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치매라고 하면 알츠하이머나 혈관성 치매를 떠올린다. 하지만 치매 환자의 20% 정도가 ‘루이소체’ 치매(Dementia with Lewy bodies, DLB)이다. 다소 생소한 병명이지만, 미국의 명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겪었던 질환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루이소체 치매에 관해 이동규 수원 윌스기념병원 뇌신경센터 원장에게서 진단법과 치료법을 들어본다.
- 치매라고 하면 알츠하이머가 대부분 아닌가. “흔히 치매하면 ‘알츠하이머병’을 더올린다. 그 다음이 ‘혈관성 치매’다. 알츠하이머병은 대뇌 피질 세포의 퇴행성 변화, 신경독성 물질 축척 등의 병리학적 기전을 통해 인지기능의 장애를 일으킨다. 치매를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혈관성 치매는 뇌졸중 등 뇌혈관 질환에 의해 발생한다. 뇌졸중 위험인자인 고혈압이나 흡연, 당뇨병, 비만, 고지혈증 등을 관리해 치료 또는 예방해야 한다.”
- 루이소체 치매라는 것은 무엇인가. “통계마다 차이가 있지만 치매 환자 5명 중 1명 정도가 루이소체 치매일 수도 있다. 루이소체는 뇌의 가장 바깥 쪽 부분인 피질 속 신경세포 안에 생기는 나노미터(10억 분의 1m) 크기의 비정상적인 단백질 덩어리다. 이게 뇌 안에 쌓이면 인지기능에 심한 기복이 생기거나 파킨슨병 증상 또는 환시 등이 나타난다. 전 세계 치매 환자의 최대 31%가 루이소체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 루이소체 치매의 핵심적인 증상은 무엇인가. “파킨슨병에 나타나는 증상들과 함께 인지기능저하, 환시, 렘수면행동장애(RBD)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불안정한 자세, 반복적인 낙상, 실신, 과다수면, 망상, 기분장애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치매는 공통적으로 인지기능의 저하가 나타나는데, 루이소체 치매는 알츠하이머병과 다르게 병이 한참 진행된 후에야 뒤늦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 환시 증상이나 램수면 행동장애는 수면 부족이 원인 아닌가. “환시란 일종의 환각 현상이다. 반복적으로 헛것을 본다. 초기부터 이런 증상이 발생하는데, 특히 밤에 심하다. 경우에 따라선 ‘누가 날 죽이려 한다’든가 ‘며느리가 먹을 것을 안주고 굶긴다’ 같은 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램수면 행동장애는 수면장애의 일종이다. 렘수면 기간에 근육의 긴장도가 증가하고 특히 현실에서도 꿈과 동일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대체로 알츠하이머 환자가 수면장애로 인해 더 심하게 고통을 받고, 자주 깬다고 한다.”
- 루이소체 치매는 어떻게 사전에 확인할 수 있나. “파킨슨병의 대표적인 증상이 떨림과 근육 강직, 구부러진 자세나 다리를 끌면서 걷는 보행장애 등이다. 본인의 이런 증상이 파킨슨병 때문인지 루이소체 치매 때문인지를 알 수 있는 구분법이 있다. 인지장애가 나타나기 전 적어도 1년 전부터 운동이상 증상이 있었다면 치매를 동반한 파킨슨병을 의심하는 것이 좋다. 이런 증상이 나타난 것이 1년 미만이라면 루이소체 치매로 진단한다. 자기공명영상(MRI)를 통해 알츠하이머병과 루이소체 치매를 감별하기도 한다. 루이소체 치매는 해마의 용적과 내측두엽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다.”
- 루이소체 치매의 치료법은 어떤 것인가. “완치시키는 치료는 없지만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적인 약물치료가 있다. 이와 병행해 물리치료와 작업치료, 신체활동을 충분히 늘리는 운동치료 등이 도움 될 수 있다. 초기에 제대로 증상을 파악해 대처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고령자에게 환시나 불안, 섬망, 기억력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치매 검사부터 받아보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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