한의 지원 체계가 마련되어야 이런 비국이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다. 

가장 우선은, 국가의 복지 공백을 면밀히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일이다. 치매 환자나 그 가족이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을 얻지 못하면 관리 사각지대로 방치되는 현 시스템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담당 공공인력이 부족해 그럴 여력이 없다고 하겠지만, 정부가 추진 중인 중장년 일자리 확대 정책을 통해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보인다. ‘노노 케어’의 새로운 일자리 모델이 가능할 것이란 얘기다.

보건복자부가 7월부터 확대하겠다고 밝힌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도 가능한 시행 시기를 앞당기도록 해야 한다. 간호인력이 간병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 간병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요양병원 간병 서비스 인력도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크게 확충해야 한다. 지역사회의 돌봄 역량을 더욱 강화하는 것도 필수다. 건강보험재정을 투입해서라도 재택 간병에서 빚어지는 간병 사각지대도 최대한 해소해야 한다.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부모님을 보내는 것에 대한 막연한 죄책감도 이제는 덜어주어야 한다. 더 이상 이를 ‘불효’라며 비난해선 안될 상황임을 사회 전체가 받아들여야 할 때가 되었다. 가족이 더 이상 모시기 힘든 상황임에도 남의 시선이 무서워 힘들게 아픈 부모를 모시다 비극적인 결과를 낳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요양시설 역시 세간의 불신을 불식시킬 배전의 노력이 요구된다. 요양보호사 부족 문제를 비롯해 요양 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긴요하다. 간병 서비스의 질 저하가 고질화되지 않도록 대처하는 것이 순서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갖고도 이 쪽 일을 하지 않은 사람들을 다시 돌아오게 만들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공공 요양시설 확충이 궁극적인 해답이다. 취약계층에 대한 국가 차원의 공공 요양서비스가 지원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민간과 기업이 운영하는 민간 요양시설은 입소자나 보호자의 경제적 여건에 따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민간과 공공이 적절한 역할 분담을 통해 우리 사회의 보호 사각지대를 하나씩 없애가는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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