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은 대부분 비행시간이 길어 노인들은 쉽게 지칠 수 있다. 일본은 가깝고 교통이 편리할 뿐만 아니라 자연의 풍광과 온천이 있어, 우리 부부 여권에 일본 출입 도장이 벌써 일곱 번째 찍혔다. 이번 가을 4박 5일의 일본 알프스는 어떤 신비함으로 채워질까. 이번 여행을 설계하고 인도한 임 권사는 일본방송국에서 26년을 근무했다. 퇴직 후 강남에서 일본어 강사로 최고의 황금기를 누리고 있다. 현지인처럼 일본어가 능통하고 여행과 관련한 역사·문화 지식까지 추출해서 어디서나 환영받는 훌륭한 멘토다. 여행 10개월 전부터 단톡방을 만들어 정보를 공유했다. 여행은 날씨가 좋아야 한다며 매일 기후를 체크하고 음식과 간식, 잠자리까지 꼼꼼히 챙긴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차별화된 여행이다. 단톡방 대화 내용은 여행을 다니고 있는 것처럼 그림이 그려진다. 현지 날씨, 숙소까지 확인하고 자투리 시간에 쇼핑하는 글이 나오면 더 재미있다. 일본 알프스는 메이지 시대에 영국인들이 유럽 알프스산맥과 비슷하다고 해서 히다산맥과 기소 산맥, 아카이시산맥에 붙힌 별명이라고 한다. 첫날은 북알프스, 이틀은 남 알프스, 마지막은 중앙 알프스를 먼발치에서 바라보았다. 때로는 깨끗한 강가를 거닐며 외국인들과 함께 온몸을 충전했다. 임 권사는 “지진 지역을 피하고 피톤치드가 가장 많은 편백과 삼림 숲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하루 3~4시간 걸을 수 있는 산책길로, 풍광뿐만 아니라 산에서 나온 각종 향기가 결합하여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정리된다고 흥겨워 했다. 나가노(長野)현에 위치한 카마 코치(上高地)는 일본 알프스 국립공원이다. 가을 단풍이 10월 하순이 절정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그 전에 다녀와 아쉬움이 남았다. 아직은 단풍이 완전히 물들지 않은 상태였다. 기후 온난화로 여름 더위가 유난히 길어지면서 11월 초에나 고유 색깔을 보일 것 같다고 했다. 습지와 아름드리 수목, 깨끗한 강물이 눈길을 잡는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캇파다리(河童橋)는 관광객들이 줄을 이어 사진 담기 바빴다. 캇파다리리河童橋橋) 아래 물길은 에메랄드 색과 투명한 색이 소리 내어 흐르고 있다. 물길을 쳐다보고 있으면 유리처럼 빛이 난다. 히다산 정상에 눈과 빙하가 녹아 흐르는 물이라 더 맑다고 한다. 관광객들은 가까이 보기 위해 강가로 내려가 흐르는 물에 손을 넣어 맑은 감각을 느껴 본다. ‘시라카와고 합장 촌은 일본 전통 가옥으로 지붕이 손을 모아 합장한 모습이라고 해서 합장 촌이라고 부른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마을이다. 눈이 많은 곳, 산속의 고립된 마을, 농사보다는 양잠이 발달한 동네다. 남향 이층집으로 지붕이 두껍다. 20년에 한 번씩 지붕을 교체해서 그렇다고 한다. 문화적 가치로 인정을 받았지만 관광객들이 많이 몰려와 몸살을 앓고 있다며, 내년부터는 관광세를 받겠다는 안내문을 보고 헛웃음이 나왔다. 일본은 생각할수록 미운 나라다. 역사는 우리가 살아 있는 한 지워지지 않는다. 기분 나쁜 과거의 관계지만, 그들은 친절하고 공중 질서를 잘 지킨다. 여행할 때마다 느끼는 게 청정 지역이다. 우리가 그들에게 배워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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