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세월의 속도가 KTX 기차처럼 빠르게 느껴진다. 그날이 그날이지만 연말이 되면 마음이 무겁고 우울하다. 여든 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왠지 조급해진다. 내년에는 무엇을 할까. 계획한 내용이 작심삼일에 그치지 않도록 하나님께 기도하고 마음 밭을 정리한다.
연초에 성경 필사를 1순위로 정했다. 노인에게 새로운 출발은 무기력을 줄이는 힘이다. 희망과 기대는 정신건강에 최고의 보약이다. 성경 필사는 보약 중의 보약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자신의 의지나 신념으로만 살아갈 수 없다는 게 일반인도 알고 있다. 믿는 사람은 하나님을 의지하며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일상이 형통하도록 기도하면서 든든한 배경의 축복에 감사하다.
무엇이든 멀리하면 남이 되고 가까이하면 내 것이 된다. 성경 필사에 필요한 도구는 항상 가방 속에 챙겨 다닌다. 여행할 때도 마찬가지다. 글쓰기가 습관이 되도록 하루도 빠짐없이 필사한다. 매일 쓰다 보면 자동으로 습관이 되겠지, 자신을 격려하면서 도서관으로 향한다. 집 앞에 산본도서관이 있어 감사하다. 하루 중 절반 이상을 이곳에서 시간을 보낸다. 글쓰기는 평생 일감이고 경쟁력이다. 뇌의 활성화는 치매 예방이란 보고서가 있다. 성경 필사가 최근 들어 관심을 끌고 인기를 얻는 이유다. 노후에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은 일이 글쓰기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욱 절실히 깨닫게 된 일이 살아온 삶의 정리다. 정리 내용을 말로 남기면 일정 기간 후에는 흔적 없이 사라지지만, 글로 남기면 대대손손 이어진다. 글쓰기는 정신 집중할 수 있는 나의 품위다. 집중이 흐려지면 같은 구절을 두 번 쓴 경우가 있다. 때로는 한 구절을 건너뛰는 일도 발생한다. 내용을 모르고 쓰기만 하면 앞뒤가 바뀌면서 정신이 혼란스럽다. 하나님의 마음을 내 마음에 새긴다는 마음으로 필사에 몰입해야 오류를 줄일 수 있다. 그것이 정신 집중이다. 성경 필사가 최근 들어 관심이 많고 인기를 얻는 이유가 정신 집중력 때문이다.
도서관이나 복지관에는 성경 필사하는 노인들을 볼 수 있다. 그들의 태도는 진지하다. TV나 스마트폰에 시간을 보내는 사람과 질이 다르다. 필사는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힐링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글쓰기 기술을 높여준다. 말씀을 통해서 나를 볼 수 있고 깊이 묵상할 수 있다, 미디어에 노출되면 집중하지 못하고 마음이 요동치면서 불안과 초조함도 찾아온다. “그러나 내가 가는 길을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순금같이 되어 나오리라” 말씀을 마음에 담았다. 주님 어찌 이리 나약하고 흔들리는지요, 주님 도와주세요. 주님만 바라보게 하소서.
성경 필사는 일 년 행사가 아니라 평생 써야 할 과제다. 끈기와 인내를 배우게 된다. 천천히 음미하면서 써야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젊은 사람들은 시간이 없다고 지레 겁을 먹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노인들은 눈이 침침해서 중도 포기자가 늘어난다. 성경 구절을 많이 쓰려고 욕심부렸더니 앞뒤가 바뀌어서 처음부터 다시 쓰는 경우가 몇 번이나 발생했다. 정도의 길을 걷지 않으면 대가를 치르고 에너지만 소모할 뿐이다. '정도를 걸어라'. 주님의 말씀이 귓가에 맴돈다.
임병량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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