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고 연봉자들의 주택담보대출이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특시 수도권에서는 다음 달부터 대출 한도가 대폭 축소되어 사실상 ‘인 서울(In Seoul)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지역별로 차등 적용되는 것을 시작으로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시점과 맞물려 곧 추가 대출 억제 방안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주택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 주택담보대출 금리 지역별 차등화 본격화 금융당국이 20일 발표한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방침에 따르면 은행권의 수도권 주담대에는 스트레스 금리가 추가로 가산된다. 스트레스 DSR은 미래 금리 변동 위험을 반영해 대출 금리에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해 대출한도를 산출하는 제도다. 스트레스 금리가 붙으면 그만큼 대출 한도가 줄어들 수 밖에 없어 주택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금융당국은 한 차례 미뤘던 은행권 주담대·신용대출 및 2금융권 주담대에 예정대로 다음달부터 2단계 조치를 적용하기로 했다, 다만, 은행권의 수도권 주담대에 대해서는 공통의 0.75%포인트 보다 높은 1.2%포인트로 스트레스 금리를 대폭 높였다. 사실상 지역별로 대출 한도가 달라지게 되는 셈이다.
금융당국이 시뮬레이션 해 본 결과에 따르면 소득 5000만 원 차주(30년 만기, 대출이자 4.5% 가정)가 변동금리로 대출받을 경우 스트레스 DSR 도입 전 한도는 3억 2900만 원이었으나 이번 조치로 인해 9월부터는 2억 8700만 원으로 낮아진다. 이전보다 대출 한도가 4200만 원가량이나 줄어드는 것이다. 비 수도권 지방도 3억 200만 원까지 대출이 가능해 한도가 2700만 원 가량 낮아질 전망이다.
연봉이 많을수록 대출 받기가 더 어려워진다. 연봉 1억 원 차주가 30년 만기로 변동금리형 주담대를 받을 경우, 이전에는 6억 5800만 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었지만 9월부터는 수도권 5억 7400만 원, 비 수도권 6억 400만 원으로 줄어든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기형 고정금리나 혼합형 주담대일 경우 변동금리를 택할 때보다는 한도 축소 폭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고 밝혔다.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은 이번에 스트레스 금리를 높일 경우 DSR 37∼40% 수준의 차주들만 한도 축소의 영향을 받을 뿐, 대부분의 실수요자들은 그다지 불편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주담대의 대부분의 차지하는 고정금리(혼합형·주기형) 대출의 경우 스트레스 금리의 30~60%만 반영되기 때문에 실수요자 측면에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 가계대출 폭증세·집값 오름세 잡기 위해 추가 대책 벌써 ‘만지작’ 올해 2분기 주택 거래 회복과 함께 이른바 ‘영끌’과 ‘빚투’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가계 빚은 다시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은 1896조 2000억 원으로 지난 1분기 말의 1882조 4000억 원에 비해 무려 13조 8000억 원이나 증가했다. 2002년 4분기부터 관련 통계가 공표된 이래로 가장 큰 규모다.
특히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세가 가팔랐다. 6월 말 현재 잔액이 1092조 7000억 원으로 16조 원이나 폭증했다. 1분기의 증기 폭 12조 4000억 원을 훌쩍 웃돌았다. 은행 가계대출이 석 달 사이에 17조 3000억 원이나 늘었고, 주택담보대출도 같은 기간에 16조 7000억 원이나 불어났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거래가 늘면서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이 커진 탓이다.
금융당국이 이번 조치와 함께 추가 대책까지 벌써 운운하는 것도 가계대출 폭증세가 과연 꺾일 수 있을 지 자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잇단 관치성 압박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의 가계대출 급증세가 쉽게 잡히지 않은데다 한국은행이 곧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부동산 시장에 다시 매기가 몰려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봐도, 당장 이달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18로 전월보다 3포인트나 올랐다. 지난 2021년 10월의 125 이후 최고치일 정도로 시장의 매수 분위기가 뜨겁다는 반증이다.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한 주택 매기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정부가 지역별 대출한도 차별화 카드까지 꺼낸 든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집값 상승세가 잡히지 않을 경우 추가 대책도 잇달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금융당국이 DSR 적용 범위를 확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은행권 주담대에 위험가중치를 높여 대출을 억제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그렇게 하면 은행들이 자본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가계대출을 줄일 수 밖에 없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이날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19개 은행 행장과 가진 간담회에서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은행권과 정부가 합심해 선제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면서 “은행권이 자율적으로 DSR에 기반한 가계부채 관리체계를 갖춰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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