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사 상식] 영감과 망구

조진래 기자 2023-11-03 08:31:47

나이 드신 분들을 우리는 흔히 존칭을 써 ‘어르신’이라고 부른다. 남녀 구분은 별로 없으나 대체로 연세 지긋한 할아버지를 뜻하는 표현이다. 반대로 ‘영감' 혹은 '영감탱이'라고 하면, 연세 있으신 할아버지를 낮춰 홀대해 부르는 표현으로 인식한다. ‘할망구’ 역시 나이 드신 할머니를 함부로 대하는 표현으로 쉽게 생각한다.
 
하지만 ‘영감’이나 ‘망구’는 둘 다 원래 홀대의 표현이 아니라 존칭의 표현이었다. 영감은 한자로 ‘영감(令監)’이다. 조선시대에 정 3품과 종 2품에 이르는 고위관리직을 이렇게 불렀다. 최소한 지금의 차관급 이상의 고위급 벼슬어치들이었다. 요즘 검사 등 지위가 있는 사람들을 ‘영감님’이라고 호칭하는 것도, 연세 드신 할아버지를 높여 부르기 위해 당시 관직에서 쓰던 높임말을 가져온 듯하다.

나이 지긋한 할머니를 낮추어 부르는 ‘할망구’라는 말도 원래는 홀대 말이 아니었다. 여기서 망구란 한자로 ‘망구(望九)’였다. 나이 구십을 바라본다는 의미로, 여든한 살이 된 사람을 이렇게 불렀다고 한다. 본래는 존칭이었으나 시대가 지나면서 어느 새 노인을 낮잡아 부르는 말이 된 것이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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