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복지 사각지대’ 미등록 경로당, 아직도 전국에 1676곳이나 

이의현 기자 2024-10-02 12:48:58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정식 경로당은 아니지만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미등록 경로당’이 아직도 전국에 1676곳이나 산재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른바 ‘지원 사각지대’ 경로당이 아직도 전국 곳곳에서 냉·난방비도 제대로 지원받지 못한 채 외면당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등록 경로당은 실제로는 경로당 역할을 하지만, 이용자 수나 화장실 등 시설기준이 규정에 못 미쳐 정식으로 경로당으로 등록되지 못한 시설이다. 그러다 보니 정부로부터 냉·난방비나 양곡비 등 각종 지원을 받지 못해 열악한 운영 상태에 처해 있다.

◇ 미등록 경로당 제도화 ‘아직도 요원…’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이 2일 ‘노인의 날’을 맞아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미등록 경로당은 1676곳에 이른다. 특히 이 가운데 지자체 조례 등을 통해 냉·난방비와 양곡·부식비, 운영비 등을 지원받는 곳은 1229곳(73.3%)이었다. 

정부는 경로당으로 정식 등록은 되어 있지 않더라도 경로당 현판을 부착하고 화장실과 공용 공간이 있으며, 65세 이상 어르신 4명 이상이 이용하면 미등록 경로당으로 분류하고 있다. 

정부는 특히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미등록 경로당 문제를 조기에 해소하겠다고 누차 공언해 왔다. 그럼에도 정부 정책과 현실과의 괴리를 거의 좁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 드러남에 따라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되는 분위기다. 

더욱이 미등록 경로당을 이용하는 어르신이 총 2만 3709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 곳당 평균 14명 꼴이다. 이 어르신들이 제대로 된 식사와 냉방 및 난방 혜택을 받지 못한 채 지역 사회에서조차 소외되고 있는 셈이다.

◇ 미등록 사유는 … 불법 및 무허가 시설이라
이들 경로당이 정식으로 등록되지 못한 것은, 불법 및 무허가 건축물인데다 지자체의 시설 규정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미등록 경로당의 41.55인 695곳이 불법 혹은 무허가 건물에 지어진 경로당이었다. 

지자체의 자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등록이 불허된 곳도 597곳으로 35.6%에 달했다. 여기에 화장실 등 가장 기초적인 시설조차 갖추지 못해 등록이 이뤄지지 못한 곳도 363곳(21.7%)에 달할 정도로 상황이 열악했다. 

사정이 이러니 조립식 컨테이너로 뚝딱 지어 올린 곳이 전체의 33.4%인 560곳(33.4%)에 달했다. 조립식 패널이나 슬레이트 등으로 지은 곳도 268곳으로 16.0%나 됐다. 벽돌이나 콘크리트블록 등을 올려 제대로 지은 건축물은 286곳(17.1%)에 그쳤다.

한지아 의원은 “어르신들의 복지 공백을 해소를 위해서라도 미등록 경로당에 대한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복지부가 이를 위한 구체적인 지원기준과 실질적인 재정 마련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제대로 된 기준 마련해 공식 경로당 확산 절실 
올해 경로당에서는 주 7일 무료점심이 상당 부분 진전을 보이고 있다. 대한노인회 안팎에서는 차제에 경로당에 대한 전면적인 정책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존의 복지회관으로는 고령화 시대에 제대로 된 노인 복지가 쉽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인당 식비의 현실화가 다음 과제로 지목된다. 현재 경로당에 정부지원금으로 지급되는 식비는 인당 333원에 불과하다. 이를 최소한 1500원 정도까지는 올려야 제대로 된 한 끼 식사가 가능할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인근 지역 경로당의 통폐합도 검토할 만한 사항이다.

고광선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장은 “최소한의 조리 시설 등 경로당 시설기준을 하루 빨리 정비해, 경로당이 ‘그룹 홈’이 되어 ‘홀로 어르신’ 들이 편하게 먹고 주무시면서 자연스럽게 ‘노노 케어’까지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도 미등록 경로당을 등록 경로당으로 전환시키기 노력과 함께 구 전이라도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등록 경로당과 같은 수준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미등록 경로당들이 하루빨리 제도권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