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취약계층 빚 상환능력 한계 봉착… 자산불평등 심화 우려

이의현 기자 2024-10-06 20:31:43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기사 및 보도와 연관없음

서민 등 취약계층의 빚 상환능력이 거의 한계에 봉착하는 모양새다. 빚을 상환하지 못한 차주를 대신해 정책기관이 은행에 대신 갚아주는 정책금융기관의 대위변제액이 올해 벌써 1조 원을 넘어섰다. 특히 빚이 고소득자들에게 몰리고 있어 자산 양극화가 더욱 가속화하는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낳는다.

◇ 올해 서민상품 대위변제액 무려 1조 0551억 원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8월 말 현재 정책서민금융 상품들의 대위변제 금액이 1조 원을 넘어 1조 551억 원으로 집계됐다.   최저신용자를 지원하는 ‘햇살론15’이 3591억 원으로 가장 많았는데 이 상품의 대위변제율은 무려 25.3%에 달했다. 100만 원을 대출해 주었는데 25만 3000원을 떼이고 대신 돈을 갚아 주었다는 뜻이다. ‘햇살론15’의 대위변제율은 2020년 5.5%에서 매년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저신용 근로소득자가 이용할 수 있는 근로자햇살론도 올해 대위변제액이 3398억 원에 달했고, 저소득·저신용자가 1금융권으로 넘어갈 수 있게 지원하는 햇살론뱅크도 2453억으로 각각 집계됐다. 햇살론뱅크은 대위변제율이 2022년 1.1%에서 작년 8.4%, 올해 14.6%까지 매년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어 우려를 더한다.

만 34세 이하 청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햇살론 유스의 대위변제액은 420억 원, 대위변제율은 11.8%로 집계됐다. 신용평점 하위 10%인 최저신용자들에게 대출을 내주는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의 대위변제액도 689억 원에 달했다. 대위변제율 역시 25%로 지난해 말의 14.5%에 비해 크게 올랐다. 이 같은 수치는 다중채무자의 빚 상환 여력이 현격히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정부가 지난 3월부터 도입해 시행 중인 소액생계비대출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연체잔액이 2063억 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연체율은 지난 8월 말 기준 26.9%로, 전년 말의 11.7%에 비해 무려 15.2%포인트나 뛰었다. 

최대 100만 원을 연 15.9% 금리로 당일 즉시 빌려주는 이 대출상품은 대출 재원이 금융권 기부금과 기존 대출 회수금 및 이자에 의존하고 있어 수요에 턱 없이 못 미치고 있다. 연체율이 지금처럼 계속되면  제도 운영 자체가 불가능해 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는 상황이다.

◇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도 급증… 정부 차원 대책 시급
서민들의 채무 상환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서민의 주요 대출 수단인 카드 대출도 지난 8월 말 현재 44조 6650억 원까지 늘어, 금융당국이 통계를 추산한 지난 2003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빚을 갚지 못한 차주들의 채무조정 신청 건수도 작년에 18만 5000건으로, 2004년 28만 7000건과 2005년 19만 4000건에 이어 역대 3번째 기록을 세웠다. 

올해 상반기 중 금융감독원의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센터에 상담·신고된 건수도 7000건에 달해, 제도권 금융에서 퇴출당한 서민과 취약계층이 자칫 불법사금융으로 빠르게 옮아가고 이로 인해 서민 취약계층의 경제난이 더욱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실효성 있는 서민경제 부양책을 이끌어내는 것과 함께 연령대별 맞춤형 채무 조정 정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최근 정책서민금융에 대한 상환유예 및 장기분할상환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했지만 아직 현장에서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정책서민금융의 재원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내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높여 추진하기로 한 금융권 공통 출연요율(현재 가계대출 금액의 0.03%)도 금융회사들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한 상황이다.

◇ 고소득자에 주택 구입용 가계부채 집중… 자산불평등 심화 우려
문제는 소득이 높을수록 빚을 내 주택을 구입하는 비율이 점점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대출 시장이 고소득자 위주로 점점 심화하면서 대출 시장은 물론 결국은 자산 시장에서도 부익부 빈익빈이 강화되어 자산 불평등이 현격해질 것이란 우려를 낳는다.

한국은행의 한국노동패널 설문조사 결과를 봐도, 지난 2022년 전국 5000가구 가운데 1734가구가 주택 마련 용도로 신규 가계부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이 급등한 2018년부터 고소득자 위주로 신규 대출이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지난 2022년 주택 취득 목적 신규 가계부채 가운데 4분위(578가구)와 5분위(652가구)가 전체의 71.5%를 차지했다.

집을 사기 위한 가계부채가 고소득층에 집중되고 있다는 얘기다. 2022년 기준으로도 전세자금대출(516가구), 사업자금(481가구), 생활비(324가구), 재테크(190가구) 등 다른 용도에 비해 월등히 많은 상황에서 이후 이 같은 추세가 더욱 강화된 것으로 나타나 향후 이런 트렌드는 더욱 확연해 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주택 취득 용도의 가계부채 증가는 결국 고소득 가계 위주로 월세 등의 소득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어 불평등을 심화하는 데 기여한다”면서 전체 가계부채 증가가 결과적으로 소득 계층 간 자산 불평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더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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