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건강을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쉽고 보편적인 신체 활동이 ‘걷기’다. 하지만 이 마져도 제대로 실천 못하는 이들이 많다. 서울 시민의 하루 걸음 수는 5000보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걷기 플랫폼 같은 앱을 통해 확인된 수치가 이 정도이니 전국 평균으로는 이 보다 훨씬 적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벤터빌트 대학의 이반 브리튼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하루 걸음 수가 1000보 늘 때마다 고혈압과 위식도 역류, 우울증, 비만, 수면 무호흡 등의 위험이 10% 가량씩 줄고 합병증을 동반한 2형 당뇨병 위험도 30% 가까이 주는 것으로 보고됐다. 하루 8000~1만 보 정도면 만성 질환 예방 효과가 나타나며, 1만 보 이상일 경우 지속적으로 그런 위험이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 걷기를 포기하게 하는 많은 핑계들 꾸준한 걷기가 뼈의 밀도를 단단하게 해 주고 골 다공증 위험 등을 줄여준다는 사실은 이제 왠만한 사람들은 모두가 아는 상식이다. 문제는 실천이다. 그런데 이런 쉬운 실천을 가로막는 여러 가지 핑계들이 걷기 훈련을 방해한다.
우선, 가장 많은 핑계가 ‘걸을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걷기를 거부한다. 일에도 치이는데 걷기까지 하면 너무 피곤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걷기가 가져올 생활의 활력을 스스로 걷어차는 꼴이다. 별도로 걷는 시간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걸을 시간을 빼지 못하는 것이다.
자동차나 대중교통 대신 왠만한 거리는 가볍게 걸으면 된다. 대중 교통을 이용하더라도 일부러 목적지 한 정류장 전에 내려 걷는 것으로도 족하다. 점심이나 저녁 식사 후 간단한 산책도 그다지 어렵지 않다. 운동량이 과하지 않으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
걷기가 무릎 연골을 닮게 해 관절염을 유발하기 때문에 걷기를 거부하는 이들도 있다. 지나친 기우다. 걷기는 오히려 관절의 유연성을 증가시켜 준다. 연골을 닮게 해 무릎 관절염을 유발하기 보다는 오리혀 그 가능성을 줄여준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걷기는 그 자체가 훌륭한 호흡 운동이자 명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정신 건강에도 좋다.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덜어주고, 유산소 운동으로 뇌가 자극되어 기억력과 학습 능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와 노년내과 교수는 “걷기는 단순한 약이 아니라, 우리 건강과 행복을 위한 필수 영양소”라고 말한다.
◇ 걸을 수 있는 몸 상태부터 만들어야 정희원 교수는 걷기를 실천하려면, 먼저 제대로 걸을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것이 순서라고 말한다. 근력이 급격히 감소하는 장년기와 노년기에는 가능한 한 자리에 오래 앉아 있는 습관부터 떨쳐 버릴 것을 권고한다. 오래 앉아있는 것 만으로도 염증에 노출되고 급격히 노화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무릎 연골이 닳을까 걱정이 된다면, 연골과 주변 근육을 보강하는 스트레칭 등을 꾸준히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걸을 수 있는 몸 상태가 중요한 이유는, 걷다가 허리에 무리가 오거나 디스크 혹은 척추협착증이 악화되는 사람들이 간혹 생기기 때문이다. 대부분 코어 근육이 약해서 생기는 현상이므로 근 골격계를 단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엉덩이 근육이 약하면 발의 착지와 밀기 동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다리 근육과 무릎, 발목 관절에 불필요한 부하가 가중되어 통증이나 관절염이 악화되기도 한다.
제대로 걸을 수 있는 몸을 만들려면 유연성을 높이는 운동을 통해 고관절이나 견관절, 흉추의 움직임 범위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스트레칭이 딱이다. 코어 근육은 플랭크나 브릿지 같은 운동으로 강화할 수 있다. 스쿼트나 런지 같은 둔근 강화 운동을 병행해도 좋다. 이런 운동은 근육 강화뿐만 아니라 올바른 자세 유지에도 큰 도움이 된다. 관절 주변 근육이 강화되면 관절에 부담이 덜해지고, 통증 없이 걸을 수 있다.
◇ 올바른 걷기 자세 걷기 운동을 하는 사람들 가운데, 무릎을 오히려 망치는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올바른 걷기 자세가 중요한 이유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올바른 걷기 운동의 자세는 대체로 다음과 같다.
우선, 머리는 높이 치켜들지 않고 정면을 바라보는 것이 좋다. 자연스럽게 턱은 살짝 당긴다. 스마트 폰을 보며 걷는 것은 최악이다. 목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오히려 목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어깨는 편안하게 바깥 쪽으로 약간 내려가 있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표준이다. 등은 곧고 자연스럽게 편안한 자세를 유지하고, 허리는 자연스러운 S자 곡선을 이루도록 한다. 이 때 배에 약간 당기듯이 힘을 주어 꼿꼿하게 등을 펴고 걸으면 척추에도 무리가 가지 않고 좋다.
팔은 자연스럽게 앞 뒤로 흔들며 걷는 것이 좋다. 발은 뒤꿈치부터 땅에 닿게 하면서, 전체적으로 발가락으로 밀어내는 듯이 걷는 것이 좋다. 보폭은 평소 거리만큼 편안하게 유지하는 게 효과적이다. 속도 역시 조금 빠른 걸음 정도면 좋다.
대신 기복 없이 편안하고 안정적인 속도를 유지하면서, 몸이 따뜻해지고 근육이 풀릴 때까지 서서히 속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걷기용 신발도 중요하다. 가볍되 충격 흡수가 좋은 신발이 1순위다. 특히 미끄러져 손 목이나 허리 등이 상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바닥 표면이 반들거리지 않는 신발이 필수다.
사람들이 흔히 하루에 만 보는 걸어야 한다고들 얘기하지만, 60세가 넘었다면 반드시 그 숫자에 연연하거나 집착하지 말고, 자신의 운동 능력에 맞다고 여겨지는 정도에서 천천히 걷는 거리를 늘려가는 것이 몸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최근 인기를 끄는 '맨발 걷기'도 좋은 건강 걷기다. 몸과 마음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뒤며, 특히 코어 근육 강화에 효과적이다. 화병 증상의 하나인 손발 저림이나 차가움, 이유 없는 불안감, 목의 이물감 등에 특효라는 실제 경험담이 많다. 다만, 맨 발이라는 점을 감안해, 족저 근막염이나 파상풍 같은 감염은 미리 대비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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