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붐 세대의 본격 은퇴 시기와 맞물려 국내에서도 ‘은퇴 후 재취업’이 큰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은퇴자들이 100세까지 남은 인생을 경제적 부담 없이 활기차게 지내는 것은 해당 지역사회의 활성화 차원에서도 대단히 중요한 이슈이자 당면 과제다. 우리보다 앞서 초고령사회를 경험 중인 일본에서도 액티브 시니어의 일자리, 지역사회 참여를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전문가인 김웅철 지방자치TV 대표이사(매일경제 전 도쿄특파원)가 최근 일본에서 주목을 끄는 ‘모자이크형 취업(モザイク)’을 소개해 주목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각각 전일제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일을 여러 부문으로 쪼개 여러 명이 나눠서 일하는 방식이다. 일의 내용이나 시간, 지역을 세세하게 나눠 자산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 일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 앱 하나로 간편 신청 퇴직한 시니어들은 대부분 하루에 몇 시간 정도를 유연하게 일하기를 원한다. 가능하면 멀리 가지 않고 자신의 거주 반경 내에서 일자리를 찾길 희망 한다. 어느 정도 경제적 여건이 마련된 경우라면 더더욱 생계보다 사회 봉사나 건강 유지, 교우 관계 확대 등 노후에 보다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일자리를 얻기를 원한다. 그래서 더더욱 모자이크형 취업이 관심을 모은다.
모바일 앱으로 구현되는 ‘GBER’라는 일자리 매칭 플랫폼이 그 주역이다. GBER란 ‘Gathering Brisk Elderly in the Region(지역의 건강한 고령자를 모은다)’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지역 내 시니어 일자리 매칭 서비스라는 의미다. ICT(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한 시니어의 유연한 근로 방식을 고민하던 도쿄대학 첨단과학기술연구센터 히야마 아쓰시 특임교수가 만들었다.
히마야 교수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GBER를 통해 건강한 퇴직자들이 활약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젊은 사람들을 떠받쳐 주는 시스템을 만들면, 소수의 젊은 세대가 다수의 시니어 세대를 지탱하는 인구 피라미드가 아니라 다수의 시니어가 소수의 젊은 세대를 떠받쳐 주는 안정된 인구 피라미드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011년부터 5년 여의 연구개발 끝에 일하는 시간, 장소, 스킬의 관점에서 직업을 매칭해 시니어의 생활 스타일에 맞는 구직을 지원하는 GBER 시스템을 고안했다. GBER 플랫폼은 분해된 1인분의 일을 시간·장소·스킬 3가지 관점에서 복수의 시니어 노동력과 매칭시켜 준다. ‘맵’을 통해 참여자의 생활권 내에서 지역 활동을 찾을 수 있다.
◇ 점점 확산되는 GBER 프로젝트… 한계 극복 방안도 모색 GBER를 활용한 모자이크형 취업의 실증 실험은 2016년 4월 지바현 가시와시에서 처음 이뤄졌다. 이곳의 도쿄대 캠퍼스 내 ‘고령사회 종합연구기구’가 공조했다. 첫 일감은 나뭇가지치기 등 정원 가꾸기 작업이었다. 30명 정도의 시니어 그룹 ‘가든 서포터’가 참여해 2개월 후까지의 자신이 일하고 싶은 희망을 GBER 앱의 달력에 등록해 모자이크 작업이 이뤄졌다.
1회에 보통 10명 정도의 멤버가 모였다. 대체 멤버의 정보도 쉽게 파악할 수 있어 교체도 무리 없이 진행되었다. 보통은 혼자서 가지치기 작업을 할 경우에 반나절 이상 걸리지만, 모자이크형 취업을 통해 팀으로 작업을 하니 1회 근무 시간은 3시간 정도면 충분했다.
2022년 3월까지 약 6년간 진행된 가시와시의 정원 가꾸기 모자이크형 취업에는 6000여 명의 고령자가 참가하는 성과를 이뤘다. 이런 성공 스토리’가 알려지면서 구마모토현 나가스초 실버인재센터에서는 향토 산업인 감상어(鑑賞魚) 경매 보조 일자리를 GBER로 모집했고, 도쿄세타가야구, 후쿠이현과 도쿄도 하치오지시에서도 지역의 고령자나 고령자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GBER 플랫폼이 활용되었다.
당초에는 시니어들의 재취업 매칭을 상정한 지원 앱이었지만, 이제는 일뿐만 아니라 자원봉사나 평생학습, 취미 동아리 등 다양한 지역사회 활동 참여를 촉진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김웅철 대표는 그러나 “GBER를 활용한 모자이크형 취업이 정착하려면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우선, 고령자들의 일감 수요에 비해 지역사회에서 제공되는 일자리 수와 종류가 부족하다고 한다. 디지털 단말기에 익숙하지 못한 고령자들에게 모바일 앱 GBER 활용이 쉽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한다.
고령자가 지역 내 사업자에 대해 알지 못하거나, 실제 업무보다 업종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참여를 주저한다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시니어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이벤트 등을 통해 지역 내 활동이나 사업자를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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