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가계 여유자금이 줄고 있다. 지난 해 3분기 중에 2분기보다 3조 5000억 원이나 줄었다. 2분기 연속 감소세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른바 ‘영끌 주택 매입’이 늘면서 여유자금의 씨가 말라 들고 있다.
◇ 여전히 주택 매입에 여유자금 ‘올 인’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자금순환(잠정) 통계에 따르면,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작년 3분기 ‘순자금 운용액’이 37조 7000억 원에 그쳤다. 지난해 2분기의 41조 2000억 원에 비해 3조 5000억 원이나 줄어든 것이다.
순자금 운용액이란, 해당 기간 중 각 경제주체의 자금 운용액에서 자금 조달액을 뺀 값을 말한다. 대체로 가계는 순자금 운용액이 양(+)인 ‘순운용’ 상태에서 여윳돈을 예금 혹은 투자를 하고, 순자금 운용액이 대체로 음(-)인 ‘순조달’ 상태의 기업과 정부가 이를 통해 자금을 공급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3분기에 가계의 순자금 운용액(여유자금)이 줄어든 것은 가계 소득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주택 취득 과정에서 자금 지출이 늘어난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개인의 아파트 순취득 규모가 2분기에 5만 3000호에서 3분기에는 7만 2000호로 급증해, 그만큼 주택 매입자금으로 가계 여윳돈이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가계의 3분기 자금 조달액은 총 19조 9000억 원으로, 2분기의 14조 6000억 원보다 5조 3000억 원 늘었다. 주택매매 증가와 함께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금융기관 대출이 14조 5000억 원에서 19조 9000억 원으로 5조 4000억 원이나 불어난 것으로 나타나 이 같은 분석에 설득력이 더해진다.
◇ 투자 늘려야 하는 기업은 여전히 ‘자금난’ 조달액을 고려하지 않은 가계의 자금 운용 규모가 지난해 3분기 중 57조 6000억 원으로 2분기의 55조 7000억 원에 비해 2조 원 가까이 증가한 가운데 기업도 표면적으로는 여유자금이 2조 원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이 역시 빚을 끌어다 만든 여유자금이라 우려를 낳는다.
한은에 따르면 기업은 이익 감소와 더불어 투자 증가 등으로 금융기관 등에서 빌린 자금이 2조 원 가량 늘었다. 비금융 법인기업은 3분기 순자금 조달 규모가 25조 5000억 원으로 3개월 새 1조 8000억 원 증가했다. 한은은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순이익은 줄었지만 고정자산 투자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예금 등 금융기관 예치금은 2분기와 3분기 사이에 21억 8000만 원에서 10조 5000억 원으로 11조 3000억 원이나 급격히 감소했다. 반면 보험·연금 준비금은 5조 8000억 원에서 17조 2000억 원으로 늘었다. 국내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 운용 규모도 13조 4000억 원에서 15조 4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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