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실손보험’ 적자 ‘눈덩이’ … 필수의료 중심의 개편안 가능할까

이의현 기자 2025-01-10 08:51:11
클립아트코리아. 기사 및 보도와 연관없음.

정부가 지난 9일 실손보험 개혁 방안을 내놓았다. 경증 환자에 대해서까지 비급여 진료가 횡행하면서 적자가 눈덩이처럼 쌓이자, 이제부터는 중증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필수 의료’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것이 개정안의 핵심이다. ‘의료 쇼핑’ 남발에 매년 2조 원 안팎의 적자를 낸 실손보험에 대한 ‘메스’가 사실상 처음으로 이뤄지는 것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 실손보험 매년 조 단위 적자, 왜? 
이번 개혁방안의 배경은 전적으로 실손보험의 대량 적자 때문이다. 2021년 2조 8581억 원이던 것이 백내장 과잉 진료 방지대책에 힘입어 2022년에 1조 5301억 원까지 줄었다가 2023년에 다시 1조 9738억 원으로 늘어났고 올해는 적자 규모가 2조 원을 웃돌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대규모 적자의 주범은 비급여 항목에 대한 ‘통제 부족’과 그에 따른 ‘과다 지급’이었다. 금융당국이 최근 4세대 실손보험까지 3차례나 개선안을 추진했음에도 손해율이 130%를 넘어서는 등 제대로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도수치료와 비급여 주사제, 체외충격파 치료 등 이른바 실손보험금 지급 비급여 톱 3 항목들은 모두 과잉 진료 내지 과잉 비급여 서비스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소수의 가입자에게만 보험금이 편중되는 것도 큰 문제였다. 작년 상반기 전체 실손 보험 가입자 3578만 건의 65%가 보험금을 한 푼도 수령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상위 9%가 전체 보험금의 80%를 수령했다. 손해보험 4개 역시 상위 10% 가입자가 보험금의 3분의 2 가량을 수령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 정부안 실효성 얼마나 있을까
정부는 일반환자의 급여 진료비의 경우에 건보 본인부담률과 실손보험 자기 부담률을 동일하게 하고, 5세대 실손 초기에는 중증 비급여만 보장하고 2026년 6월 이후 비급여 관리 상황을 평가한 뒤 비 중증을 보장하는 상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중증 환자나 만성 질환자는 지금처럼 그대로 보장을 받도록 하되, 도덕적 해이 우려가 있는 의료행위에 대한 통제는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 적용 대상에서 빠진 초기 가입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약관 변경을 할 수 없는 초기 가입자에게는 보험계약을 재매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전체 가입자의 44% 수준에 이르는 초기 가입자가 5세대로 넘어올 지 미지수다. 전환에 따른 인센티브가 보강되지 않으면 초기 가입자들이 응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얘기다.

실제로 1세대와 2세대 일부 실손 상품들은 재가입 조건 없이 기존 약관이 100세까지 이어지도록 설계되었다. 반면에 3세대 이후에는 기한 설정형 상품들로 이뤄져 매력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2021년 7월에 4세대 실손보험이 출시됐을 때도 보험료 50% 할인 혜택에도 불구하고 전환율은 매우 미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보험업계도 성공 가능성에 “글쎄…”
정작 보험업계에서도 이번 정부 개편안에 대해 긍정론과 부정론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가입자 보험료 및 의료비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근본적인 관리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손상품에 국한된 구조 개편만으로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부정적 의견도 적지 않다.

특히 이번 개편안에서 비급여 가격 규제 및 적정 진료기준이 마련되지 못한 것은 정부 정책의 한계로 지적된다. 이 조치들이 제대로 전제되어야 비급여 과잉 공급 억제에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TF를 꾸려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는 입장이지만, 애초부터 이 핵심문제를 건너 뛰었다는 점에서 과연 제대로 수정 내지 개선안이 나올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초기 1세대와 2세대 가입자들이 가입 상품의 효용성을 그 밖의 추가 혜택보다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가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의 뒷 북 정책에도 일침을 가했다. 재매입 효과 검증을 거쳐 법 개정을 통해 초기 실손에도 재가입 조항을 적용하는 안을 검토하겠다는 정부 브리핑이 정부대책의 부실함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란 비판이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