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다양한 프리미엄 가사 대행 서비스, 우리는?

이의현 기자 2024-03-12 07:50:12

대체로 75세를 넘기면 생활의 질에 영향을 줄 정도로 체력이 떨어진다. 80세가 넘으면 그 비율이 급격히 상승해, 근육량과 신체기능이 저하되는 ‘사르코페니아’ 의심자가 된다. 남의 도움 없이는 사실상 일상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럴 때 육체적으로 특히 힘든 일들을 대신해 주는 가사 대행 서비스가 큰 힘이 된다. 2015년에 이미 80세 이상 인구가 1000만 명이 넘은 세계 최고령 국가 일본의 프리미엄 가사 대행 서비스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 

◇ 빠르게 진화하는 일본의 가사 대행 관련 서비스
일본에서는 집 청소부터 장보기, 요리 대행, 정리 정돈, 묘지 청소 등은 이제 너무 대중적인 가사 대행 서비스 목록이 되었다. 이런 육체적 업무를 넘어 이제는 정신적 영역까지 서비스의 범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함께 산보 하기, 말 상대 해 주기, 바둑 함께 두기 같은 ‘심적 도우미’ 역할까지 가사대행 서비스의 영역이 날로 확장되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인기가 급상승 중인 서비스는 요리 대행 서비스라고 한다. 나이가 들면 ‘악력’이 떨어져 딱딱한 채소나 과일을 써는 것조차 쉽지 않기에, 재료 준비부터 마지막 설거지와 정리정돈까지 대행해 주는 서비스 업체들이 성행하며 노년층의 부담을 크게 덜어주고 있다고 한다.

청소 대행도 날로 커지는 영역이다. 무릎과 허리에 탈이 난 고령자들의 요청이 쇄도한다고 한다. 유난히 깔끔한 일본 노인들이 욕실의 곰팡이 제거나 화장실 청소 등을 대행 서비스에서 만족감을 찾는다. ‘베어즈’라는 업체는 월 2~3회 정기적으로 출장을 와 하루 3~4시간 정도 청소를 해 주고 교통비와 별도로 1만 엔 가량을 받는다. 

성묘 대행 서비스 ‘사쿠라 서비스’도 큰 인기다. 예배와 주변 청소, 잡초 제거 등 명절 성묘 대행과 묘지 청소를 한 세트로 해, 평균 묘 하나당 8000엔 정도를 받는다고 한다. 장 보기 같은 구매 대행 서비스도 최근 급증하고 있다. 80세 이상이면 운전면허를 반납하는 이들이 많아, 집에서 먼 마트를 이용하려면 이 서비스를 활용할 수 밖에 없다. 한 곳 당 서비스 요금은 500엔 정도인데, 가전 제품 구매 대행이 가장 인기라고 한다.

가사 대행 전문회사인 ‘더 스킨’은 최근 산보 동행에서부터 말상대까지 해주는 가족 대행 서비스인 ‘더 스킨 라이프케어’라는 신상품을 선보였다. 가족에게도 말 못할 속 사정까지 들어주니 스트레스도 발산되어 효과가 크다고 한다. 일본 전문가인 김웅철 작가는 “이밖에도 잡지나 신문을 읽어주는 ‘음독 서비스’, 장기나 바둑을 같이 두어주는 서비스, 손이 닿지 않는 가려운 것을 긁어주는 서비스까지 다양한 대행 서비스가 속속 개발되고 있다”고 전했다.

◇ 우리나라도 가사 서비스 이용 크게 늘어
우리나라에서도 맞벌이가 늘고 고령 단독가구가 증가하면서 요리나 청소·세탁부터 육아까지 집안일을 전문가에게 맡기는 ‘가사 서비스 소비’가 크게 늘고 있다. 관련 소비 규모가 2년에 3배 씩 증가한다는 카드사 통계가 있을 정도다. 요리·육아 분야의 서비스 이용 규모는 최근 몇 년 사이에 10배 가량이나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들어선 50대의 결제 건수가 유난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기업체들도 이 시장에 앞다퉈 진출하며 선점 경쟁을 펼치고 있다. 맞춤형 통합 돌봄 매칭 플랫폼 ‘케어네이션’은 간병부터 동행, 가사 돌봄 매칭 서비스까지 모든 노년 케어를 사업 영역으로 삼고 있다. 보호자가 간병 장소와 기간, 환자 상태 등을 공고 등으로 알려주면 간병인이 이를 확인해 상호 조율 아래 합리적인 비용 결정 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전국 24시간 실시간 매칭이 특징이다. 좋은 간병인을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는 고령자나 그 가족들에게 희소식이다. 최근에는 병원 동행 매칭 서비스에 청소나 정돈 같은 일상 돌봄까지 서비스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에도 쓰레기를 대신 버려주고 약을 대신 사다 주고, 수납 정리는 물론 병원 동행 같은 ‘역할 대행’ 서비스까지 다양한 가사 대행 서비스들이 선을 보이고 있다. 건강 검진이나 정기 진료 때 검사실을 안내하는 것은 물론 의사의 처방이나 소견을 듣고 집으로 안전하게 고령자를 모셔다 드리고 가족에게 처방 내용 등을 전달해 주는 서비스도 나와 있다.

일본에서 빈 집을 관리해주는 ‘폐가 관리 서비스’가 하나의 비즈니스 영역으로 자리잡는 동안 우리나라에서도 시골의 오래된 집들을 관리해 주는 대행 업체들도 선을 보이고 있다. 정기적으로 방문해 파손된 시설을 점검 수리하고, 혹 도난의 위험은 없는지까지 살피는 업무다. 보안경비회사인 ‘세콤’은 이미 65세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세콤 마이 홈 콘세르주’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세콤 외에도 관련 기업들이 전등 교환부터 집안 청소, 심지어는 휴대폰 사용법도 가르쳐 주고, 집 주인이 사망한 후에 반려동물을 돌봐줄 수 있는 ‘펫 신탁’ 같은 상품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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