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계적 인구학자 폴 몰런드 “젊고 역동적인 국가에 대한 투자가 필요”

이의현 기자 2024-11-06 11:02:55
사진=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인구는 이제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국가 안보와 경제를 뒷받침하는 ‘힘’이다. 하지만 한국은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0.78로 세계 최저수준을 기록할 정도로 인구 문제가 심각하다. 인구 문제의 해법과 더불어 투자자 관점에서 주목해야 할 인구·경제의 관계에 대한 조언이 필요한 이 시점에,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고영태 KBS 기자(연구위원)와 영국의 세계적 인구학자 폴 몰런드(Paul Morland) 런던대 버크벡 칼리지 연구원의 특별 인터뷰를 실었다. 폴 몰런드는 <인구가 바꾼 역동의 세계사>의 저자로 유명하다. 그 내용을 요약 정리해 소개한다. 
 
- 인구 증가 공식의 세 가지 구성 요소인 출생률과 사망률, 이주(이민) 등이 어떤 상호작용을 통해 국가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가.
“출생은 자연적 증가이고 사망은 자연적 감소이다. 사람들이 외부에서 유입되거나 다른 곳으로 떠날 수도 있다. 국가가 저개발 상태일 때는 출생자와 사망자가 많다. 국가 경제가 발전하면 처음에는 출생자 수가 높게 유지되고 사망자 수가 감소하면서 인구가 늘어난다. 한국의 인구도 그렇게 1950년 대초 2000만 명에서 현재 5500만 명으로 증가했다. 다음 단계에서는 출산율이 하락한다. 그리고 출산율이 오랜 기간 크게 떨어진 상태가 되면 ‘떠나는 사람’(사망자/해외 이주자)이 ‘도착하는 사람’(출생자/국내 유입 인구)보다 많아져 결국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다.”

- 오늘날 선진국의 경제력 축적에서 인구는 어떤 역할을 했나.
“경제 규모를 키우고 산업을 육성하고 강력한 군대를 만들려면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 유럽의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던 120년 전에는 유럽이 세계를 지배했다. 영국은 본토에서 인구가 계속 증가하는 동안 미국의 캘리포니아에서 호주의 뉴 사우스 웨일스에 이르는 모든 지역에 이주민을 정착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영국의 정치, 사회 그리고 문화적 관습을 정착시켰다. 룩셈부르크의 1인당 GDP는 미국보다 훨씬 높지만, 인구는 미국의 1%도 되지 않는다. 국제 문제에 있어서 룩셈부르크는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 한국은 2020년부터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아지는 자연 인구 감소에 직면해 있다. 
“한국은 저출산과 연계된 모든 특성을 가지고 있다. 1인당 GDP가 최근 매우 빠르게 증가했고, 도시화와 교육 수준이 상당히 높다. 그리고 소수의 자녀에게 많은 자원을 쏟아붓고 있다. 출산 감소를 둔화시키는 경향이 있는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전통도 거의 없다. 직장을 다니면서 자녀를 기르는 여성에게 더 많은 권리(유연근무, 출산휴가 가족 친화 정책 등)를 부여하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하지만 사회 전체의 문화가 변해야 한다. 국민 전체가 지속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



- 일본의 GDP는 세계 4위이다. 현재의 고령화 속도로 볼 때 일본 경제 규모가 영국이나 프랑스보다 더 작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일본의 인구는 21세기 말에는 정점 대비 절반으로 줄어들고 동시에 초고령 국가가 될 것이다. 일본의 경제적 위상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점은 너무도 분명하다. 이미 프랑스와 영국의 1인당 GDP는 일부 측정 지표에서 일본보다 높다. 1인당 GDP가 더 높고 인구가 더 많다면 이들 국가는 경제적으로 일본을 추월하게 될 것이다. 많은 다른 국가들도 고령화와 곧 닥칠 인구 감소라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들더라도 기술 혁신에 따른 생산성 향상으로 인구 감소에서 비롯된 노동력 부족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선진국에서는 수십 년 동안 노동 생산성의 증가율이 하락하고 있다. 이번에는 과거와 다를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여전히 노동력이 필요하고 영국이나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한 시간의 노동이 생산할 수 있는 GDP가 10년 전보다 그렇게 많아지지 않았다. 기술이 노동력 부족에 대한 해결책이라면 여전히 이주민이 많이 유입되고 경제가 완만하게 성장하는 영국과 같은 곳에서 노동력 부족 현상을 경험하지 않을 것이다.”

-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서도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로 인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산업 분야나 기업이 있을까.
“노년층을 위한 주택 수요가 많을 것이다. 노인을 돌보는 데 들어가는 노동력을 절감할 다양한 장비나 기구를 만드는 사람들이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노인 돌봄 서비스 기관의 직원이 차량을 이용해 요양 시설이나 노인 가정을 방문할 수 있다는 것은 과거에 전기 사용만큼이나 큰 변화이다. 그러나 나이 든 세대를 위한 혁신은 지금까지 그 성공이 제한적이었다. 일본의 요양원들은 돌봄 로봇이 효용 가치보다는 오히려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는 이유로 사용을 포기했다고 한다. 노인을 돌보는 일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잠재적 수익 창출력이 엄청날 것이다. 그래서 많은 투자자금이 이런 분야로 흘러갈 것으로 생각한다.”

- 인구 고령화로 인한 재정 압박은 국가의 연금 정책뿐만 아니라 기관과 개인의 연금 운용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 같다. 
“각국 정부는 연금을 대폭 삭감해야 할 것이고 이는 큰 국가적 갈등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이미 프랑스와 러시아에서 이러한 현상을 목격했다. 은퇴 나이를 약간 조정하는 것조차 큰 저항에 부딪힌다. 경제가 쇠퇴하는 고령화 국가에서 개인연금을 운용하는 이들은 젊고 역동적인 인구를 가진 국가에 투자할 필요성이 커질 것이다. ‘투자에 부적합’하다면 투자수익률이 낮을 것이다. 정부는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상당한 규모의 자본이 필요하지만 어느 시점에서 시장이 정부의 재정 신뢰도를 우려하게 될 것이고, 이는 금융시장에 엄청난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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