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정쟁만 일삼다 연금개혁 또 실기(失機)할라 

조진래 기자 2024-05-27 09:36:20

29일에 끝나는 21대 국회의 마지막 과제는 단연 국민연금 개혁안 처리일 것이다. 이번 국회에서 마무리 지을 것인지, 다음 국회에서 원점부터 다시 논의를 시작하게 될 지 오리무중이다. 여야가 제각각 연금 개혁의 당위성과 시급성을 소리 높여 외치지만, 협치(協治)를 통한 막판 대타협의 가능성은 그다지 높아보이지 않아 우려가 크다. 

정작 문제는 타협의 시기보다 타협의 방법이다. 여야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 공론화위원회의 안을 기초로 보험료율과 명목 소득대체율의 모수(숫자)를 놓고 이견을 상당히 좁힌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27년 만의 보험료율 인상과 소득대체율 상향이라는 성과가 무색하게도 정부 여당은 너무 소극적이고 다른 한 쪽은 의원 수를 믿고 지나치게 밀어붙이는 기세라 전격 타협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최대 쟁점은 현재 42% 수준인 명목 소득대체율을 어느 수준까지 높일 것이냐 하는 것이다. 9%인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는 방안에는 대체로 의견이 모아졌다. 하지만 소득대체율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44%, 더불어민주당이 45%를 각각 제시했다가 민주당이 44%안을 전격 수용하면서 오히려 기 싸움이 더 치열해지는 형국이다. 끝까지 양보와 타협을 거부하는 모습이 국민들 보기엔 볼썽 사납다. 

국민의힘은 44% 절충안으로 이견이 좁혀졌음에도, 21대 국회가 곧 임기 만료되니 다음 국회에서 차분하고 충실하게 재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반면에 더불어민주당은 당장이라도 이번 회기 내에 전체회의를 열어 반드시 연금개혁안을 처리하고 넘어가자고 압박한다. 현안 논의하기 위한 전격적인 영수회담 제안과 “정치 공세”라는 맞불 공식이 예의 되풀이되고 있다.

누구나 기본적으로는 명목 소득대체율이 높아질 것을 바란다. 이것이 상향 조정된다는 것은 곧 은퇴 후 노후 연금 수급액이 그만큼 높아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해외에 비해 10% 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나는 낮은 대체율을 노후 실제 생활비 등을 고려해 현실에 가깝게 높이는 것은 당연하다. 다음 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라며 반대의견이 있었으나 지금은 인상의 필요성에 모두가 어느 정도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정작 문제는 이제까지 연금개혁은 말 뿐이고 여야가 정쟁만 일삼다가 여기까지 흘러왔다는 점이다. 회기 내에 문제 제기와 함께 충분한 논의와 협의가 필요한 중차대한 사안임에도 우리 국회는 늘 변죽만 울리는 개혁 논의만 진행해 왔음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꼭 회기 마무리 시점에 마치 국민들을 위한다는 충정인 양 목소리만 높이다가 예의 흐지부지 다음 회기로 떠넘기기 일쑤였다.

연금의 보장성을 강화할 것이냐, 재정 안정 기조를 흔들림 없이 유지할 것이냐의 절충점을 찾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연금 개혁을 대하는 각 당의 순수하지 못한 입장들이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말로만 개혁을 외치면서 국민을 생각하는 척 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는 이런 저런 이유로 마무리할 기회를 스스로 놓아버리는 우가 왜 계속 되풀이되고 있는 지 깊이 생각해 볼 문제다.

국민들은 국민연금 개혁안이 이번 회기에 끝나든, 다음 회기로 넘어가든 사실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국민들은 자신들의 의견이 충분히 국회에 전달되어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는 지가 최대 관심사다. 그런 면에서 작금의 여야 행태는 실망감을 줄 수 밖에 없는 천편일률적 정치 행위에 불과하다. 꿈을 묻는 질문에 ‘국회의원 되는 것’이라고 했던 학생이 그 이유로 “놀고 먹는 것 같아서”라고 했던 답변을 되새겨볼 때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