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실리콘밸리 연쇄창업가 아짐 아지르 "플랫폼 기업이 '기하급수 시대'의 상징이 되었다"

박성훈 기자 2024-04-18 07:53:58
사진=미래에셋은퇴연구소


글로벌 시장에서 ‘자본의 집중’이 최신 화두다. 알파벳과 애플,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테슬라 등 미국의 7개 빅 테크 기업 ‘매그니피선트 세븐’(Magnificent Seven)이 세계 증시 자본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왜 이렇게 비이성적으로 M7에 글로벌 자본이 쏠리는 것일까.

<2040 위대한 격차의 시작>을 쓴 아짐 아자르가 미래에셋은퇴연구소와의 화상 인터뷰를 통해 그 원인과 향후 전망 등을 조망했다. ‘THE SAGE INVESTOR’에 소개된 인터뷰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 기술은 당신에게, 특히 당신의 이론적 프레임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 
“기술은 헤드폰이나 아이폰보다 훨씬 심오하고 매우 근본적이다. 인간이 오랜 세월 습득하고 집대성해,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이나 디바이스, 서비스로 바꿔놓은 지식이다. 우리의 삶에 근본적인 방식으로 뚜렷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 일반적으로는 기술이 도구나 디바이스인데, 당신은 ‘아주 근본적’인 것이라고 표현했다. 
“기술은 비즈니스 모델과 산업구조를 바꾼다. 기술이 산업구조를 바꾸면 경제를 변화시키고, 경제를 변화시키면 노동자와 고용주의 관계도 바뀐다. 노동자-고용주 관계가 바뀌면 정치가 표현되는 방식도 변한다. 책을 통해 사람들이 다음 혁신을 뛰어넘어 기술의 깊은 측면을 이해하도록 돕고자 했다.” 

- ‘기술은 가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말이 흥미로왔다. 한국 독자를 위해 무슨 뜻인지를 자세히 설명해 달라. 
“컨베이어 벨트 제작 기술은 삶을 좀 더 편리하게 하므로 가치 중립적이다. 하지만 이 기술에는 중요한 디자인 결정이 들어 있다. 그 결정에는 편익과 동시에 비용이 따른다. 우리는 18~19세기 잉글랜드에서 기계화가 시작됐을 때 이익과 생산성이 증가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늘어난 이익은 노동자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그래서 기술이 가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고 말했다.”

- M7 종목이 글로벌 자금을 모두 빨아들이고 있다.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기하급수의 시대’ 와 ‘기하급수적 차이’ 등이다. 기하급수의 시대란, 기술 때문에 현재 일어나는 현상을 설명하는 단어다. 우리가 컴퓨터와 신재생 에너지, 바이오, 제조업 부문에서 활용하는 기술을 갖고 있기에 해마다 제품과 서비스 가격이 30~40% 정도씩 내려간다. 기술은 우리가 최근 100년 사이에 보지 못한 방식으로 경제를 바꿀 것이다. 그래서 지금을 ‘기하급수의 시대’라고 했다.”

- 기하급수적 차이란 무엇인가. 기하급수 시대가 낳은 결과인가.
“기하급수 시대가 낳은 일종의 ‘불평등’이다. 디지털 기술은 새로운 승자를 낳는다. 기술이 우리 일상 생활에 미치는 방식이 아주 달라진다는 얘기다. 전통적 제조회사인 LG화학의 예를 들어보자. 한계수확 체감에 따라 비즈니스 규모가 커질수록 더 성장하기 어려워진다. 그러나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기하급수 시대 기업은 네트워크 효과를 누린다. 비즈니스 규모가 커질수록 더 커진다. 투자자들은 이미 그 차이를 인식했다. 그래서 돈을 기하급수적 차이를 누릴 수 있는, M7 종목에 쏟아 부었다.”

- 그렇다면 한계수확 체감의 법칙은 기하급수의 시대엔 더 이상 맞지 않는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자동차와 청량음료 같은 시장에선 가장 큰 기업이라고 해봐야 시장점유율이 30%, 40% 수준이다. 전통적인 산업에서 어떤 기업의 점유율이 95%까지 되는 회사는 없다. 하지만 웹 검색과 SNS, 온라인 유통, 호텔 예약 등의 디지털 시장에서는 선두 주자의 점유율이 75%, 80%, 90%, 95% 정도 된다. 한국 밖의 디지털 지형을 보면 2등 기업의 이름을 떠올리기 어렵다. 인스타그램처럼 사진을 공유하는 SNS 가운데 2등은 어느 기업인가?”

- ‘슈퍼스타 기업’이라는 표현도 눈길을 끌었다. 시장점유율 측면에서 선도 기업을 의미하나.
“시장점유율 이상의 것을 갖고 있다. 무형의 자산에 많은 투자를 했다. 기술과 데이터 브랜딩 측면에서, 그 무형의 자산은 그 회사가 가진 실제 데이터뿐만 아니라 그 데이터를 사용하는 사업의 고객과 그 고객들이 보이는 행태에 관한 데이터를 포함한다. 그렇기에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점유율을 늘릴 수 있다. 일단 점유율을 확보하면 놀라운 수익을 거둘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장 지형을 바꿔놓을 수도 있고 고객의 행동양식을 아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도 있다.”

- 플랫폼 기업이 기하급수의 시대의 상징적인 존재라고 했다. 투자자를 위해 다음 슈퍼스타는 어떤 기업이 될까. 
“이미 네트워크 효과를 확보해 앞으로 찾아올 변화에서도 생존력이 강할 것으로 보이는 플랫폼 기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예를 들면 엔비디아 같은 회사는 인공지능(AI) 시대에 맞는 최고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만든다. 그런데 애플처럼 플랫폼 성격도 갖고 있다. 개발자들이 엔비디아 그래픽 칩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 ‘쿠다(CUDA)’라는 개발 툴을 쓴다. 그래서 쿠다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배워야 한다.”

- 쿠다가 그토록 강력한가.
“쿠다 활용법을 알게 되면 엔비디아 시스템을 다시 사용하고 싶어진다. 쿠다-엔비디아 GPU 사이에는 일종의 에코 시스템 요소가 있다. 엔비디아 생태계가 구글이나 애플 만큼 강하지 않을 순 있지만, 비디오 세계에서는 승자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처럼 기본적인 출발점이 컴퓨팅 파워이기 때문이다. 요즘 구글은 인간보다 컴퓨터에 더 많이 투자하고 있다.”

- 엔비디아는 이미 슈퍼스타다. 눈여겨보아야 할 또 다른 후보가 있다면 어디인가. 
“바이오 분야에서 슈퍼스타들이 등장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최근 30년 사이에 의학계가 유전자 암호를 깬 덕분에 우리는 바이오 산업 등을 정보기술 산업으로 전환해 왔다. 앞으로 네트워크 효과 측면에서, 소프트웨어 회사의 속성을 가지고 블록버스터급 치료제를 개발하는 플랫폼 바이오기업을 보게 될 것이다. 이미 몇 몇 기업이 등장하고 있다. 아직 스타트업 단계지만 바이오 분야에서 빅 위너를 보게 될 것이다.”

 박성훈 기자 shpark@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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