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사 상식] 하얀 코끼리

조진래 기자 2023-06-28 08:24:44

값 비싸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처치 곤란해 쓸모가 없는 애물단지를 ‘하얀 코끼리(White Elephant)’라고 한다. 옛 태국의 한 왕이 마음에 들지 않는 신하에게 흰 코끼리를 하사하고는 쫓아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한다. 

흰 코끼리는 고대 동남아시아 왕들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키웠을 정도로 신성시되는 존재였다. 신하는 지극정성으로 흰 코끼리를 키워야 했지만 결국 상상을 초월하는 먹이 값 등에 등골이 휘어 파산하고 말았다. 왕이 노렸던 것이 이것이었다.

최근 경제와 비즈니스 분야에서 하얀 코끼리는 ‘투자는 했지만 유지 관리에 너무 큰 비용이 들어, 결과적으로 수익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사업이나 자산’으로 통한다. 동·하계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을 유치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투자해 지었던 시설물들이 대회 후에는 마땅한 활용방안을 찾지 못해 계륵(鷄肋) 신세가 되는 사례들을 말할 때 하얀 코끼리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한 때 세계 최고층 빌딩으로 위용을 자랑하던 미국 뉴욕의 102층 짜리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도 비근한 예다. 당초 임대 수익을 노리고 지었다가 글로벌 경제 불황에 엄청난 공실이 생기는 등 완공 후 20년이 될 때까지 수익성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빈 스테이트 빌딩(Empty State Building)’라고 꼬집으며 ‘하얀 코끼리’로 여겼다고 한다.

한편 코끼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기본적으로 ‘경이로운 존재’로 받아들여 진다. 관용적 영어 표현 중에 see the elephant라고 하면 ‘엄청난 경험을 하다’라는 뜻을 지닐 정도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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