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사 상식] 미망인과 과부

조진래 기자 2023-11-07 16:03:20

우리는 흔히 남편을 먼저 떠나 보낸 부인을 ‘미망인’이라고 부른다. 한자로는 ‘未亡人’이라고 쓴다. 그런데 이 표현에 대단히 문제가 있다. 미망인이란 한자를 뜻 그대로 풀면 ‘아직 죽지 않은 사람’이라는 뜻이 된다. 죽은 남편을 따라 죽었어야 했다는 끔찍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지금 시대에 쓰기에는 무척 불편한 표현이다.

미망인이라는 개념은 남편이 죽으면 산 부인을 따라 묻었던 고대 순장(殉葬)의 풍속에서 유래했다. 당시만 해도 사람들은 죽음이 삶의 끝이 아니며, 사람은 누구나 내세(來世)에서 다시 태어난다고 믿었다. 그래서 권력자나 부자는 생전에 자신의 부인과 노비들까지 저 세상으로 데려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실제 행했다. 그래서 그들의 무덤은 엄청나게 커야만 했다.

미망인의 다른 표현으로 과부(寡婦)라는 말이 있다. 사람들은 미망인보다 과부라는 표현이 더 낮춰 부르는 것이라고 알지만, 한자 인문학 전문가인 김점식은 달리 해석한다. 홑 어미를 뜻하는 ‘과(寡)’자는 ‘사당에서 관을 쓰고 상을 치르는 사람’의 모습으로 만들어진 한자라는 것이 단서다. 왕이 스스로를 ‘과인(寡人)’이라고 칭했던 것에서 보더라도, 적어도 남을 경멸하여 낮춰 부르는 표현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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