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작년 폐업자 100만 육박 ‘역대 최대’ … 폐업 후 일자리 못 찾는 자영업자도 ‘속증’

이의현 기자 2024-07-15 10:29:12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가 100만 명에 육박해 역대 최대 증가 폭을 보였다.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사업 부진’을 이유로 한 폐업이 크게 증가하는 가운데 특히 폐업 후 실업자가 된 자영업자들이 1년 새 20% 넘게 늘고 아예 노동시장을 떠나 ‘비경제활동인구’가 된 자영업자들도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낳고 있다.

◇ 내수부진 장기화에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크게 감소
15일 국세청 국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개인·법인)는 98만 6487명으로 집계됐다. 전년의 86만 7292명보다 11만 9195명 증가한 것으로,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치다.

폐업 사유별로는 ‘사업 부진’이 48만 2183명으로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전년의 40만 6225명과 비교하면 18.7%(7만 5958명)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 이어 기타(5만 1203명), 양도·양수(4만 369건), 법인전환(4685건) 등의 사유가 뒤를 이었다. 

업종별로는 소매업 폐업이 27만 653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서비스업(21만 7821명), 음식업(15만 8279명) 등의 순이었다. 모두 내수 관련 업종이다. 부동산 경기 부진 탓에 부동산임대업(9만 4330명), 건설업(4만 8608명)도 부진했다.

폐업 신고가 크게 증가한 것은 고금리 체제가 장기화하면서 대출 부담을 이기지 못한데다 내수 부진 탓에 상대적으로 경영 환경이 열악한 소상공·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은 때문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정부 지원금이 지난해 상당 부분 중단된 것도 란 원인으로 꼽힌다.

◇ 내수 부진 장기화에 올해도 ‘최악’ 배제 못해 
문제는 내부 부진이 빠른 시일내에 해소될 조짐이 없다는 점이다. 사업 부진에 따른 폐업 행진이 올해도 계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얘기다. 자영업자는 올해 1분기에 약 2년 만에 9000명 줄었고 이어 2분기에는 10만 1000명이나 더 줄며 감소 폭을 키우고 있다.

특히 올해 2분기 중 고용원 없는 영세 자영업자인 ‘나홀로 사장님’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만 4100명이나 줄며 2015년 4분기의 11만 8200명 감소 이후 8년 반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내수 회복 가능성을 두고 정부와 국책연구기관이 엇박자를 내는 등 아직은 일관된 경기 회복 조짐이 공인되지 못한다는 것도 우려를 더한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그린북’에서 내수 회복 조짐과 함께 경기 회복 흐름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오히려 내수부진을 이유로 최근 경기판단을 ‘다소 개선’에서 ‘개선세 다소 미약’으로 조정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는 금리 인하 가능성과 함께 내수 회복 가능성도 점칠 수 있으나 영세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에게 희망을 줄 만한 강력한 경기회복 징후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폐업이 당분간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다.

◇ 폐업 후 일자리 못 찾는 자영업자들 어떻게…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현재 월평균 실업자는 91만 8000명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85만 9000명에 비하면 7%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상반기 실업자 가운데 지난 1년 사이 자영업자로 일했던 사람이 월평균 2만 6000명에 달해 1년 전에 비해 23% 이상 증가했다는 통계는 특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폐업 후 구직 활동에 나섰음에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이 계속 늘고 있다는 뜻이다.

자영업자 출신의 실업자는 지난해 5.9%에 이어 올해는 더욱 큰 폭으로 늘어 우려를 더한다. 이들이 일을 그만둔 이유는 ‘일거리가 없어서 또는 사업 부진’이 전체의 61.8%를 차지했다. 임시 또는 계절적 일의 완료(10.7%)가 뒤를 이어 결국 일자리 부족이 극심함을 보여 주었다.

아예 폐업 후 일자릴 찾기를 단념해 ‘비경제활동인구’가 되는 자영업자도 늘고 있다. 상반기 비경제활동인구 중 지난 1년 사이 자영업자로 일했던 사람이 월평균 26만 8000명에 달했다. 지난해 25만 3000명에서 6.0%가 증가해 2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 영세 자영업자들 한계에 내몰려
이런 상황은 영세 자영업자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상반기 비경제활동인구 중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였던 사람은 월평균 3만 1000명으로, 1년 전의 3만 4000명 보다 8.4%나 줄었다. 반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였던 사람은 21만 9000명에서 23만 7000명으로 8.3%나 늘었다.

가장 큰 이유는 내수 부진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수와 직접적인 연관이 큰 숙박 및 음식점업과 도소매업 생산이 지난해부터 계속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다, 관련 업종 재취업을 하고 싶어하는 생계형 자영업자들 역시 그런 구조 속에서 마땅히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자영업자들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임금근로자에서 자영업에 뛰어들었다가 사업을 접은 경우라, 다시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도 일자리 부재를 장기화시키는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이런 상황을 십분 반영해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자영업 소상공인 지원 종합 대책을 담아 발표했지만,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상황이라 어떤 정부 지원책도 단기 미봉책에 그칠 수 밖에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대책 대부분이 배달료 지원이나 대출만기 연장 등 ‘비용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의 경쟁력 개선 방안이나 노동시장 재편 방향 등 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입을 모은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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