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이면 애지중지하던 외아들을 늦깎이 장가 보낼 기쁨에 세상 무엇도 부럽지 않다던 60대의 아버지가 어느 날 갑작스럽게 길에서 쓰러져 뇌사상태에 빠졌다.
황급히 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었지만 이미 늦어버린 상태였다. 아버지는 결국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끝내 눈에 넣어 아프지 않을 사랑스러운 아들의 혼사도 지키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황망하게 떠나고 말았다.
이 안타까운 사연은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이 최근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에 입원 중이던 서영택(67세) 씨가 11월 30일 뇌사장기기증으로 6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천사가 되어 떠났다”고 발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11월 23일 쓰러져 30일 생을 마감하기 까지 일주일 여 동안 아버지는 의식을 전혀 회복하지 못했다. 누구보다 가족들에게 좋은 아버지였기에 가족들은 한시도 놓치지 않고 아버지가 눈 뜨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하지만 가족들이 바랐던 기적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부산에서 3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난 아버지는 유난히 사람을 좋아했다. 누군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늘 가장 먼저 달려가 도움을 주었다. 늦은 나이에도 제조업 공장을 다닐 정도로 넉넉한 형편도 아니었지만 밝고 활발한 성격에 늘 주변 사람들을 챙겼다.
특히 하나 뿐인 아들이 내년 2월에 결혼을 앞두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터였다. 늦게 얻게 된 예비 며느라와도 격의 없이 식사도 자주 하자고 하던 가정적인 시아버지였다.
가족들은 아버지가 늘 평소에 했던 그대로 실천하는 것이 아버지의 유지를 따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늘 그러했듯이 누군가를 위해 마지막 삶을 좋은 기억으로 남기길 원했다.
한 줌의 재로 아버지를 황망하게 떠나 보내기 보다는, 누군가를 살리는 의미 있는 좋은 일을 하는 것이 아버지의 뜻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다른 이의 몸에서 새로운 생명을 이어가고 살아 숨 쉬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에 장기 기증에 가족 모두가 동의했다.
아버지의 유지를 받든 덕분에 서 씨의 심장과 간장, 좌우 신장과 좌우 안구 기증이 이뤄졌고, 이 소중한 결단 덕분에 생면부지의 6명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가족들은 아버지의 받은 수혜자들에게 간곡하게 부탁했다. 아버지의 몫까지 더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새 생명을 받으신 분들이 소중한 삶을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 노력하고 힘써주는 아름다움을 보여주길 희망 한다고.
어려운 결정에 동의한 외아들은 “늘 다른 사람들에게 먼저 나누고 베풀며 사셨던 아버지가 늘 자랑스러웠다”면서 “그동안 가족들 보살피시느라 고생만 많으셨는데, 이제는 모든 걱정 떨쳐버리고 하늘나라에서 편하게 쉬시라고 말씀 드렸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가 마지막 가시는 길에서도 다른 소중한 생명을 살리고 떠나시니 너무나 자랑스럽고, 정말로 보고 싶다”며 눈시울을 적섰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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