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생활법률] 실거주 명도소송

이의현 기자 2024-01-22 07:46:38

아파트에 세를 들어 살고 있는데 갑자기 집주인이 들어와 살겠다며 집을 빼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현행 법 상 집주인이 실거주 목적으로 명도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간혹 허위로 세입자를 속여 나가게 하는 경우도 발생하곤 한다. 이런 경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엄정숙 부동산 전문변호사를 통해 알아보자.

- 실거주 목적이라는 집주인의 주장이 허위로 의심된다. 하지만 집을 빼지 않으면 명도소송을 하겠다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집주인의 실거주 통보로 세입자와 명도 분쟁이 일어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법률상 정당한 퇴거 통보라면, 세입자가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명도소송의 근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라도 일방적인 명도소송은 어렵다. 특히 세입자가 아직 갱신요구권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면 더욱 그렇다. 그런 상황에서 집주인의 실거주 통보로 명도 분쟁이 발생한다면 집주인에게 실거주에 대한 증명 책임이 있다.”

- 집 주인의 실거주 사유가 명도소송의 근거가 될 수 있나.
“건물주가 세입자를 상대로 건물을 비워달라고 청구하는 것이 명도소송이다. 평균 4개월 정도가 소요되지만 2년 가까이 끌기도 한다. 문제는 집주인의 직접 들어와 살겠다는 사유가 명도소송의 근거가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지난 2020년에 개정된 ‘임대차 3법’에서는 집주인의 실거주 목적이 갱신요구권을 거절할 정당한 사유가 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계약을 갱신할 수 없으니 법률상 계약해지가 된다는 말이다. 계약 종료와 함께 세입자는 건물주에게 집을 반환해야 할 의무가 생기는데, 세입자가 이에 불응한다면 명도소송의 근거가 된다.”

- 집주인이 실제 거주할 목적이 아님에도 세입자를 내보내기 위해 허위로 통보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들었다.
“그렇다. 실제로 집주인의 실거주 통보를 믿지 못한 세입자가 갱신요구권을 주장하며 버티자 집주인이 명도소송을 제기한 사례가 2023년에 있었다. 이 사건에서 1심과 2심 법원은 집주인의 실거주 계획에 의문은 가지만 명백한 모순이 없다며 집주인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은 실거주에 대한 구체적인 증명 책임은 집주인에게 있는데도 통상적으로 수긍할 만한 정황으로 보기 어렵다며 세입자의 손을 들어주었다(대법원 2023. 12. 7. 선고 2022다279795 판결).”

- 집주인이 실거주 목적임을 입증해야 한다는 취지인가.
“대법원의 판결은, 집주인의 실거주 의사를 어떻게 진실로 판단해야 할지 종합적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최근에는 이렇게 세입자를 내치고선 자신이 아닌 가족이나 지인을 새로 입주시키는 경우가 적발된 경우들이 있다. 실거주 의사라도 집주인의 주거 상황이나 구체적인 실거주 계획과 사정을 세입자에게 증명할 책임이 필요해 보인다.”

- 명도소송을 하는데 따르는 제약은 없나. 집주인의 황포일 수도 있지 않나.
“보완 장치가 있기는 하다. 집주인의 실거주 계획이 사실이라고 해도 실거주 통보 기간을 놓쳤다면 명도소송을 제기하기가 더 어렵다. 주택 임대차보호법에는 ‘계약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계약 갱신이나 종료에 관해 당사자에게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집주인의 실거주 통보를 최소한 계약 종료 2개월 전까지는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계약이 자동으로 연장되는 ‘묵시적 계약 갱신’이 이뤄져, 집주인이 세입자를 함부로 내보낼 수 없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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