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중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대출 ‘영끌’이 확산하면서 가계 빚이 또 다시 역대 최대 기록치를 기록했다. 가계대출 급증세를 막기 위해 극단의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9월부터 시행되었으나 아직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이후 4분기 중으로 과연 가계대출 증가세가 잡힐 수 있을 지 주목되는 가운데 다른 한편으로는 대출 시장에서 실수요자들이 외면당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 기대감에 은랭권 가계대출 증기세 못잡아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2024년 3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913조 8000억 원이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과 보험·대부업체 및 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 금액까지 포함한 부채다.
1913조 8000억 원은 2002년 4분기부터 관련 통계가 공식 발표된 이후 가장 큰 규모로, 지난 2분기 말의 1895조 8000억 원에 비해 18조 원이나 증가한 규모다. 올해 1분기에 전 분기 대비 3조 1000억 원 깜짝 감소세가 무색하게 두 분기 연속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증가 폭도 지난 2분기의 13조 4000억 원보다 5조 원 가량이나 커진 것인데, 이 역시 2021년 3분기의 35조 원 증가 이후 3년 만의 최고 기록이다.
카드 대금을 의미하는 판매신용을 뺀 순수 가계대출 잔액도 3분기 말에 1795조 8000억 원으로 전 분기 말의 1779조 8000억 원에 비해 무려 16조 원이나 증가한 것이어서 우려를 더하고 있다. 이것도 2021년 3분기(34조 8000억 원) 이후 최대 폭 증가다.
예상대로 가계대출 급증세를 이끈 것은 주택담보대출이었다. 주담대 잔액은 3분기 말 현재 무려 1112조 1000억 원에 대해 전 분기 대비 19조 4000억 원이나 크게 늘었다.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 잔액이 683조 7000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3조 4000억 원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대출 거래 규모가 큰 은행권의 가계대출이 역시 전체 증가세를 주도했다. 9월 말 현재 잔액이 959조 2000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22조 7000억 원이나 급증했다. 역시 주택담보대출이(22조 2000억 원)이 가장 많이 늘었고 기타 대출 5000억 원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2금융권 이하 금융기관에서는 가계대출이 어느 정도는 억제되는 모습을 보였다. 상호금융·상호저축은행·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9월 말 기준 304조 3000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1조 7000억 원 감소했다. 은행권 규제의 풍선효과로 주담대는 9000억 원 늘었지만,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2조 6000억 원이나 줄어든 덕분이었다.
◇ 4분기 이후도 낙관하긴 일러… 실수요자 대출 길은 열어줘야 3분기 가계신용이 크게 증가한 것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영끌’ 효과를 언급한다. 이 기간 중 부동산 시세가 다시 꿈틀하고 거래량이 덩달아 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다시 크게 증가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3분기 중 수도권의 주택 매매거래량은 9만 6000호까지 늘었다. 작년 4분기에 5만 3000호에서 올해 1분기 5만 9000호, 2분기 8만 3000호 등 매 분기 마다 매매거래량이 가파르게 상승 곡선을 그렸다. 앞으로 집 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져 젊은 무주택자 등을 중심으로 수도권 일원의 아파트 수요가 증가하면서 거래량도 급증한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당국의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효과가 10월 이후에 본격적으로 시장에 반영되고, 정부의 전 금융권 가계대출 특별관리 조치가 본격화하면, 9월부터 둔화되는 모습을 보인 가계대출 증가세가 한풀 더 꺾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수도권의 주택 거래량도 9월 들어 증가 속도도 둔화되었다는 사실도 향후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를 짐작케 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시장 실수요자들은 투기적 혹은 과잉 가계 대출을 잡는 과정에서 자칫 실수요자들이 불이익을 받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보인다. 한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억제로 나타나는 ‘수치’를 너무 중시하다 보면, 자칫 선의의 피해자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장의 실제 문제점 들을 금융당국과 금융권이 함께 잘 살펴보고 보완책은 없는 지 세밀하게 들여다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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