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 “한국 실버경제 성장 불구, 고령친화산업 전략과 지원은 오히려 뒷걸음”

이의현 기자 2024-08-07 15:44:56

한국에서 실버경제가 급성장하고 있지만 그에 걸 맞는 고령친화산업의 발전은 더디고 정부 전략도 부재하다는 뼈아픈 지적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은 7일 발간한 ‘고령친화산업 현황과 정책 방향에 대한 고찰’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지적하고, 종합적인 발전 전략 및 지원 대책이 시급히 구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2000년에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7%를 넘어 고령화사회에 진입하고 2017년에 고령인구 14% 이상인 고령사회에 들어선 이후 내년 2025년에는 노인인구가 20%를 넘겨 초고령사회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보고서는 또 미국은퇴자협회(AARP) 자료를 인용해 한국의 50대 이상 인구 비율이 2020년 39.7%에서 2030년에는 48.7%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이나 독일, 미국, 중국 등이 같은 기간 동안 1.3∼6.4%포인트 가량 비율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 비해 한국은 증가폭이 9.0%포인트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AAAP는 한국의 50대 이상 인구의 소비지출 규모가 2020년 5160억 달러(약 709조원)로 전체 국민 소비지출의 52.0%에 달하며, 국내총생산(GDP) 파급효과는 6960억 달러(약 957조원)로 3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또 2030년에는 50대 이상 인구의 소비지출 규모가 8850억 달러(약 1217조 원), GDP 파급효과는 1조 230억 달러(약 1406조 원) 규모로 각각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연구원은 그러나 이 같은 실버경제의 확대되는 위상에 비해 한국의 고령친화산업 발전은 상당히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선진 주요국들이 고령친화산업을 ‘에이지 테크’(Age Tech) 중심 산업으로 발전시키려 활발히 정책적 지원을 시행중인데 반해 우리는 정부 차원의 전략과 지원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경우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노화연구소에서 에이지 테크 관련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으며, 영국은 연구혁신기구(UKRI)에서 최신 기술을 활용한 고령자용 제품과 서비스 개발을 지원하면서 연구자금 및 전문가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일본도 후생노동성이 경제산업성과 함께 돌봄로봇 개발·보급 촉진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반면에 한국은 그동안 시행해 오던 고령친화산업 육성사업 예산이 올해 전액 삭감되는 등 관련 지원책이 현격히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발표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21∼2025)에는 법에서 규정한 ‘고령친화산업 발전계획’이 누락되는 등 관련 정책이 미비한 상태라고 꼬집었다.

보고서 작성을 주관한 김숙경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에서 고령자용 돌봄로봇이나 지능형 제품의 개발이 늦춰지면 미국이나 일본, 중국 등 해외 제품이 한국 시장에 들어와 실버경제 확대의 과실이 해외 기업에 돌아가게 될 수 있다”며 고령친화산업을 실질적인 정부 산업정책의 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관련 부처가 함께 협력해 첨단기술 중심의 고령친화산업 발전을 위한 종합 계획을 마련하고 시행해, 고령화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을 완화하는 것은 물론 고령친화산업을 신성장 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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