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기초연금 10년… 이제 손 볼 때가 되었다

이의현 기자 2024-07-01 07:54:32

10년 전인 2014년 7월에 도입된 기초연금이 이달로 도입 10년을 맞았다.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의 노인들에게 매달 일정액을 주는 기초연금 제도는 그 동안 노인 가구의 생활 안정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해 왔다는 평가를 받을 만 하다. 

하지만 가파른 고령화가 제도 운영에 발목을 잡고 있다. 재정 안정성에 경고 등이 켜진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기초연금 개혁을 포함해 그 동안 수십 년 째 묵혀두고 있는 연금 개혁만이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강조한다. 

◇ 도입 취지 대로 ‘노후 빈곤’ 해결에 일정 기여
대한민국은 노인빈곤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다. 2022년 말 현재 38.1%에 달한다. 65세 이상 노인 3분의 1 이상이 빈곤 상태라는 얘기다. 기초연금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그렇다. 2021년 37.7%에서 오히려 더 높아졌다. 기초연금이 중간에 도입되지 않았다면 거의 절반의 노인이 기초 생활조차 안되는 빈곤 상태에 놓여있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다. 

기초연금은 노무현 정부가 제정한 기초노령연금법이 기초가 되었다. 이어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에 처음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에게 월 10만 원의 기초노령연금이 처음 지급되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에 명칭이 기초연금으로 바뀌면서 월 20만 원으로 지금액이 상향되었고 이후 문재인 정부 때 30만 원으로 오른 후 현 윤석열 정부는 월 40만 원으로 인상할 것을 공약한 상태다.

◇ 비현실적인 ‘지급 기준’부터 손봐야
기초연금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지급 대상에 있다. ‘소득 하위 70% 노인’이라는 기준에 따라 책정된 2023년 기초연금 수급자 기준소득이 단독 가구의 경우 월 202만 원, 부부 가구는 월 323만 원이다. 이 기준으로 보면, 수혜자들 가운데 저소득층이 아닌 경우가 의외로 많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문제다.

공시지가 7억 원의 집을 자가로 소유하고 월 300만 원 가량의 근로소득이 있다면 누가 봐도 빈곤층이 아니다. 하지만 현 기준으로는 기초연금 수급 대상자가 된다. 올해부터는 고급 자동차 배기량 기준도 없어져, 3000cc 외제 승용차를 몰아도 다른 요건만 충족되면 기초연금 수령이 가능하다. 정말 빈곤한 노인들에게 투입되어야 할 재원이 엉뚱한 곳에 지원되니 형평성 및 공정성 시비가 생길 수 밖에 없다.

◇ 국민연금과의 중복 복지 논란도
국민연금과의 중복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국민연금 가입 기간과의 ‘연계 감액’ 제도 때문에 국민연금을 많이 받는 사람이 기초연금을 삭감당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성실하게 국민연금을 납입한 사람이 더 불리할 수 있다. 실제로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10년을 초과해 1년씩 증가할 때마다 기초연금은 1만 원 정도 감액된다.

가장 많이 감액되어도 기초연금의 절반까지이고 실제 감액되는 금액도 그다지 많지 않아 보이지만, 국민연금 가입자 입장에서는 선의의 불이익을 받는 셈이다. 때문에 기초연금을 받기 위해 국민연금을 가입하길 꺼리는 이들도 있다. 결국은 국가재정에도 과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 지속 가능성 의문시
저출산·고령화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재원의 한계가 노정되며 기초연금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65세 이상 모든 노인들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려면 GDP의 5.5% 가량이 필요하다고 한다. 지금 금액대로 지급된다 해도 20년 후인 2045년 전후로 연간 지급액이 100조 원이 넘게 된다. 사실상 지급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월 최대 33만 4814원인 기초연금을 받는 노인은 약 700만 명에 이른다. 올해 지급액만도 30조 원이 넘어 복지 예산 지출액 비중으로 첫 손에 꼽힌다. 국방비보다 많은 규모다. 올해 노인인구 100만 명 돌파에 이어 내년이면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현 상태를 그대로 유지해도 2050년에는 국민의 3분의 1이 기초연금 수급자가 된다. 지속가능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 해법을 찾으려면 정부의 결단 시급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기초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선 단기적 해법과 중장기적 해법을 동시에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기초연금 지급액을 소득 기준별로 차등화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기된다. 소득 하위 70%라는 현재의 기준과 병행해 40~50% 기준을 추가하자는 것이다. 하위 소득 노인들에게 더 많은 금액을 지원해 주는 것이 제도 도입의 취지에 맞다는 논리다.

중장기적으로는 국민연금과의 중복 보장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기초연금을 시급히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기초연금의 수급 범위를 좁혀 정말로 빈곤한 노인들에게 재원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수급 대상을 줄여, 더 빈곤한 분들에게 조금 더 많이 주는 기초연금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의 연금개혁의 의지가 다소 부족해 보인다는 점이다. 정부가 의지를 갖고 추진한다고 해도 정치권의 반목이 워낙 심해 현 여야 대치 정국에서 과연 연금 개혁 같은 중차대한 이슈가 합의될 수 있겠느냐는 우려론이 비등하다. 정부가 개혁안을 마련해 국회에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간 충돌 문제를 포함해 전반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정부는 현재까지 수급 대상 축소 등의 민감한 현안에는 고개를 돌린 채, 월 지급액을 40만 원으로 단계 인상한다는 방안만 제기해 놓고 있을 뿐이다.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되지 못한다면 기초연금을 포함한 연금개혁 전체가 장기 표류할 수 밖에 없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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