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의료 공백 장기화... 비대면 진료만 확대한다고 될 일 아니다

조진래 기자 2024-04-03 12:07:36

전공의들의 집단사직과 의대 교수들의 잇단 동참 선언으로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보건소와 보건지소에도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키로 해 관심을 끈다. 표면적으로는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지만, 우리는 이번 기회에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국민들이 비대면 진료의 혜택을 골고루 폭 넓게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국 지자체의 요청을 반영해 3일부터 비대면 진료 시행 기관을 246개 보건소와 1341개 전국 보건지소로 확대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이날 “비상진료체계 강화를 위해 공중보건의사 파견이 시작된 이후 전라남도 등 일부 지자체가 지역보건기관의 일부 공백이 발생하는 것을 우려해 보건소와 보건지소의 비대면 진료 허용을 요청했다”며 취지를 설명했다. 

이번 긴급 조치로 지역의 경증질환자는 지역 보건소나 보건지소에서 비대면 진료를 통해 상담과 진단, 그리고 처방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 정부가 지난 2월 23일부터 의원급을 중심으로 실시하던 비대면 진료 대상 의료기관을 모든 병의원으로 확대한 데 이어 지방 의료 사각지대에 까지 비대면 진료 및 처방을 확대한 것은 그만큼 현재 의료 상황이 긴박하기 때문으로 인식된다.

자칫 지금의 의료공백이 장기화하면 대형병원의 진료가 불가능해질 것이고, 결국 마음이 급한 환자들은 병원급이나 의원급, 아니면 자역 보건 기관의 문을 두드릴 수 밖에 없다. 얼마전 도랑에 빠져 사경을 헤매던 아이가 대형병원들의 외면 속에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사건이 언제 어디에서 발생할 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의료 환경이 되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조치로 비대면 진료 이용건수가 이전보다 2배나 늘었지만, 보건소와 보건지소는 대상에서 제외되는 바람에 지역 오지의 환자들은 발만 동동 구를 수 밖에 없는 처지였는데, 그나마 정부가 후속 조치를 취해 의료 취약지역의 국민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보낸 것은 당연한 정부의 역할이라고 판단된다. 보건기관의 공보의 들까지 대형병원으로 파견되는 혼란 속에 지방 의료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조치다.

지금 중요한 것은 이렇게 극단적인 대책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이미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들이 병원과 의사를 찾지 못해 이곳 저곳 의료기관을 헤매고 다닌다. 당장은 급하지 않은 질환이라도 이런 사태가 지속되면 큰 병원이든 작은 지역 보건소든 의사 없는 파행 의료가 빚어질 수 밖에 없다. 그 피해는 온전히 국민들이 져야 할 상황이다.

비대면 진료 자체에도 위험이 따른다. 아직 체계적인 진료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못해 오진 같은 의료 사고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모든 단위에서 비대면 진료가 허용되기 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급하게 미대면 진료가 추진되다가 자칫 엉성한 형태의 의료 관행이 뿌리내리는 것은 아닐지 걱정도 앞선다.

비대면 진료 확대를 환영하지만, 그 보다 앞서 이번 의료 공백을 야기한 정부와 의료계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결자해지의 결연한 심정으로 사태 해결에 나서는 것이 진정한 해법이 될 것이라 믿는다. 정치적, 당리당략의 얄팍한 수 싸움과 기 싸움보다는 의료 현장의 정상화가 무엇보다 사급하다. 지금 우리 국민들은 모두가 시름시름 환자가 되어가고 있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