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 안과병원의 서경률 교수는 각막질환의 권위자다. 그는 ‘안구건조증’와 ‘근시’가 매우 심한 ‘환자’였다. 하지만 눈물 양을 늘리는 치료에 이어 시력교정술(라섹)까지 받았다. 그렇게 수술의 안전성을 직접 확인한 후 환자들에게 치료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 <세브란스 뉴스>에 서 교수가 각종 안과 질환의 원인과 치료법, 굴절수술 시 유의사항들을 제시한 글이 있어 일문일답식으로 요약 소개한다.
- 많은 사람들이 안구건조증이나 백내장 같은 각막질환은 얼핏 이미 극복된 질환으로 알고 있습니다. “각막은 눈 표면에 어떤 문제가 생기든 손상되기 아주 쉬운 조직입니다. 눈에 있는 여러 질환을 치료해야 각막도 좋아지기 때문에 각막질환의 치료는 쉽지 않습니다. 외부에 노출된 기관이라 환경의 영향도 아주 많이 받습니다. 그 외에도 컴퓨터나 핸드폰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생활습관으로 눈 표면이 전혀 쉬지 못해 각막질환 환자들의 중증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각막은 대기오염, 생활습관, 기후 변화 등의 요인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치료에 어려움이 따릅니다.”
- 안구건조증으로 인공눈물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많습니다. 안구건조증은 어떤 질환인가요. “안구건조증 진단을 받은 10명 중 눈물이 부족한 사람은 2~3명에 불과합니다. 7명 정도는 기름과 물과 점액으로 구성된 눈물 중에서 주로 기름층 문제를 갖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안구건조증을 치료할 때 질환명에 대한 개념을 바로잡는 일로 시작합니다. 병명에는 물이 부족하다는 의미만 담겨 있지만 실제로는 눈을 보호해 주는 필름, 즉 보호막에 문제가 생긴 질병입니다. 국제학회 이름도 Tear Film & Ocular Surface Society(TFOS), 즉 눈물층과 안구표면학회 입니다. 안구건조증은 눈을 보호해주는 필름 자체에 생긴 문제를 치료한다고 생각하는 게 맞습니다.”
- 안구건조증으로 눈이 건조한 이유는 어떤 것 들이 있습니까. “눈물층은 크게 수분층, 점액층, 기름층으로 구성됩니다. 각 성분을 분비하는 조직에 문제가 생기거나 안구의 염증, 눈꺼풀 문제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건성안이 발생합니다. 눈물 속의 기름층이 분비되는 곳은 눈꺼풀 속에 있는 ‘마이봄샘’입니다. 원래 여기서는 맑고 투명한 기름이 나와야 하지만, 여기에 문제가 생기면 탁하고 지저분한 기름이나 치약처럼 굳은 기름이 나올 수 있습니다. 심한 경우 기름이 전혀 분비되지 않기도 합니다. 이를 ‘마이봄샘 장애’라고 합니다. 최근에는 진단 장비의 발전으로 마이봄샘의 형태를 직접 촬영하거나 눈물 중 기름층의 두께를 측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신 질환으로 인해 안구건조증이 발생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쇼그렌증후군’이 대표적입니다. 눈 건조뿐만 아니라 입 마름이나 관절염 같은 증상이 동반된다면 관련 검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 때는 류마티스내과, 구강내과 등 여러 과에서 협력하는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 안구건조증은 원인에 따라 치료법도 다르다고 들었습니다. “안구건조증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만큼 치료법도 매우 다양합니다. 안약만 해도 인공눈물, 점액생성제, 항염증제 등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때에 따라선 눈물점 마개술 같은 시술을 시행하거나 복용 약을 처방하기도 합니다. 최근 주목받는 치료법은 마이봄샘 장애를 대상으로 하는 IPL 치료입니다. IPL은 피부과에 서 흔히 사용되는 장비로, 이 기술이 마이봄샘 장애 치료에도 효과 있다는 것이 입증되어 눈에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새롭게 개발된 장비가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 백내장 수술은 나이 들면 다 하는 수술이라고 별로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맞는 생각인가요. “백내장 수술이 쉬운 수술이다, 회복 기간이 빨라 별 문제가 없다는 식의 오해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시력 저하가 심하지 않은데도 노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내장 수술을 받는 것에 저항감이 없을 정도지요. 하지만 본래 수정체와 인공수정체는 엄연히 다릅니다. 인공수정체는 외부의 빛이 훨씬 잘 투과되어 눈에 손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세브란스병원은 진짜 문제가 될 때 백내장 수술을 받도록 권합니다. 너무 쉽게, 너무 빨리 결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백내장 수술을 권유받은 분들 중에 대학병원에 와서 아직은 수술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사회적 비용, 개인의 경제적인 부분과 건강을 위해 깊이 고려해야 합니다.”
- 백내장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시행되는 수술입니다. 수술 전에 반드시 유의할 사항은 어떤 것인가요. “수술 전에 다른 안질환이 있는지 여부부터 파악해야 합니다. 백내장이란 수정체에 혼탁이 생기는 현상으로 인해 흐릿하거나 뿌옇게 보이는 시력 저하가 주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백내장 외에도 시력 저하를 유발하는 눈질환이 많습니다. 망막질환이나 굴절 이상, 심지어 안구건조증도 시력 저하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런 질환들은 환자가 스스로 자각하기 어렵습니다. 만약 백내장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시력이 저하된 상태라면, 백내장 수술을 받아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백내장 수술 전에 반드시 눈에 대해 전반적인 평가를 받고, 만약 눈에 다른 문제가 있다면 해당 질환의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 수술이 백내장의 근본적인 치료인지요. “백내장의 진행을 억제하는 안약이 시중에 나와 있지만 수술이 필요한 정도의 백내장에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백내장 수술은 크게 두 단계로 이루어집니다. 먼저 혼탁해진 수정체(백내장)를 제거하고, 그 뒤 이를 대체할 인공수정체를 삽입합니다. 최근 도입된 기술 중 하나로 펨토초 레이저를 이용한 백내장 수술이 있습니다. 수정체 표면에 구멍을 만드는 과정을 펨토초 레이저로 매우 정밀하고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어 수술 중 합병증 위험이 많이 감소합니다. 수술 시 사용되는 초음파 에너지가 적어 눈에 가해지는 부담을 덜어주며, 각막 난시를 줄여 수술 중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을 최소화하고 수술 결과를 좀 더 향상할 수 있습니다. 인공수정체 기술도 일반 단초점 인공수정체 외에 노안 교정을 목적으로 한 다초점 인공수정체가 널리 사용됩니다. 최근에는 다초점 인공수정체의 부작용을 줄인 EDOF(Extended Depth of Focus) 렌즈도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 굴절수술이 상당히 보편화되었습니다. 누구나 부작용 없이 수술할 수 있는 것 인가요. “수술이 가능한 지 여부를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우선, 유전병 중에 비교적 흔한 아벨리노 각막 이상증을 확인해야 합니다. 이러한 환자에게 라식수술이나 라섹수술을 시행하면 수술 부위 전체에 각막 혼탁이 발생해 시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반드시 유전자검사를 시행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원추각막을 들 수 있습니다. 각막이 점 차 얇아지면서 원뿔 모양으로 튀어나오는 질환으로, 보통 10대 후반에 발병해 30대까지 진행됩니다. 각막이 얇아지므로 각막을 깎는 수술은 어렵습니다. 초기 원추각막에서 나타나는 몇 가지 징후가 있으므로 수술 전에 원추각막이 의심되는지 각 막 전문가로부터 면밀한 검토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안구건조증 역시 굴절수술 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질환입니다. 수술 후 건조증의 악화는 생활의 질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수술 후 시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굴절수술은 어떻게 다른 지 설명해 주십시오. “굴절수술은 크게 각막을 깎는 수술(라식, 라섹, 스마일)과 눈 속에 렌즈를 삽입하는 수술(ICL)로 나뉩니다. 그 중 라식은 각막의 상층부를 얇게 절개한 후 레이저로 각막 아래층을 깎아내고 다시 덮어주는 방식으로, 회복이 빠르고 통증이 적습니다. 스마일수술은 라식과 원리는 비슷하지만, 펨토초 레이저를 이용해 각막에 아주 작은 절개만으로 수술이 가능한 더욱 발전된 방식입니다. 라섹은 각막 상피층을 모두 벗겨 낸 뒤 각막을 깎는 수술입니다. 회복 기간은 다소 길지만 외상에 강하며 각막이 비교적 얇은 경우에도 시행할 수 있습니다. 안내렌즈삽입술(ICL)은 각막이 얇거나 고도근시가 있는 사람에게 시행할 수 있는 수술로, 눈 속에 특수한 렌즈를 삽입하는 방식입니다. 이 렌즈는 나중에 제거할 수 있습니다.”
- 현재 연구 중이신 분야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혈액암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분들에게 발생하는 이식편대숙주질환 (GVHD)을 좀 더 잘 치료하는데 적합한 의약품을 개발하는 과제가 있습니다. 또 약물에 의해 피부가 벗겨지는 스티븐존슨증후군은 결국 실명에까지 이르지만, 아직 치료 방법이 없어서 더 연구가 필요한 분야라 관심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2009년부터 연구해온 안약백신은 일본 제약회사와 함께하고 있는데, 이제 임상시험을 앞두고 있습니다. 인플루엔자 백신을 안약으로 만든다면, 냉장 보관이나 의료진이 필요 없고 학교 선생님에게 한 병을 주면 100명의 아이들에게 접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성이 뛰어납니다. 다른 병들에도 적용하면 더 유용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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