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 금리가 많이 오르면서 채권 수요가 늘고, 특히 노후 투자용으로 ‘장기채권’이 크게 주목받은 바 있다. 장기채권에서 나오는 이자로 노후를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아직도 여전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김경록 고문이 미래에셋 투자와연금TV의 ‘투자쌀롱’ 코너에서 장기채권 투자를 통한 노후 대비 가능성을 짚어 보았다. 그는 향후 물가 변동성을 고려해 장기채권 외에 물가연동채권이나 주식, 부동산 자산을 함께 적절하게 구성해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짤 것을 조언했다.
◇ 장기채권, 양호한 자산이지만 내재된 위험 요소도 잘 봐야 김 고문은 10년 동안 3%의 이자를 주는 장기채권에 투자하는 상황을 상정해 설명했다. 매년 물가 상승률 3%에 이자소득세율 15.4%를 적용하명 실질적으로 얻는 수익이 얼마가 될까를 계산했다.
1억 원을 장기채권에 투자할 경우 통상적으로 매년 300만 원의 이자를 받게 된다. 10년이면 3000만 원의 이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이자소득세를 떼고 나면 1억 원 장기채권의 1년 이자수익은 254만 원, 10년이면 2540만 원이 된다.
김 고문은 여기서 ‘실질구매력’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한다. 당장 첫 해는 1년에 254만 원을 받지만 1년 뒤, 10년 뒤의 실제 받는 돈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이 장기채권의 최대 위험요소라고 말했다.
물가 상승률을 반영할 경우 1년 뒤 실질 이자 수익은 247만 원으로 줄게 된다. 이후 매년 줄어 10년 후에는 189만 원으로 뚝 떨어진다. 10년치를 더하면 당초 예상했던 2540만 원이 아니라 2167만 원이 된다.
더 중요한 것은 10년 뒤 돌려 받는 투자원금 1억 원의 실질가치다. 3% 할인율을 적용하면 10년 후에는 7441만 원으로 구매력 가치가 떨어진다. 이자 세후 실질구매력이 2167만 원이고 원금의 실제 가치가 7441만 원으로 떨어진다면 결국 1억 원의 원금으로 10년 후에는 392만 원의 손해를 보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처럼 물가에 취약하다는 것이 장기채권의 가장 큰 변수다. 김 고문은 “물가가 안정적일 때는 괜찮지만 물가가 더 오를 경우 장기채권의 실질구매력은 더 떨어지게 된다”면서 “실질구매력 기준으로 보면 장기채권은 안전하다 라기 보다는 위험자산에 가까울 수도 있다”고 말한다.
◇ 물가 불확실성 높을 때는 물가연동채권이 대안 김 고문은 미국에서 물가가 안정적이었던 때와 변동성이 컸던 시기를 비교 분석해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분석한 자료를 참고로 제시했다. 물가연동채권과 주식, 단기채권, 장기 채권을 갖고 시기별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계산한 자료다.
이 자료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이 불확실한 시기의 경우 위험을 꺼리는 일반적인 투자자라면 주식이 35, 장기채권이 8, 나머지는 단기채권으로 구성하는 것이 최적의 포트폴리오로 꼽혔다. 반대로 물가가 안정된 때는 주식 19, 장기채 81의 배분안이 제시됐다.
결국 인플레이션이 불확실한 시기에는 장기채권을 보유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 포트폴리오이며, 이럴 때는 오히려 주식과 물가연동채권을 보유하는 것이 안전한 자산 배분이라는 얘기다. 자칫 실질구매력이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제한 실질금리가 잘 변동하는 시기, 그런데 물가 불확실성은 없는 시기라면 물가연동채권과 장기고정금리채권 둘 다 유리하지만 실질금리가 잘 변동하는데다 인플레이션 불확실성이 있는 시기라면 장기채권보다는 물가연동채권이 유리하다고 김 고문은 덧붙였다.
그는 “3개월 짜리 단기채권을 비롯해 현금은 어떤 경우에도 안전한 자산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결국 물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가장 안전한 자산이 물가연동채권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물가연동채권은 물가가 오른 만큼 원금이 올라간다는 의미이니, 물가가 30% 올라가면 나중에 1억 3000만 원을 돌려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 최적의 노후 포트폴리오는? 이자나 배당을 주면서 원금의 가격도 따라 오를 수 있는 자산이면 가장 좋다. 그런 대표적인 자산이 부동산이나 주식이다. 우리 주식시장에서 1980년에 코스피 지수가 100이었는데 지금은 2700 정도이니, 30년 사이에 원금이 27배가 뛰었다는 얘기다.
김 고문은 자신이 30년 전에 청약예금에 넣어 두었던 300만 원이 지금도 여전히 원금 300만 원 그대로 남아 있다며 “장기적으로 자산을 배분할 때는 이처럼 장기채권은 원금 가격이 고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감안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장기채권은 노후의 안전자산이기는 하지만 인플레이션 리스크에는 가장 취약한 자산이기도 하다”면서 “원금 가격이 오를 수 있는 주식이나 부동산과 함께 자산 배분을 하지 않으면 노후 대비 수단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말한다.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꾸리려면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자산배분이 필수라는 것이다.
여기서 변수는 있다. 우선, 장기 채권의 장점 역시 작지 않다는 점이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앞으로 금리 하락기에 접어들 경우 채권 가격이 올라 세금없이 차익을 챙길 수 있고, 표면금리가 낮은 채권의 경우 절세 효과가 있다는 점 등이다. 그래서 더더욱 장·단기 채권을 적절히 믹스하고 주식이나 부동산 자산을 골고루 배분하는 포트폴리오가 바람직하다는 얘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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