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은퇴 후 소득 있으면 연금 삭감...‘재직자 연금 감액 제도’ 한일 비교해 보니

이의현 기자 2024-03-04 08:24:38


이제는 나이 60을 넘어 70이 되어도 ‘일자리’가 필요한 세상이 되었다. 조금이라도 일할 상황이 되면 어떤 일이든 노후 소득을 만들어야 안심이 된다. 국가 재정 측면에서 보더라도, 한 명이라도 고령자들을 일자리 시장으로 끌어내야 세금을 더 거둬들일 수 있어 좋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연금 감액제’라는 것이 있어, 현재 연금받는 기간 동안 일정 소득이 있으면 연금을 감액하도록 되어 있다. 최고령국 일본은 우리와 달리 개선책을 이미 내놓고 고령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여력이 있을 때 일을 더 하라고 독려한다. 우리는 어떨까.

◇ 일본은 연금 감액제 지난해 폐지
일본 정부는 지난해 4월부터 일정 이상 수입이 있는 고령자의 연금 지급액을 삭감하던 ‘재직자 노령연금’ 제도에 메스를 가했다. 그 전까지는 월 소득이 28만 엔 이상이면 연금액의 절반까지 깎았으나 이때부터는 그 기준액을 48만 엔으로 크게 높였다. 연금수급자라도 이 정도까지는 근로소득을 인정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일본 정부는 연금 감액 조치가 고령자들의 취업 의지를 꺾어선 안된다는 판단에서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 한 명이라도 고령자를 더 일터로 끌어내어 그들로 하여금 더 활기 있는 노후를 지내게 하는 한편으로 경제를 돌아가게 하려면 재직자 노령연금 제도 손질이 불가피하다고 본 것이다. ‘일하는 고령자’는 곧 재정 확대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이와 함께 연금법도 개정해, 공적연금의 수급 개시 연령을 75세 이후로 늦출 수 있도록 했다. 일할 의지를 가진 고령자들이 최대한 현역으로 남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당초 65세에 받던 것을 늦출수록 수급액이 더 늘어나도록 하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일본의 70세 이상 고용자 수가 150만 명이 넘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수급 개시 연령 연장은 곧 사회보험료를 내는 고령자가 많아짐을 의미하는 것이다. 

◇ 한국도 폐지 검토 중이라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5월에 우리나라 공적연금 개선 방안을 제시하면서 우리의 급변하는 인구구조 상황을 반영할 것을 권고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재직자 노령연금 감액 제도를 손볼 것을 강조했었다. 우리 정부도 고령화에 따른 여러 부작용을 고려해 지난해 말 이 제도의 폐지를 추진할 것을 발표한 바 있다. 

연금당국도 이러한 감액 장치가 고령자의 경제활동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에 공감하고 제도 폐지를 포함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전히 법령 미비 및 준비 부실에 실제 시행을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선의의 피해자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실이 국민연금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퇴직 후 소득 활동으로 인한 다른 소득(근로소득 또는 필요경비 공제 후의 소득)이 이른바 ‘A값’을 초과하는 바람에 국민연금이 깎인 노령연금 수급자가 지난해만도 11만 799명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전체 노령연금 수급자 544만 7086명의 2%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들이 작년 한 해 동안 삭감당한 연금액은 총 2167억 7800만 원에 달했다. 노령연금의 삭감 기준액인 ‘A값’은 지난해 286만 원 수준이었는데, 이는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3년간 평균소득 월액으로 계산된다. 퇴직 후 일정 이상의 소득이 생기면 그 소득액에 비례해 노령연금을 깎도록 되어 있는 현행 국민연금 법과 규정 때문이다.

특정인에게 소득이 과하게 몰리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가 적지 않은 고령 근로자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감액 금액은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 원이 넘어 적지 않은 규모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