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전국의 50세 이상 은퇴 1년 차부터 20년 차 400명을 대상으로 ‘은퇴 전에 준비 못해 지금 가장 후회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물었다. 무려 150명이 ‘재정관리’를 지목했다. 다음이 ‘퇴직 후 일자리 계획 및 준비’(71명), 3위가 ‘건강관리’(46명)였다. 취미·여가 및 준비, 가족 및 인간관계가 뒤를 이었다.
센터가 최근 100세 경영연구원의 이제경 원장과 은퇴 전은 물론 은퇴 후라도 준비해야 할 것에 관해 듣는 시간을 가졌다. 참고할 만한 내용들이 많아 문답식으로 재구성해 소개한다.
- 퇴직 후 개인적으로 가장 후회되는 것이 무엇이었나. “가족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던 것이 가장 후회되는 일이었다. 대화와 소통이 부족했다. ‘내가 열심히 살았으니 자식들도 날 존경하고 잘 커주겠지’ 하는 생각만 했다. 하지만 은퇴하고 보니 갈등이 노출되고 심화되었다. ‘너무 권위적이다’, ‘왜 아빠 말만 맞다고 하느냐’는 식이었다. 오랜 기자생활과 보험사 임원 시절을 보내면서 나도 모르게 ‘갑(甲)’의 마인드가 몸에 배어버린 것이었다.
갈등(葛藤)은 한자로 칡 나무 갈(葛)에 등나무 등(藤)이다. 칡 나무는 왼쪽으로,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감고 자란다고 한다. 안 맞을 수 밖에 없다. 갈등은 ‘생각의 차이’일 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내 생각을 강요하고 주입해선 안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늦게라도 가정의 소중함,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가치관을 얻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다.”
- 은퇴 후 새롭게 변한 환경에 적응하려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할까. “은퇴 후 100일 동안 치열하게 자신을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왜 100일 일까? 우리가 말이나 생각, 행동을 완전히 바꾸는 데 필요한 시간이 100일이라고 한다. 은퇴, 리타이어(retire)는 ‘타이어를 가는 일’이다. 새 환경에서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다.”
- 은퇴 후 가장 후회하는 한 가지를 묻는 서베이에서 ‘재취업이나 창업에 도움을 줄 인맥을 만들 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개인적인 만족이나 충족감을 추구하는 관계보다 재정적 요건을 충족하는 관계를 더 중요시 여기는 것 같다. “재취업이나 창업에 반드시 가까운 지인이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큰 오산이다. 미국의 데이터를 보면, 오히려 가까운 지인보다 가벼운 관계의 지인들이 더 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연히 만난 사람들 말이다.
저는 인적 네트워크도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라고 생각한다. 평소 도움을 주지 못했다면 도움을 받기 힘들다. 현역에 있을 때 친구나 지인들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한 경우들이 있을 것이다. 거절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솔직하게 얘기하는 것이 중요한데, 너무 원칙적으로 너무 냉정하게 거절했다면 은퇴 후 지인들이 없어지게 된다. 원만한 인간관계가 행복의 근원이다.”
- 은퇴 후 친구들과 부담없이 만날 수 있는 팁이 있다면?. “은퇴자들의 큰 고민 가운데 하나가 경조사 비용이다. 지인 가운데 어떤 분은 상여금이 나올 때마다 일부를 기부금이나 경조사 통장을 만들어 그것으로 은퇴 후 경조사나 친목 모임의 경비를 해결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학이 85년 동안 추적 관찰 연구한 결과도 주목할 만 하다. 성공과 행복의 가장 중요한 요소 1순위가 ‘사회적 건강’, 이른바 소셜 피트니스(Social Fitness)였다. ‘다름’을 인정하고 남에게 자신을 맞추고 배려하며 삶을 사는 것이 은퇴 후에도 매우 중요하다.”
- 은퇴 후 취미 여가생활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나. 서베이에서도 취미 생활 관련 가장 후회되는 것으로 ‘취미를 유지할 여유자금 마련해 놓지 못한 것을 가장 후회한다는 응답이 있었다. “은퇴 후에는 시간이 많이 남는다. 과거 출퇴근 시간까지 포함해 10시간 정도를 이제 무엇인가를 하면서 보내야 한다. 큰 돈 들이지 않고 유익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지적 호기심 찾기’다. 저는 도서관을 추천한다. 지인 중 한 분은 이순신 장군 연구 모임에 가입해 열심히 배우고 있다.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는 과정은 돈도 안들고 좋다.”
- 은퇴 전 준비하지 못해 후회하는 것 가운데 1위가 ‘재정 관리’, 2위가 ‘퇴직 후 일자리 준비‘, 그리고 3위가 ’건강관리‘였다.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60대부터라도 건강 관리를 잘하면 기대 여명을 더 늘릴 수 있다. 단순히 몇 년 더 사는 것 보다 얼마나 건강하게 살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60대 이후 건강한 삶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근력’이다. 노후 건강에 필수적인 것이라 ‘우리 몸의 연금’과 같다. 다음은 ‘마음 근력’이다. 이분법적 사고를 버리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양질의 수면’도 매우 중요하다. 스트레스 관리를 잘 하고 수면 시 빛을 확실히 차단해야 한다. 건강 벼개 등 편한 침구류도 필수다.”
- 은퇴 후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저는 100세 인생을 400m 계주에 비유한다. 우리 인생을 25년 단위로 계주하는 셈인데, 이어 달리다가 ‘바통’이 없으면 허망해 진다. 의미 있는 한 가지를 찾을 수 있는 ‘흑자 인생’을 살아야 하지 않겠나. ‘골드 인생 2.0’이 중요하다. 나와 내 가족이 경제적으로 잘 사는 것은 물론 지역사회와 국가, 글로벌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매일 실천하는 삶이 ‘골드 인생 2.0’이다. 이를 통해 흑자인생을 산다면, 은퇴 후 삶이 더 행복해 지지 않을 까? 그것이 잘 사는 인생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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