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더 내고 더 받는’ 연금 개혁 여야 합의… 기금 재원 강화 등 추가 구조 개혁까지 과제 산적
2025-03-20

상속세를 완화 내지는 폐지하자는 주장이 들 불처럼 일고 있다. 조기 총선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정치권이 이른바 ‘표심’을 잡기 위해 불을 지핀 격이지만, 이 참에 다른 나라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우리 상속증여세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특히 과도한 상속세 부담에 가업을 잇기 힘들어 하는 기업인들은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정부도 중장기과제로 상속세를 ‘유산취득세’로 바꿔 시행하는 방안을 곧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안 그래도 부족한 세수 문제를 허떻게 해걀할 수 있을 것인지에 관한 우려는 여전하다.
◇ 국내 상속세 어떻길래…
국세청이 발표한 2023년 국세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속세 과세 대상 피상속인은 1만 9944명이다. 2023년 사망자 수가 35만 2700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상속세를 내는 인구가 전체의 5.5% 정도에 이른다는 얘기다. 인원 수로는 그다지 많지 않은 셈이지만, 이건희 회장 등 재벌 그룹 상속세가 수 조원에 이르는 만큼 금액 측면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상속증여세 수입은 지난해 15조 3000억 원으로, 총국세 336조 5000억 원의 4.5%에 그쳤다. 당초 국세수입 대비 4.0% 수준을 세수 목표로 잡았던 것에 비하면 살짝 웃도는 수준이었다. 경기 부진과 기업 경영실적 저조로 인해 법인세가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상속증여세 비중이 높아진 면은 있으나 어찌 되었던 전체 세수에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임은 분명하다.
상속증여세는 거의 모든 국민들이 부담하는 부가가치세나 근로소득세 등과 달리 특정 자산상위 계층에만 부과되는 세목이다. 특히 상속세의 경우 누진세라는 독특한 구조 탓에 극소수의 거액 자산가들을 타깃으로 하는 세금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 특히 중산층 이상의 국민들도 부모 사망 시 부과되는 상속세를 크게 부담스러워 하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해 전국의 만 19∼64세 국민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들이 예상하는 상속세 납부 피상속인 비율은 5.5%가 아니라 35.2%였다. 상속세와 무관한 사람들까지도 자신이 상속세를 내야 하는 계층이라고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치권이 중산층 공략의 수단으로 상속세 개편을 들고 나온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 ‘배우자 상속세 폐지’ 큰 관심… 기업인 ‘최고세율 인하’는 여전히 이견
정치권이 논의 중인 상속증여세 개편안 가운데 서로 의견일치를 보는 부분은 ‘배우자 상속세 폐지’다. 경제공동체 관계인 배우자 간에 이전되는 재산에 세금을 부과하고, 이후 자녀에게 상속할 때 또다시 과세하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원래 상속세가 세대 간 부의 대물림에 세금을 매긴다는 취지였던데다 배우자 상속 비과세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가깝다는 점에서 공감을 얻고 있다.
5억~30억 원으로 책정된 ‘배우자 공제 한도’도 비현실적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정부도 앞서 지난해 7월에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배우자 공제 확대를 깊이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율과 과표 조정 문제를 놓고 정치권에서 이견이 나와 합의에 이르지는 못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배우자 공제 확대 쪽인 것은 분명하다. 배우자 상속세 폐지는 이보다 더 진전된 얘기다.
기업인들이 특히 주목하는 개편안은 여권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여부다. 현재 법정 최고세율 50%를 40%로 낮추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나아가 우리나라만 유독 붙잡고 있는 ‘최대주주 할증’을 폐지하자는 내용도 일각에서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야권이 거대부자나 거대기업에만 혜택을 주는 조항이라며 만대하고 있어 극적인 합의가 있지 않는 한 쉽지 않아 보인다.
마찬가지 이유로 중소·중견기업 사주가 자녀에게 기업을 물려줄 때 세 부담을 대폭 완화해 주어야 한다는 ‘가업승계 공제’ 확대 문제도 예의 ‘부자감세’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아 당장 시행되기에는 무리가 따라 보인다. 순수한 가업승계 보다는 ‘부 대물림’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란 지적이 여전한 탓이다.
결국 정치권이 먼저 불을 지핀 상속증여세 논의는 이른바 ‘서민’을 타깃으로 한 원 포인트 개정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현실적인 인식이다. 현재 분위기로만 본다면, 1997년 이후 30년 가까이 그대로인 상속세 과세기준 가운데 배우자 공제 부문만 건드리고 나머지는 선거 이후에 다시 보자는 식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 ‘유산취득세’ 재정비는 언제나…
정부가 이번 주 발표 예정인 유산취득세 개편안은 상속세를 유산취득세로 전환해, 상속인이 각각 물려받은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피상속인이 사망해 3명의 자녀들이 30억 원의 고르게 상속을 받는다면, 현재는 10억 원에 세금을 매긴 뒤 3명이 상속세를 나눠 내지만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뀌면 3명이 각각 물려받은 10억 원에 과세가 된다.
상속재산 전체를 기준으로 과세하는 현행 유산세 방식과는 확연히 다른데다 현행 누진세 체계에서는 거액 자산가일수록 세 부담이 낮아지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논란이 치열하다. 특히 야권에서는 누진세 체제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은 ‘능력에 따른 부담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제기하며 반대하는 입장이라 정부의 의도가 제대로 설득될 수 있을 지 속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개편안을 만지고 있는 정부의 입장은 조세 공평성을 높이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려면 유산취득세러의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선진국 모임인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회원국에서 상속세를 부과하는 24개국 가운데 우리처럼 유산세 방식을 채택 중인 나라는 미국과 영국, 덴마크 등 4개국에 불과하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최근 상속증여세 개편을 얘기하는 것은 누구나 알 듯이 ‘선거’를 의식한 것이라며, 현재 논의되는 분위기로 봐서는 일부 세목만 조정하고 민감한 유산취득세 전환이나 기업인 성속세 공제 확대 같은 사안은 격론 끝에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보인다. 겉으로는 ‘중산층 세부담 완화’라는 명분을 내세울 뿐, 상속세 개편 자체에는 큰 관심이 없다는 얘기다.
◇ “유산취득세 전환이든 배우자 상속세 폐지든 이번만은 제대로”
이런 상황에서 자유기업원은 최근 ‘상속세 완화 입법 논의와 후속 과제’ 라는 리포트를 통해 “상속세 개편의 골든 타임을 놓쳐서는 안된다”며 유산취득세 전환과 배우자 상속세 폐지,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를 담은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을 3월 내에 여야가 합의해 서둘러 처리할 것을 촉구했다.
자유기업원은 현행 유산과세형 상속세가 이중과세·과세형평성에 문제가 있으며 특히 상속세율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비해 너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세대간 부의 재분배 취지와 맞지 않는 배우자 상속세 부과, 미미한 재분배 효과 등을 근거로 현행 상속세 제도의 신속한 개편을 주장했다.
자유기업원은 중장기 후속 입법과제로, 최소세율을 OECD평균인 15%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인하하고 궁극적으로는 폐지가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업상속공제요건 완화와 상속주식 할증 및 할인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고광용 자유기업원 정책실장은 “당장 유산취득과세 전환 및 최고세율 인하(50%→30%), 배우자 상속세 폐지 등을 신속처리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박성훈 기자 shpark@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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