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후반이 다가올수록 노후에 마땅한 일거리나 취미가 없이 무미건조하게 살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에 국내외 주요 인물들의 사례를 들어, 인생 후반기를 소중하게 보낼 수 있는 ‘나 만의 아르떼’를 찾자는 취지의 글을 올려 관심을 끈다.
김 고문은 강의를 나갈 때마다 “인생 후반에 일의 가치는 어디에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가장 일반적인 답은 ‘자기실현’, ‘건강’, ‘시간 보내기’ 등이라고 한다. 김 고문은 이런 것 들은 일이 가지는 비경제적 가치라고 보고, 장수 시대 인생 후반기에 일의 가치를 한 단계 더 밀고 나갈 수 있는 방법을 국내외 유명인들의 사례를 들어 소개했다.
일본 에도 시대의 인물 이노 다다타카(1745~1818)는 젊어서 크게 재산을 일구었으나 50세에 가업을 물려주고는 갑자기 천문학을 공부한다. 이후 막부로부터 일본지도 제작을 의뢰받아 17년 동안 전국을 실측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7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지도는 제자들에 의해 완성된다. 이 지도가 일본 최초의 실측 지도로, 위도 1도의 오차가 1/1000에 불과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고 한다.
이노 다다타카가는 왜 천문학 일을 했을까? 김 고문은 이것을 ‘아레테(arete)’라고 설명했다. 아레테는 그리스말로 ‘탁월함’ 혹은 어떤 사물이 드러내는 뛰어난 가치 등을 의미한다. 이노의 아레테는 천문학이었던 것이다. 김 고문은 60세 이후 건강한 삶이 20년 정도 있다면 일의 가치를 한 단계 더 깊이 들어가서 자신의 강점, 자신의 아레테를 실현해볼 것을 권했다.
미국의 그랜마 모제스(1860~1961)는 농부였던 남편의 사망 후 평소 즐기던 그림을 78세 때부터 그리기 시작해 101세로 죽기까지 1500여 점의 그림을 그렸다. 우연히 동네 약국에 팔려고 걸어 놓은 그림을 한 화상(畵商)이 보고 뉴욕에서 전시회를 열게 되면서 크게 알려지게 된다. 3~5달러에 팔리던 그림들이 8000~1만 달러에 팔리게 된다. 모제스는 그림을 그리는 자신의 아레테를 인생 후반에 실천한 것이다.
우리보다 고령화가 앞선 일본에서는 60세를 넘어 신춘문예에 등단하는 사람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데 최근 우리나라도 비슷하다. 1939년 생인 하기주 작가는 코오롱 대표이사를 지낸 사람이다. 그런데 은퇴 후 글 쓰기에 매달려 84세에 마산과 창녕 등을 중심으로 일제시대 한 가문의 이야기를 쓴 ‘목숨’이라는 3권의 장편소설을 내며 등단했다. 학창시절의 재능을 뒤늦게 꽃피운 것이었다.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2022년인 77세에 한국소설신인상 단편소설 부문에 당선돼 문단에 등단했다. 경남고 2학년 때 소설가가 되겠다며 자퇴한 적이 있을 정도로 글쓰기를 좋아했던 그는, 이후 행정고시에 합격해 관료를 지내다가 결국 자신의 아레테인 글쓰기를 은퇴 후에야 시작할 수 있었다. 그에게 글쓰기는 아레테이자 운명이었던 것이다.
김경록 고문은 “낭수시대 인생 후반의 일을 선택할 때는 건강이나 시간 보내기, 취미, 관계와 같은 비경제적 이유로 일을 선택하는 것도 좋지만 자신의 강점과 자신이 응당해야 할 일, 즉 아레테를 찾고 이를 실천해 가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구든 ’나의 아레테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볼 것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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