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서민은행인 저축은행의 수익성 악화,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조진래 기자 2024-06-04 08:26:01

올 들어 1분기 현재 자산 순위 상위 20개 저축은행의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연체율이 11.05%로 11%대를 뚫었다. 1년 전인 지난해 1분기에 4.4%에 그쳤던 것이 6.65%포인트나 급상승한 것이다. 이들 20개 업체의 자산 총액이 전국 79개 저축은행 자산총액의 70%를 웃돈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저축은행 PF발 위기감이 다시 빠르게 부상하는 모양새다.

PF 연체율이 10%를 넘는 저축은행도 지난해 1분기에는 1곳에 그쳤으나 지금은 10곳으로 늘었다. 키움저축은 19.18%로 20%에 육박했다. 상상인(18.97%)이나 페퍼(17.32%), OK(15.33%) 등도 단기간에 연체율이 급상승하고 있어 우려를 더한다. 특히 부동산업종 대출 연체율이 10%대를 넘는 곳도 지난해 1곳에서 현재는 14곳으로 증가해 저축은행 전반에 대한 신뢰감을 깎아먹고 있다.

이런 탓에 올해 1분기 중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수익성은 크게 악화됐다. 모두 1543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작년 같은 기간의 527억 순손실에 비해  1000억 원 이상 손실 규모가 커졌다. 전체 연체율도 작년 1분기 5.1%에서 현재는 8.8%로 치솟았다. 부동산 PF 연체율 상승에 따른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저축은행들이 수익성 측면에서 낙제점을 받았다는 평가가 나올 만하다.

저축은행은 서민들이 가장 많이 애용하는 금융기관이다. 은행 문턱이 높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서민들이 은행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율을 기대하며 한 푼 두 푼 모아 예금하는 곳이다. 높은 대출 이자에도 불구하고 은행권 대출이 어려운 영세 자영업자들이 어렵게 손을 벌리는 곳이기도 하다. 

서민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그 자금줄 역할을 하는 저축은행의 위기는 곧 서민경제의 위기를 시사한다. 저축은행업계는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 비율이 법정 기준인 7~8%를 훨씬 넘어서고 있어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반박하지만, 손실액 혹은 손실 예상액 만큼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상황이니 그렇게 태평하게 낙관론을 견지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저축은행의 수익성과 건전성이 단기간에 개선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부동산 경기 부진 덕에 당장은 부동산 PF에서 더 이상 돌발적인 대규모 추가 부실이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소망하지만, 최근 정부의 다주택자 중과 재검토 등 정책 변화 가능성과 함께 부동산 시장이 다시 꿈틀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현재로선 더 이상 저축은행의 연체율이 급등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 감독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연체율 관리가 부실한 저축은행에 대해선 금융당국이 보다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지도 개입에 나서야 할 수도 있다. 부동산 PF 연체 뿐만아니라 차제에 저축은행 건전성에 관한 전반적인 관리 감독 시스템이 필요해 보인다. 지금까지의 느슨한 관리감독으로는 부실만 키울 뿐이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연체율 관리가 미흡한 10여 곳의 저축은행에 대해 2차 현장점검에 나섰다는 소식이 들린다. 하지만 지난 4월에도 금융감독원은 일부 저축은행에 대해 현장점검을 실시한 적이 있다. 그 후로도 연체율 상승세는 꺾이긴커녕 더욱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다. 시늉만 내는 현장 점검보다는 이제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절실한 이유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