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는 어르신들] 폐지 팔고 공공근로로 번 돈, 장애인야학에 선뜻 기부한 73세 유복단씨
박성훈 기자2024-10-29 18:56:09
어느 덧 우리 사회에서 ‘기부’란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인양 이해된다. 기부도 최소 수 억 원 정도는 해야 의미가 있고 뉴스가 된다고 잘못 곡해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왠만한 기부 액수에는 크게 놀라지도 않는 분위기가 존재한다.
그런 가운데 자신이 오래 전에 다니던 야간학교 시절을 회상하며 인근 장애인야학에 조그마한 보탬이라도 되고 싶다며 , 폐지를 팔아 한 푼 두 푼 알뜰이 모은 124만 원을 기부한 70대의 이야기가 훈훈한 감동을 준다.
경기 수원시 자원봉사센터 및 수원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수원시 팔달구 매교동에 사는 73세 유복단 씨가 지난 24일 수원새벽빛장애인야학에 써달라며 124만 원을 수원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전달했다.
유씨가 올해 6월 1일부터 폐지를 팔아 하루에 적게는 2000원, 많게는 1만 원씩 모은 74만 원에 본인이 직접 공공근로에 나가 번 50만 원을 더해 기부했다.
자신의 기부 사실이 알려지길 원치 않다가 본의 아니게 매스컴을 타게 된 유복단 어르신은 “옛날에 수원 제일야학을 다녔다”며 “그 시절이 내 인생에 가장 행복했었던 순간이었다”고 회복했다. 이번 기부도 자신처럼 배우지 못하고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위해 쓰인다고 생각하니 행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수원새벽빛장애인야간학교는 현재 30명이 이용할 수 있는 작은 공간에서 70여 명이 교육을 받고 있다. 적어도 100평 정도 규모의 시설로 이전해야 하지만, 비용이 턱없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수원경실련이 이전 비용 마련을 위한 모금을 시작하면서 유복단 어르신에게도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학교 시설을 옮기기에는 턱없이 적은 금액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런 ‘마음의 기부’가 하나 둘 모아진다면 장애인 야학생들에게도 뜻하지 않은 좋은 소식이 올 수 있을 지 모를 일이다.
수원경실련 측도 “폐지를 팔아 어렵게 모은 돈을 장애인 야학을 위해 선뜻 내주신 유복단 어르신께 감사드린다”며 “소중한 기부금을 소중한 일을 하는 데 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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