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2분기도 0.2% ‘역성장’ … 투자·소비 부진 속 국민소득도 급감 

이의현 기자 2024-09-05 10:05:44

올해 2분기에도 한국 경제가 1분기에 비해 0.2%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장기 불황의 여파가 좀처럼 가시지 않는 상황에서 1분기에 1.3% 깜짝 성장이 발표되어 고무되는 듯 했던 기대감이 다시 무너져 내리는 모양새다.

더욱이 1분기 깜짝 성장을 이끌었던 수출까지 부진한 상황이 연출되면서 민간 소비 회복세도 다시 뒷걸음질을 쳐, 다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더욱이 국민소득도 2년 9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줄어 국민들 지갑이 점점 더 얇아지는 양상이다. 

◇ 2분기 역성장 주원인은…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올 2분기(4~6월) 중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2%로 집계됐다. 2분기에 전 분기대비 역 성장한 것은 지난 2022년 4분기의 -0.5% 이후 1년 반 만이다. 이로써 이후 올해 1분기까지 다섯 분기 연속 이어져 한국경제 회생의 기대감을 갖게 해 주었던 온 순 성장 성장 기조도 무너졌다. 경기 회복 기대감에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또 다른 변수가 생긴 것이다.

2분기 중 수출은 그나마 자동차와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1.2% 늘어 체면치레를 했다. 수출보다 수입이 원낙 많았다. 원유·천연가스·석유제품 등 위주의 수입 증가율이 1.6%에 달해 수출 중가율을 크게 앞섰다. 반면에 민간소비는 승용차·의류 등 재화 소비 부진의 여파로 0.2% 낮아졌다. 설비투자 역시 반도체 제조용장비 등 기계류 중심으로 1.2% 축소됐다. 

특히 지난 1분기에 성장을 주도했던 건설투자가 1.7% 하락해 당초 속보치(-0.7%p) 보다도 훨씬 부진했던 것이 치명적이었다. 성장률에 대한 기여도 역시 건설투자(-0.3%p)와 설비투자(-0.1%p), 민간 소비(-0.1%)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가장 빠르게 회복되어야 할 세 부문이 오히려 성장률을 깎아먹었다는 얘기다. 1분기에 기여도가 0.8%p을 기록했던 순수출도 성장률을 0.1%p 내려앉혔다. 

업종별로는 농림어업(4.4%)과 제조업(0.8%)이 나름 성장률면에서 선방했으나 건물·토목건설이 모두 줄어든 건설부문이 6.0% 급감했고, 전기·가스·수도업도 1.0% 역성장해 경기회복 기대감에 찬 물을 끼얹었다. 서비스 부문에서는 운수업·부동산업의 호전세에도 불구하고, 정보통신·도소매·숙박음식업 등의 부진으로 1분기와 같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 국민소득 급감… 국민들 주머니 더 얇아져
2분기 들어 실질 국민총소득이 2년 9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하락했다. 2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1분기 대비 1.4%나 감소했다. 2021년 3분기에 -1.6%를 기록한 이후 2년 9개월 만에 기록한 최대 폭 하락이다. 실질 GNI가 마이너스를 보인 것도 작년 2분기의 -0.9% 이후 1년 만이다.

실질GNI(국민총소득)가 우리 국민들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의 실질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라는 점에서 이는 국민들의 지갑이 그 만큼 줄었다는 의미다. 실질 GNI가 크게 줄어든 것은 교역조건 악화 탓이 컸다. 실질무역손실이 1분기 11조 3000억 원에서 2분기에는 16조 6000억 원으로 무려 5조 원 이상 확대됐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무역손실이 컸던 영향이다.

문제는 이런 추세라면 국민들의 소득 증대에도 발목을 잡아 또 다시 소비가 위축되고 투자 부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2분기 명목 GNI가 직전 분기보다 0.9% 증가했음에도 실질 GNI는 1.4%나 감소한 데 이어 실질 GDP 성장률도 -0.2%로 부진했다. 명목성장률은 1.0%를 기록했지만 실제 교역조건 악화가 그만큼 심했다는 의미다.

대외 교역 여건이 쉽게 나아지기 어려운 국제 환경이 장기화되고 있는 터라 3분기 이후 한국경제의 정상 궤도 진입 가능성도 녹록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이 올 가을 기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치고 있지만, 지금처럼 경기회복세가 더디게 진행된다면 이 역시 속단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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