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인구 전담부처 신설, 이번에도 말로만 그쳐선 안돼

조진래 기자 2024-05-10 07:49:42

윤석열 대통령이 인구 문제를 전담할 부총리급 정부 부처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가칭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하겠다면서, 국가 비상사태라고 할 수 있는 저 출생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국가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다짐했다.

윤 대통령은 사회부총리에게 소임을 맡겨 교육과 노동, 복지를 총괄토록 하겠다고 했다. 저 출생 문제를 국가 아젠다로 격상시키겠다며, 향후 50년 이내에 나라가 소멸될 지도 모른다는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20년 가까운 기간 동안 380조 원 이상을 쏟아 부었던 역대 정부의 전철을 더 이상 밟지 않겠다는 다짐도 엿보였다.

우리는 대통령의 이 같은 의지가 또 말 뿐인 잔치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윤 대통령은 이 부처에 인구 정책의 강력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겠다고 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실행력’이다. 대통령은 독립적인 부처가 생기면 정책 실행력은 확실히 담보될 것이라며 과거 정부들과는 다른 모습일 것이라 자신했지만, 역대 모든 정부가 그렇게 약속하고 결국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당장 현 정부도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출범시켜 컨트롤타워 역할을 부여하겠다고 했으나 눈에 보일 만한 성과는 얻지 못했다. 합계출산율은 오히려 0.7명 밑으로 뚝 떨어졌다. 그 컨트롤타워 속에서도 인구 정책은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렸다. 예산권도 없고 집행권한도 없는 조직으로는 저 출생 기조를 뒤엎기에 역부족이었다.

새 조직이 꾸려지더라도 지금처럼 부처간 이견을 조정할 힘도, 예산권도 없는 조직이라면 한계는 명확하다. 또 다시 막대한 지원금만 털어놓고 성과는 하나도 없는 참담한 결과를 낳을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정부조직법 개정도 시급하다. 거대 야권과의 여야 협치(協治)를 약속받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여야가 대승적인 관점에서 힘을 모아야 가능한 일이다.

아무리 부총리급 부처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당장 가시적인 인구 증가 효과를 기대하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합계출산율 0.1명 올리는데 십 수년이 걸릴 지 모를 일이다. 조급하게 성과를 내려 서두르다 일만 그르치기 쉽다. 좀 더 길게 내다보고 무엇보다 정책의 일관성을 갖고 흔들림 없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지속적으로 추진될 공동의 전략과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나아가 저 출생 쪽에 지나치게 기울어 자칫 고령화 대책이 부실화되지 않도록 균형감 있게 정책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젊은이들 뿐만아니라 고령층도 보다 많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여성의 경력단절 이 더 이상 저 출생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제반 제도개선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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