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마티스관절염, 이제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닙니다"

세브란스병원 류마티스내과 박용범 교수가 전하는 '류마티스관절염'의 예방과 치료법
박성훈 기자 2025-04-14 08:08:16
박용범 교수는 류마티스관절염이 이제 완치가 가능한 병이라고 말했다. 사진=세브란스병원

나이가 들면서 노화로 인해 연골이 닳아 염증이 생기는 퇴행성관절염(골관절염)과 달리 류마티스관절염은 면역체계에 문제가 생겨 면역세포가 관절 내 활막을 공격해 염증이 일어나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관절뿐만 아니라 피부, 혈액, 침샘, 폐, 심장, 눈, 신경, 혈관 등에도 염증을 일으켜 특히 노후에 치명적이다. 류마치스관절염 치료의 실력자인 박용범 세브란스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가 <세브란스 소식 4월호>에서 류마티스관절염의 조기 진단과 치료법 등을 안내한 내용을 일문일답 식으로 요약 소개한다.

- 류마티스질환도 종류가 매우 많지 않나.

“류마티스질환은 크게 관절염과 결합조직 질환으로 나뉜다. 종류만 100가지가 넘는다. 관절염 쪽에서는 류마티스관절염과 강직척추염, 통풍이 대표적이다. 결합조직질환으로는 전신홍반루프스, 경피증, 쇼그렌증후군, 근육염, 섬유근통증후군 등이 있다. 결합조직질환은 심장이나 폐, 콩팥 같은 우리 몸의 중요한 장기를 다 침범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류마티스내과 전문의들은 뇌부터 내부 장기에 피부까지 전신을 모두 보면서 통합적으로 생각해야 병을 풀 수 있다. 환자에 대한 종합적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해야 가능하다.”

- 질환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특징도 다양하니까 치료 또한 쉽지 않을 것 같다.

“요산이 원인인 통풍 외에 다른 질환은 대부분 원인 미상의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중증인데다 치료가 잘 안되는 중증난치성 질환이자 희귀난치성질환이다. 결합조직질환은 전신 장기를 침범해 전신질환이라고 할 수도 있다. 공통적인 키워드로는 염증, 자가면역, 원인을 잘 모른다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류마티스질환에 대해 ‘불치병이다’, ‘치료약의 부작용이 무서운 병이다’,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 등등의 두려움과 오해를 갖고 있다. 그러나 다행히 이제는 약제를 잘 사용하면 완치가 가능한 수준이 되었다.”

- 어떤 변화가 있었나.

“질병의 기전이 점차 밝혀지면서 정상적인 세포반응이나 생리반응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질환 관련 물질을 억제하는 약제를 개발하게 되었다.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효과는 극대화하는 치료법을 찾아낸 것이다. 요즘 암 치료에서 주역으로 부상한 면역항암제 또한 류마티스약제의 개발과 경험에서 파생되어 나온 약물이다. 최근 30년 동안 이루어진 획기적인 류마티스약제 발전이다. 그래서 지금은 치료 목표가 환자의 ‘증상 완화나 통증 경감’에서 나아가, 질병 활성도가 없는 상태인 ‘관해’가 되었다.”

- 치료 효과도 상당히 개선되었을 것 같다.

“예전에는 치료 적기를 놓치고 오신 분들이 많았다. 관절 손상과 변형이 심해 단추를 채우거나 옷을 입거나 머리 빗는 일도 어려웠다. 온몸의 관절이 붓고 아파서 기본적인 일상이 전혀 불가능한 분들도 있었다. 지금은 치료 약제가 좋아지면서 치료 한두 달 만에 관절의 붓기와 통증이 사라진다. 적절한 치료 후 고통스러운 류마티스관절염이 호전되어 통증이 사라지고 일상이 가능해지면 정말 기적처럼 여겨진다고 말한다. 그럴 때는 의사로서 정말 보람을 느낀다.”

-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에서 최선의 길은 무엇인가.

“조기 발견과 적극적 약물치료가 완치 가능성을 높이는 최선의 길이다. 면역체계에 문제가 생겨 관절을 중심으로 인체 여러 기관에 염증이 일어나는 류마티스관절염은 완치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치료를 소홀히 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조기에 치료를 시작할수록 질병이 완전히 조절되는 관해 상태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클립아트코리아. 기사 및 보도와 연관 없음.

- 류마티스관절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어떤 것 들이 있나.

“아침마다 관절이 붓고 뻣뻣하고 열감이 느껴진다. 자고 일어났을 때 손발에 뻣뻣한 느낌이 30분 이상 지속되고, 관절이 붓거나 아프면서 열감이 있다면 류마티스관절염을 의심해 봐야 한다. 특히 손가락과 발가락 관절, 손목, 발목, 팔꿈치, 무릎 등이 붓거나 아프고, 증상이 좌우 대칭적으로 나타나면서 3군데 이상의 관절이 붓는 증상이 6주 이상 이어지면 검사와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 주로 어떤 부위에 통증이 극심한가.

“퇴행성관절염이 손가락 끝마디가 딱딱하게 굵어지는 반면 류마티스관절염은 손가락 중간마디나 중수지 관절, 손목관절 등에 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하지만 아침에 손 관절이 뻣뻣하다는 증상만으로 류마티스관절염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뻣뻣한 증상이 30분 이상 지속되면서 관절이 붓고 아프고 열 감이 느껴지는 증세가 동반될 때 류마티스관절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 류마티스관절염이 혹시 가족력은 없나.

“가족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면역체계에 문제가 발생해 면역세포가 자신의 관절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은 40~50대, 남성은 50~60대에 많이 발병한다. 하지만 더 이른 나이인 20-30대나 심지어 청소년기에 병이 나타나는 사례도 있다.”

- 조기 진단으로 관절 손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한 것으로 안다.

“그렇다. 대한류마티스학회에 따르면 발병 2년 이내 환자의 52%, 1년 이내 환자의 21%에서 관절 손상이 관찰된다. 관절 손상을 예방하려면 일반적으로 발병 6개월 이내에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대부분의 항류마티스약제는 복용을 시작하고 나서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에 효과가 나타난다. 때문에 주치의가 처방한 약은 반드시 적극적으로 꾸준하게 복용해야 한다. 대부분 재발도 약물을 꾸준히 복용하지 않거나 전문의와 상의 없이 환자가 임의로 약물 복용을 중단할 때 일어난다.”

- 효과적인 조기 진단 방법은?

“조기 진단을 위한 선별검사로는 대개 류마티스인자를 측정한다. 그러나 류마티스인자가 양성이라고 해서 모두 류마티스관절염인 것은 아니다. B형바이러스간염 환자는 17.5%까지 류마티스인자가 양성으로 나타날 정도로, 류마티스관절염이 아닌 질환에서도 류마티스 인자가 검출될 수 있다. 특히 고령에서 위양성률이 높아지기도 한다. 따라서 건강검진 결과에서 류마티스인자가 양성으로 나타나더라도 관절 증세가 없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최근에는 류마티스인자보다 훨씬 질병 특이적인 검사로 항CCP항체를 활용하고 있다.” 

- 관절 손상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혈액검사로 류마티스인자와 항CCP항체를 확인하고, X-ray 검사로 관절의 손상 여부를 살핀다. 그리고 ESR과 CRP라는 염증 수치를 통해 염증 정도를 평가한다. 압통 관절과 종창 관절의 개수,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 점수, ESR과 CRP 수치 등을 수식에 대입해 계산하는 DAS28 질병 활성도 평가로 관절염이 얼마나 심한 상태인지를 파악한 뒤 치료 계획을 세운다.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관절 손상을 예방하려면 일반적으로 발병 6개월 이내에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약물치료다. 비스테로이드소염제, 스테로이드, 항류마티스약제, 생물학적 제제, JAK억제제(표적 합성 항류마티스약제) 등이 사용된다. 수술은 최후의 방법으로 고려해볼 수 있다.”

- 류마티스관절염은 만성 염증성 질환이라 치료도 잘 안되고 약물 부작용이 심한 질환이라는 얘기가 있다.

“전문의로부터 질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고, 전문가의 치료 계획과 처방을 잘 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항간의 오해와 달리 류마티스관절염은 완치가 가능하다. 특히 조기에 발견해 약물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으면 관해(질병이 잘 조절되어 질병 활성도가 없는 상태)에 도달할 수 있고 그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진단과 치료 시기가 늦어지면 같은 항류마티스약제를 사용하더라도 치료 반응도가 낮아진다. 이미 관절 손상이 나타났다면 염증을 잘 조절해 통증 없이 일상생활을 하는 것이 치료 목표가 된다.”

-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은가.

“항류마티스약제는 관절내 염증과 활막 증식을 억제해 연골과 뼈의 손상을 막아 관절염의 진행을 늦추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항류마티스약제는 복용 후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에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약을 적극적으로 꾸준하게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변의 입소문에 의존해 검증되지 않은 약물이나 식품을 섭취해선 안된다. 치료 효과를 높이려면 자신의 몸 상태에 맞는 적절한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운동은 관절을 지지해주는 근육과 인대를 건강하게 만들어 관절 기능의 손상을 막아준다.” 
 

 박성훈 기자 shpark@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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