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서울시 기후동행카드, 대중교통 활성화와 가계 부담 완화엔 도움 되겠지만 정부·지자체 조율 난제

이의현 기자 2023-09-11 21:24:29

서울시의 월 6만 5000원짜리 무제한 환승 교통카드는 성공할 수 있을까.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Climate Card)라고 이름 붙여진 이 교통카드가 “가계 부담을 완화시켜 줄 혁신안”이라며 내년 1월부터 5월까지 시범 판매를 거쳐 내년 하반기에 본격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나아가 “기후동행카드는 교통 분야의 신 패러다임”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 조율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향후 성과 여부가 주목된다.

◇ 서울시 “대중교통 수단분담률 높여 승용차 이용율 낮출 혁신안”
기후동행카드는 한달에 6만 5000원을 지불하고 서울 권역 지하철과 시내·마을버스, 공공자전거 따릉이 등 모든 대중교통수단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카드다. 기본 요금 체계가 다른 신분당을 빼고 서울 지하철 1∼9호선과 경의·중앙선, 분당선, 경춘선, 우이신설선, 신림선까지 이용할 수 있어 대단히 효율적이라는 평이다.

시는 지난해 ‘9유로 티켓’을 실험 도입해 약 5000만 장을 판매했던 독일 사례를 벤치마킹했다. 당시 독일은 덕분에 대중교통 이용량이 25%나 늘고 이산화탄소는 180만t이나 저감되었으며 물가는 0.7% 낮아지는 등 상당한 사회경제적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독일은 올해 5월부터 월 49유로 짜리 ‘도이칠란트 티켓(D-Ticket)’을 본격 도입하는 등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이 카드는 그러나 제약 요건이 있다.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승차할 때는 사용할 수 없다. 버스도 시내·마을버스 모두 가능하지만 경기·인천 등 타지역 버스나 기본요금이 다른 광역버스에서는 쓸 수 없다. ‘따릉이’는 1시간 이용권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한강 리버버스 등 앞으로 새롭게 추가되는 차세대 친환경 교통수단들도 사용이 가능하다.

서울시가 이 카드를 내놓은 것은 승용차 이용이 코로나 기간 중 급격히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크게 줄어든 대중교통 수단분담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코로나 전인 2018년 65.1%였던 서울의 대중교통 수단분담률이 2021년에 52.9%로 낮아진 것을 뒤집어 연간 1만 3000대 가량 승용차 이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다. 이를 통해 연 3만 2000t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서울시는 기대하고 있다.

◇ 서울시 “요금인상 억제로 가계부담도 줄여줄 것… 총 50만 명에 인당 연 34만원 할인 가능”
서울시는 여기에 고물가와 대중교통 요금 인상에 따른 가계 부담 완화 효과도 크게 기대하는 분위기다. 약 50만 명의 시민이 1인당 연간 34만원 이상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한다. 서울시가 실시한 시뮬레이션 결과에서는 노원구 상계동에서 강남역 으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이 카드를 쓰면 주차비를 뺀 교통비만 9만원 이상 아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서울시 측은 서울 권역에서만 매월 6만 5000원 이상 대중교통 요금을 내는 시민이 9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알뜰카드와 정부가 도입 예정인 K패스 이용자 등을 뺀 50만 명이 주말 따릉이까지 탄다는 가정하에 기후동행카드를 월 40회 이용하면 본전을 뽑게 되고, 60회 쓰면 3만원의 할인 혜택을 볼 수 있을 곳이라고 자신한다.

서울시는 이 사업의 재원으로 750억 원 정도를 확보할 방침이다. 이 가운데 50%는 서울시가 부담하고, 나머지 50%는 운송기관이 부담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서울시가 내년 하반기에 대중교통 요금을 인상해 얻게 될 수입 증대분(지하철 3500억 원, 버스 3000억 원) 가운데 10% 정도를 이런 방식으로 돌려주겠다는 복안이다.

◇ 서울시는 함게 하길 원하지만 경기도 등 다른 지자체와 정부 기관 설득이 난제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 카드를 경기도, 인천 등 수도권 전체로도 확대하겠다는 복안이다. 문제는 이 사업에는 적지 않는 재정 부담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지자체 간 협의와 조율이 필요한 이유다. 

서울시는 보안 문제 때문에 인천과 경기도에 새 교통카드 사업계획을 발표 일주일 전에야 알렸다. 오세훈 시장도 “흔쾌히 동의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논의해보자는 정도의 분위기가 실무선에서 나온 것으로 들었다”며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 시범사업부터 함께 시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전 조율이 원만하지 않음을 실토한 셈이다.

실제로 경기도는 서울시의 일방적인 사업 발표에 적지 않이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하나의 생활권을 가진 수도권의 교통 문제는 연관 지자체 공동 노력이 요구되는 난제”라고 밝혔다. 경기도는 이에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이해관계가 있는 3개 지자체가 실무협의체를 만들어 도입 방안을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정부와의 사전 조율도 필요한 상황이다. 내년 7월 도입을 목표로 정부가 추진 중인 K패스와 사업이 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오 시장이 “수도권에서는 기후동행카드가 (K패스 보다) 더 유용할 것”이라고 언급함 부분도 정부 심기를 거스를 여지가 크다. 여기에 국토교통부의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와 조율도 난제이며, 수도권 지하철 일부를 담당하는 코레일과도 수익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조율도 쉽지만은 않을 수 있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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