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보건대학원 연구팀 “정규직에서 비정규직 되면 자살생각 가능성 2배나 높아져”

이의현 기자 2024-03-12 08:21:44
사진=연합뉴스

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노동자는 정규직 노동자보다 자살 생각을 할 가능성이 2배 가량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이번 연구는 특히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에 기반한 분석 결과로, 머신러닝 기술이 사회적 약자의 건강 문제를 탐구하는 데에 활용된 드문 사례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서울대병원 윤재홍 박사·서울대 보건대학원 김지환 박사(공동 1저자)와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승섭 교수(교신저자)는 ‘고용상태의 변화가 자살사고와 우울증세에 미치는 인과적 영향’이라는 논문에서 이같은 결과를 공개했다. 논문은 지난 11일 산업보건분야 국제학술지인 ‘스칸디나비안’(Scandinavian)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한국복지패널 8차∼15차(2013∼2020년) 데이터에 나타난 19세 이상 임금노동자 3621명을 분석했다. 이들은 패널에 등록됐을 당시에는 모두 정규직이었으나, 이 가운데 10.8%가 이듬해에 비정규직으로 바뀌었다. 

연구팀은 ‘정규직’을 계약기간이 1년이 넘고, 상근직이며, 하청이나 파견근로자나 자영업자를 제외한 직접 고용 형태이며, 무기 계약직이라는 4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근로형태로 정의했다. 나머지는 모두 ‘비정규직’으로 판단했다. 

연구팀은 이들에게 ‘지난 1년간 자살로 사망하는 것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나요?’ 등의 질문에 본인이 직접 응답토록 하는 방식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로조건이 바뀐 집단은 정규직을 유지한 집단보다 자살 생각을 할 확률이 2.07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을 겪는 비율도 통계적으로 유의한 규모로 높았다.

연구팀은 “고용형태 변화가 자살생각 등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머신러닝 알고리즘으로 분석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러닝머신 기술이 사회 취약계층의 건강을 연구하는 데에도 사용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 이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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