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혹은 상품이나 서비스에 불만을 담은 감상이나 평가의 글을 공개적으로 올리는 일이 흔하다. 요즘은 중장년 가운데서도 이런 적극적인 활동가들이 많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다가는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역으로 사이버명예훼손 혐의로 법적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신명진 변호사가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에 사이버명예훼손 성립 기준을 비롯해 인터넷에 글이나 영상 등을 올릴 때 주의해야 할 팁을 제공한 글을 올려 소개한다.
◇ 반드시 피해야 할 말과 표현 첫째, 욕설과 비속어 사용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형법상으로 모욕죄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할 때’ 성립한다. ‘공연히’란 불특정 다수가 쉽게 알 수 있는 공간이나 상황에서 이뤄진다는 의미이며, ‘모욕’은 경멸적 감정으로 사회적 평가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을 말한다. 일대일 로 이뤄지는 채팅이나 쪽지 같은 것만으로는 쉽게 ‘모욕죄’가 성립하진 않는다는 의미다.
하급심 판례들을 보면 실무상 ‘욕설’은 쉽게 모욕죄가 성립된다. 구체적 맥락과 상황에 따라 그 사람에 대한 모욕이냐 아니냐는 판단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일반 상식 선에서 파악했을 때 상대방의 사회적 가치를 떨어뜨리는 표현이라면 모욕적이라고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 그 발언의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 주관적 감정인지 아닌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점이 중요하다.
둘째, ‘명예훼손죄’에 유의해야 한다. 명예훼손은 크게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와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죄’ 두 가지로 나뉜다. 전자는 말이나 글의 내용이 객관적 진실에 부합할 때 성립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후자는 허위의 사실일 경우에 성립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허위사실인 경우 가중처벌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무리 진실한 내용이라도 그 대상의 명예를 실추시킬 만한 내용이라고 판단되면, 그것을 퍼뜨리는 행위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의미의 명예훼손죄는 말이나 글 모두에 폭 넓게 적용된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 온라인 명예훼손죄, 각별한 주의를 온라인 명예훼손죄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더욱 강력하게 처벌한다. 사실을 적시했다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허위사실이라면 7년 이상의 징역이나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신 변호사는 ‘온라인 명예훼손죄’에 해당하는지는 네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고 말한다. 특정성, 공연성, 사실적시, 그리고 비방의 목적이다.
특정성이란 피해 당사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가의 문제다. 흔히 실명은 안 되지만 이니셜이나 약자는 괜찮다고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 실명을 쓰지 않더라도 전체의 맥락이나 단서들을 통해 누구인지 추론 가능하다면 ‘특정됐다’고 본다. 예를 들어 ‘OO소재 국립대학교 OO학과 40대 남자 교수’라고 썼을 경우에 누구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고 하면 특정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
공연성은 불특정 다수가 알 수 있어야 한다는 요건이다. 누구나 볼 수 있는 인터넷 게시판이나 유튜브 동영상, 전체 공개 댓글을 작성한 경우 개연성이 인정되기 쉽다. 하지만 일대일 대화나 쪽지, 비공개 댓글 등을 이용했다면 불특정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므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일대일 대화 때 모욕적인 언사를 했다면, 기분은 나쁘지만 형사상 처벌은 안 된다는 것이다.
명예훼손은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단순한 의견이나 개인적 감상을 표현하는 것은 명예훼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한 후에 개인적인 감상이나 평가를 남기는 것은 사실적시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적어도 명예훼손죄 구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온라인 명예훼손죄에는 비방의 목적이 필요하다. 허위가 아닌 사실을 적시했고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공연성과 특정성 요건을 충족했더라도 위법하지 않은 행위라고 판단해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다만, 허위사실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면 공익의 목적이라는 것이 인정될 수 없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신 변호사는 “모욕죄나 명예훼손죄에 해당하지 않으면서 온라인상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하려면 공연히, 함부로 타인을 특정해 비방하는 목적의 글을 작성해서는 안 되지만, 동일한 피해자가 양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나 일반소비자의 알 권리와 올바른 선택을 위해 필요한 내용이라면 특정 개인의 비위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 반드시 위법한 행위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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