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상식] 사가독서(賜暇讀書)

박성훈 기자 2024-08-07 16:15:09

조선 세종은 즉위 2년 째인 1420년에 집현전을 설치했다. 그리고 4년 뒤인 1426년부터 ‘사가독서(賜暇讀書)’라는 독특한 독서휴가 제도를 도입했다.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해 집현전 학자들 가운데 학문적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을 선발해 경비 일체를 나라가 지원하면서 오직 독서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특별 휴가를 제공했다. 

사가독서의 특별휴가 기간은 짧게는 한 달에서 석 달, 길게는 1년까지 주어졌다고 한다. 가장 긴 경우에는 아예 달 수를 표시 않고 ‘장가(長暇)’라고 기록했다고 한다. 휴가를 받은 학자들은 대부분 자택에서 머물되, 당시 학문의 최고봉으로 존경을 받던 대제학의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당시 영재로 소문이 자자했던 신숙주도 이 휴가제도의 혜택을 받은 사람 가운데 한 명이었다. 

이 제도는 부침이 심했다. 1456년 세조 2년 때 집현전과 함께 이 제도도 중단되었다. 이어 성종이 즉위해 예문관(藝文館)을 설립하고 사가독서 제도를 부활했으나 1504년 갑자사화를 계기로 즉위한 연산군이 다시 이 제도를 폐지했다. 연산군이 폐위되고 왕위에 오른 중종이 이를 다시 부활시켰다. 이후 영조 대까지 이어지다가 규장각 설립과 동시에 완전히 폐지되었다. 세종 때부터 영조 때까지 총 48차례에 걸쳐 320명이 선발되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박성훈 기자 shpark@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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