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손해 보더라도 국민연금 조기수령? … 은퇴 후 소득공백 우려에 조기노령연금수급자 급증

이의현 기자 2024-03-20 10:36:18


국민연금 수급자 가운데 손해를 감수하고 조기노령연금을 수령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연간 90만 명을 넘어 내년이면 100만 명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베이비 부모의 조기 은퇴가 가속화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조기 수령자 대부분이 은퇴 후 소득 공백으로 인한 생계비 걱정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아쉬움을 더한다.
◇ 작년 국민연금 조기 수령 급증, 왜?
국민연금공단이 20일 발표한 ‘국민연금 공표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1월 현재 조기노령연금 총 수급자는 84만 9744명으로 확인됐다. 남자가 57만 4268명, 여자가 27만 5476명이다. 이 같은 수치는 법정 노령연금 수령 시기를 1∼5년 앞당겨서 받도록 한 조기노령연금 제도가 시행된 1999년 이후 최대 규모다.
특히 지난해 국민연금 조기 수령자가 갑자기 크게 늘어났다. 조기노령연금 총 수급자는 2012년 32만 3238명에서 2013년에 40만 5107명으로 40만 명을 넘기더니 2016년에 51만 1880명, 2019년에 62만 1242명,  2021년에 71만 4367명에 이어 지난해는 벌써 11월에 85만 명에 육박했다. 연말까지는 90만 명을 넘어섰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현상은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수급 개시 연령이 2023년에 만 62세에서 63세로 한 살 늦춰진 것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에 만 62세가 되는 베이비 부머 세대들이 연금을 타려면 1년을 더 기다려야 할 처지로 몰리자, 퇴직 후 소득 공백을 우려해 조기노령연금을 대거 신청했다는 얘기다.
여기에 지난 2022년 9월부터 시행된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2단계 개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때 건강보험 피부양자 소득 기준이 연 3400만 원에서 연 2000만 원으로 강화되면서, 연간 공적연금 수령액이 2000만 원이 넘으면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하게 된 것이다. 이후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 연금 조기수령 보다는 최소한의 일자리 유지가 최선
문제는 국민연금 조기수령 추세가 올해 이후로도 계속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사실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연구원도 ‘국민연금 중기재정 전망(2023∼2027)’ 보고서를 통해, 조기노령연금 총 수급자가 올해 약 96만명을 거쳐 2025년에는 107만명으로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측한 상태다. 지금처럼 일자리 사수가 어렵고 조기 퇴직 바람이 지속된다면 달리 방법이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은퇴를 앞둔 많은 직장인들이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직해 노령연금을 받을 나이가 될 때까지 소득이 없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보는 경향이 짙다. 56세지만 회사 측의 임금 피크제 도입에 발목이 잡혀 곧 퇴직을 앞둔 한 직장인은 “국민연금이 노후 소득을 보장해주려는 당초 취지가 무색하게 이제는 노후 전 소득 보장의 일환이 되고 있다”며 씁쓸해 했다. 
그렇다고 조기노령연금을 아무나 언제든지 신청해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보험료 납부 기간이 최소 10년이 넘어야 신청할 수 있다. 여기에 신청 당시의 사업·근로소득 총합이 3년간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 평균소득 월액(A값)을 초과하면 안된다. 왠만한 대기업 정도야 큰 걱정이 없지만 중견중소기업에 오래 다닌 직장인들은 쉽게 신청해 수령하기가 용이하진 않다.
조기 수령에 따른 손해도 작지 않다. 1년 일찍 받을 때마다 연 6%씩 연금액이 깎인다. 최대 기한인 5년을 당겨 받을 경우 최대 30%를 감액당해 원래 받아야 할 연금액의 70%만 받게 된다는 얘기다. 4년을 당기면 76%, 3년이면 82%, 2년이면 당기면 88%, 1년이면 94%를 받게 되니 적지 않은 손실이다. 이를 감수하고라도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할 만큼, 각자의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100세를 사는 시대를 고려해 가능하면 조기노령연금 신청을 자제할 것을 권고한다. 당장이야 꼬박꼬박 나오는 연금이 적지 않은 힘이 되겠지만, 수량 시점부터 최소 20년 이상을 더 산다고 한다면 그 손해가 더 크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도 “평균수명이 늘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해, 정말 불가피한 사정이 아니라면 조기노령연금 신청을 자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연금 조기 수령 보다는 어떻게 해서든 오랫동안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한다. 최근에는 은퇴 후 60대를 위한 다양한 공공 일자리가 제공되고 있는데다 민간 기업에서도 부족한 일자리를 메우기 위해 고령자 채용에 눈을 돌리고 있는 만큼, 꾸준히 일자리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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