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내년 예산도 ‘건전재정’에 초점… 사회적 약자 배려에 더 고민해야 

조진래 기자 2024-03-26 16:09:36

정부가 26일 국무회의에서 2025년 내년도 정부예산안 편성 지침을 발표했다. 예산안 편성지침은 이듬해 재정운용 기조와 중점 투자 방향 등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점이자 각 부처가 준수해야 하는 가이드라인이다. 구체적인 수치는 발표되지 않지만, 정부가 이듬해 경제정책을 어디에 중점을 두고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를 미리 제시하는 것이어서 눈 여겨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일단 내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건전 재정’의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천명했다. 이어 연구개발(R&D)과 저출산 대응, 필수·지역의료 확충 등에 예산을 중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민생과 현장의 수요도 충실히 반영하겠다고 했다. 투자 방향과 관련해선 ‘미래 세대’와 관련된 부문에 집중해 늘리겠다고 설명했다. 총지출 증가를 최대한 억제하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한 재정의 재분배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매년 예산 증가율을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던 정부이기에 2025년 총 지출 증가율은 작년의 2.8% 수준이거나 소폭 증가하는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기획재정부가 중기 재정지출 계획을 발표하면서 내년 총지출 증가율을 4.2%로 제시했던 것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예산 총액 기준으로는 많아도 690조 원을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이런 보수적 재정 기조 속에서도 정부는 4대 중점 투자 부문으로 경제 혁신 생태계 조성, 두터운 약자 복지, 미래대비 체질개선, 튼튼한 안보·안전한 사회 등을 제시했다. 특히 ‘두터운 약자 복지’는 내년에 우리나라가 노인 인구 20%를 넘겨 ‘초고령 국가’로 들어서는 시점이라는 측면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한 다양하고 의미 있는 미래전략 투자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총선 때 각 당이 공약했던 노인 복지 공약을 위한 재원도 차질 없이 추가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경로당 무상 급식처럼 여야 양 당이 공히 약속했던 사안들은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들이다. 올해는 당장 예비비 등으로 당겨 쓸 수 밖에 없겠지만, 2025년에는 당당히 예산에 반영해 흐트러짐 없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선거의 승패 여부를 떠나 정치권 모두가 공약 이행에 적극 나서야 한다.

초고령 사회 진입 후 나타날 다양하고 심각한 노인 문제와 의료 문제 등에 대한 철저한 대비도 필요하다. 정부가 이번 예산 편성 지침에 필수·지역 의료에 중점 투자하겠다고 밝힌 마당이지만, 그 동안 묵혀두고 있는 원격의료 같은 문제들도 심도 있게 추진되어야 한다는 게 많은 이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의사 증원 문제를 둘러싸고 불거진 최근의 의료 파행 사태까지 고려해 특단의 의료대책과 관련 예산 배정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인구 구조 변화 속에 일·가정 양립, 돌봄·자녀교육 지원 등에 예산을 집중함으로써 저출산 위기에 대응하고, 전 국민의 20%가 넘는 노인 인구를 어떻게 보다 생산적인 자원으로 끌어올릴 것인가 하는 문제에도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내년 예산지침에서 이른바 ‘재량지출’을 10% 이상 감축하겠다는 방침을 담은 만큼, 그렇게 절약된 예산을 이런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 방법일 것이다.

특히 차제에 정부 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타당성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궁극적으로는 사회 전반의 생산성 증대가 큰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사업의 우선순위를 제대로 바로잡고, 예산 투입의 실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다. 그 동안 성과가 미흡했던 사업은 지역 공약 등을 무시하고 전면 재검토해 보다 나은 사업 모델이 제시되도록 독려해야 할 것이다.

예산은 나라의 1년 가계부다. 아낄 것은 아끼고, 써야 할 것에는 과감히 쓰는 선택과 집중의 결단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총선이 끝난 후에 여야 정치권 지형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내년 2025년 예산 만큼은 나라 전체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는 점은 모두가 잊지 말기를 바란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