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타운 붐? ... 정작 제대로 일 할 사람이 없다

이지희 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사무국장이 전하는 국내 시설 '인력난'
이의현 기자 2024-10-20 08:22:15
클립아트코리아. 기사 및 보도와 연관 없음.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4 노인복지 시설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말 현재 실버타운에 속하는 노인복지주택은 전국에 40곳이며 입소 정원은 9006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노인인구 994만 명의 0.1%다. 유료 양로시설인 더클래식500이나 천안실버타운, 미리내실버타운 등을 포함하면 실제 실버타운 숫자는 이 보다는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 국내 수요를 충족시키기엔 턱 없이 부족한 규모다. 정부도 우리나라 시니어 레지던스의 부족 상황을 고려해, 규제를 완화하고 실버타운 공급을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시니어 레지전스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덕분에 전국에 실버타운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그렇게 만들어질 실버타운에서 정작 ‘일할 사람’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이지희 이지희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사무국장이 최근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에 기고한 글에서 국내 노인복지시설의 수급 불균형 문제와 함께 우수 인력의 태부족을 자적해 관심을 모았다.

실버타운에 해당하는 유료양로시설과 노인복지주택에는 법적 인력기준이 있다. 그렇다고 이들 요건만 충족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개별 실버타운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부대시설에 필요한 인력이 서로 다르고, 그에 따라 운동처방사나 프런트 안내 직원, 청소 및 경비 인력이나 주방보조인력, 프로그램 운영 강사 등이 추가로 필요하다.

이지희 사무국장은 “우리나라는 시설 같은 하드웨어에만 집중하면서 운영에 반드시 필요한 ‘사람’에 대해선 크게 고민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유능하고 오래 일할 수 있는 직원을 찾아 양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실제로 일본의 유료 노인 홈들은 ‘인력’을 마케팅 포인트로 많이 어필한다. 일본 유료 노인 홈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유유노사토 교토’에서는 10년 이상 간호인력을 어필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했다. 또 유로 노인 홈 업계에서 가장 많은 객실 수를 보유한 ‘SOMPO 케어’에서는 업계 최초로 직원 교육 연수시설인 SOMPO 케어 유니버시티 2곳을 운영하면서 체계적으로 직원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일본에는 고등학교 때부터 복지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학교도 있다. 이 국장은 “일본의 복지 고등학교는 개호복지사를 양성하기 위한 학교로, 이 학교를 졸업하면 개호복지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어 젊은 친구들이 시설에 직원으로 많이 채용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요양보호사가 대부분 50~60대인 것과 비교된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시설에 투입되기 전 현장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서는 사회복지시설 법인을 운영하는 사람들도 본인의 사업장이 있는데도 굳이 다른 지역의 시설에 와서 연수를 받는다. 그렇게 현장 경험을 많이 쌓아야 본인들이 운영할 시설에서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 실버타운 업계에서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것은, 유능한 직원이 얼마나 배치되어 얼마나 오랫동안 그 시설에서 근무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입주자들이 오래된 직원을 신뢰하는 경우가 많으며, 직원이 자주 바뀌면 입주자에게 시설에 대한 좋은 인상을 주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 국장은 “우리나라는 실버타운의 ‘하드웨어’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거듭 지적했다. 이어 “실버타운이 다른 아파트나 주거 시설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점인데 바로 그 서비스는 모두 ‘사람’이 제공한다”며 “이제부터라도 사람을 양성하는 일에도 힘을 써야 하며, 관련 인력 양성 방안을 정부와 업계, 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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