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퇴직 중·장년층, 재취업 시 단순 육체노동으로 몰려”

박성훈 기자 2024-06-13 12:53:12

중·장년층이 퇴직 후 재취업 때 육체적 단순노동 일자리에 종사하는 경향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을 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김지연 연구위원은 13일 ‘직무 분석을 통해 살펴본 중장년 노동시장의 현황과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 연구는 직무를 분석·사회·서비스·반복·신체 등 5가지로 분류한 후 1998년부터 2021년까지의 한국노동패널 자료로 연령대별 변화를 회귀분석했다.

20∼75세 남성 취업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연령이 높아질수록 분석과 사회, 서비스 직무 성향은 낮아지고 반복적인 신체 직무 성향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분석 직무 성향은 30대 취업자에서 가장 높았는데 나이가 들수록 감소하다가 50대 이후의 감소 폭이 컸다.

연령이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저숙련·저임금 일자리에 종사한다는 뜻인데, 이런 직무 변화는 주로 실직 혹은 퇴직한 뒤 새로운 일자리를 찾게 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50세 미만 연령대에서 이직하는 경우에는 분석 직무 성향이 거의 변하지 않거나 오히려 증가하기도 했지만, 50대 이상 연령대에서 이직할 때는 분석 직무 성향이 크게 하락한다는 것이다. 여성도 남성과 대체로 비슷한 경향을 보였으나, 출산·육아에 따른 경력단절로 분석 직무 성향이 낮아지는 시점이 30∼40대로 남성보다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위원은 “분석, 사회 직무 수행에 필요한 능력이 있는데도 해당 직무를 수행하는 일자리에 채용되지 못하는 중장년층 근로자가 존재한다는 것”이라며 “현재 노동시장에서 중장년층이 보유한 인적자원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라고 분석했다.

그는 결국 중장년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중장년층에 대한 수요를 억제하는 과도한 연공서열형 임금 체계 대신, 재직기간보다는 직무의 내용과 성과에 따른 임금체계를 확대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현재 법정 정년 이전에 생애 주직장에서 조기퇴직 하는 근로자가 많은 점을 고려할 때, 법정 정년 연장의 실효성은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정년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활용할 것을 주장했다.

 박성훈 기자 shpark@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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