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니어 타운’이 일본에서 배워야 할 것들

이지희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사무국장 겸 수원여대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가 전하는 고언
이의현 기자 2024-01-26 10:17:47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를 맞았다. 세계 최고의 고령화율을 보이지만, 덕분에 ‘유료 노인 홈’ 같은 노인 배려 정책들이 매우 촘촘하다. 우리나라의 시니어타운에는 없는 특장점들이 있다.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사무국장이자 수원여대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인 이지희 교수가 미레에셋투자와연금센터에 올린 보고서 가운데 우리가 벤치마킹할 만한 부분들을 정리해 소개한다.

◇ 일본에서 배워야 할 것 들
이지희 교수는 일본이 입주 일시금을 돌려주지 않고 상각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우리 시니어타운의 경우 보증금에 월 생활비를 내는 식인데, 보증금은 전세금처럼 시설을 퇴거할 때 돌려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은 입주 일시금에 월 이용료로 이용요금이 구성된다. 입주 시 입주 일시금의 30%를, 나머지 70%는 5년에 걸쳐 상각함으로써 퇴거할 때 돈을 돌려 받지 못한다. 이 교수는 “일본은 전세 개념이 없기 때문에 우리처럼 보증금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운영하지 않고, 반대로 한국에서는 상각방식으로 운영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일본은 노인 복지시설 관련 법적 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는 점이 우리와 다르다. ‘유료 노인 홈’이라고 하는 법적 명칭과 함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표준지도 지침도 구비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법적 체계가 없어, 시니어타운을 설치·운영하려는 운영자들의 불만이 많다. 노인복지주택과 일부 유료양로시설을 ‘시니어타운’이라고 부르지만 노인복지법, 주택법, 소방법 등 다수의 법을 찾아 살펴봐야 설치가 가능해 혼란스럽다.

셋째, 일본은 개호보험과 연계해, 건강할 때 입주해 생을 마감할 때까지 이용이 가능하다. 운영자에게는 운영의 안정성을, 이용자에게는 비용의 부담을 줄여 준다. 우리나라는 건강할 때 입주해 장기 요양 등급을 받게 되면 재가서비스 이용이 가능하긴 하다. 하지만 서비스 범위가 제한적이고, 1,2 등급의 심각한 상태가 되면 살던 곳에서 퇴거하고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익숙한 곳에서 계속 생활하면서 필요한 서비스를 받으며 생을 마감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넷째, 일본은 소유주와 운영자가 다르다. 우리나라는 시니어타운 토지 및 건물의 소유자와 운영자가 대부분 같다. 하지만 일본의 유료노인홈과 서비스제공고령자주택은 토지 및 건물 소유주와 운영자가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명한 운송회사 회장의 별장으로 사용하던 곳을 통째로 임대해 개조한 후 유료노인홈으로 운영하는 곳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건물 소유주와 운영자가 다른 시설이 오픈을 앞두고 있지만 아직은 자리 잡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할 듯 하다.

마지막으로, 일본은 하나의 법인이 전국에 수 십, 수 백개의 시설을 운영한다. ‘베네세’의 경우 전국에 약 330개의 시설을 운영하면서, 7개의 등급을 나누어 이용자들이 본인들의 사정에 맞는 시설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시니어스타워가 전국에 6개의 시설을 운영 중이고, 최근 더시그넘하우스가 강남 수서에 이어서 청라에 2호점 오픈을 앞두고 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시설들이 전국에 많이 생겨서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 국내 시니어타운에 필요한 ‘이것’
이 교수는 “하드웨어적인 면에서는 우리나라도 일본에 뒤 처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건물 내·외부의 경우 우리나라가 훨씬 더 잘 되어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러나 그 보다 중요한 것은 촘촘한 법적 체계, 서비스 마인드, 서비스 제공 방식 등이라고 이 교수는 지적한다. 

올해 들어 새롭게 시니어타운 사업에 뛰어드는 기업들이 늘고, 오픈을 앞둔 곳들도 나오고 있다. 공공영역에서도 LH가 최대 2000세대 규모의 시니어타운 건립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교수는 “많은 세대수, 잘 지어진 건물이 아니라, 어떠한 마인드를 가진 직원들이 시니어들을 위해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가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제대로 된 운영이 빠진 시설은 노인들을 모아놓은 집합소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문화와 정책 등이 다르기 때문에 한계는 있겠지만, 일본의 시니어타운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일관된 정책’과 ‘법적 체계’를 통해 꾸준히 발전적으로 수정을 거듭하면서 노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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