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기 전에 ‘발 건강’부터 ① 평생 혹사당하는 두 발

이의현 기자 2024-05-07 08:30:47

‘발은 제2의 심장’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 큼 발이 건강해야 신체 균형이 유지되고 근육 감소에 따른 각종 질환이나 낙상 같은 사태를 예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인생 후반기를 누워서 맞을 지, 걸으면서 맞을 지가 발 건강에 좌우된다는 말도 빈 말이 아니다.

김범수 인하대 정형외과 교수가 최근 낸 <100세 시대 두 발 혁명>이라는 책을 보면 우리의 건강 수명이 두 발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후 건강을 위해 필요한 발 건강  관련 팁을 김범수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기초로 시리즈로 엮어 본다.

◇ 발 건강이 신체 건강의 기본
김범수 교수는 “발은 전신 건강의 뿌리”라고 단언한다. 하지만 대부분 이런 사실을 관가하고 두 발을 방치 또는 혹사한다고 말한다. 그 결과가 노후 족저근막염과 무지외반증, 지간신경종 등이다. 

그는 우리 몸 전신의 중심을 잡아주는 복근과 척추세움근 같은 ‘코어 근육’이 있는 것처럼, 발에도 발의 중심을 잡아주는 작은 ‘풋코어 근육’이 있다고 말한다. 이 근육들이 약화되면 발 질환의 원인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풋코어 근육은 발의 구조적인 안정성과 정상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발 건강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풋코어 근육을 전문 의학용어로는 내재근(內在筋)이라고 한다. 발 안 쪽의 근육이라는 뜻이다.

풋코어는 발등 뼈와 발바닥 사이에 아치를 이루는 오목한 공간을 채우고 있는 근육군을 말한다. 이것이 약해지는 원인은 운동 부족과 신발에 의한 과잉보호, 노화 등으로 다양하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충분히 사용하지 않아서’ 이다. 풋코어 근육에 직접적인 자극을 주어 근육을 강화해야 하는데 대부분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발은 제2의 심장”
우리 두 발을 모두 합쳐도 면적이 전신의 2%에 불과하다. 그러나 한 발에 26개씩 모두 52개의 뼈가 매우 복잡하고 정교하게 설계되어 유기적으로 작동하면서, 하루 수 백 톤의 체중을 감당하며 다양한 움직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발은 특히 심장과 함께 전신 혈액 순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맥에 있는 피를 심장으로 밀어 올리는데 발과 종아리 근육이 얼마나 엄청난 역할을 하는 지 아는 사람들이 드물다. 

이들 근육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그 사이에 있는 정맥과 림프관들이 쥐어짜여지고 정맥 혈관 내 판막의 작용으로 혈액을 심장 방향으로 올려보내는 것이다. 결국, 발이 건강해야 심장이 건강하다는 얘기다. 그래서 발을 제2의 심장이라고 하는 것이다. 평소에 자주 많이 움직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이 침팬지와 달리 두 발로 오래 걸을 수 있는 것은 우리 발 바닥이 아치형이기 때문이다. 온 몸의 하중을 지탱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구조가 아치 구조라고 한다. 그 덕분에 우리는 걷거나 뛸 때 충격을 흡수할 수 있고, 앞으로 박차고 나아갈 수 있으며, 장거리를 걷고 오래 달릴 수도 있다고 한다.

당뇨 발 연구로 유명한 미국 남가주대학의 암스트롱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당뇨로 발을 부분 절단한 환자의 5년 내 치사율이 46~57%에 달했다고 한다. 왠 만한 암보다 치사율이 훨씬 더 높다. 그래서 발이 제2의 심장이요 전신 건강의 뿌리인 것이다. 김범수 교수는 “발 질환을 예방하고 건강수명을 늘리는 가장 좋은 비결은 ‘예방’”이라며, 3040 때부터 발 건강에 관심을 갖고 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발이 보내는 SOS를 잘 들어야
평소에 비해 발이 더 쉽게 피곤함을 느끼거나 뻐근한 증상이 잦다면 일단 발 건강을 의심해 봐야 한다. 발바닥 근육이 자주 뭉치거나 쥐가 잦은 것도 위험 징후다. 발의 힘이 빠지는 느낌에 불안감이 생기거나, 계단 등을 오르내릴 때 자신이 없고 실제로 균형을 잃고 넘어지거나 넘어질 뻔한 적이 있다면 더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발 모양의 변화도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특히 발가락이 휘고 구부러지지 않았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발의 아치가 조금 낮아졌거나 발 볼이 넓어진 것 같다고 느껴지면 좀더 세밀한 관찰이 요구된다. 발 근육의 기능이 약해지면 체중을 이기지 못하고 아치도 낮아지고 볼이 넓어진다고 한다. 김 교수는 “발 앞 뒤의 종아치가 낮아지면 평발이 되고, 가로로 있는 횡아치가 낮아지면 발 볼이 넓어진다”고 조언한다.

발에 티눈이나 굳은 살이 박혀 계속 자라면 발 건강에 노란 불이 켜진 것으로 보아야 한다. 과도한 압력이 지속적으로 발에 가해지고 있다는 징후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서 발이 말라 보이고 특히 발의 아치 부분이 말랐거나 발등 뼈 사이에 살이 없다면 발의 근 감소 또는 근육 위축을 의심해 봐야 한다. 

신발에 의한 과잉보호도 발 근육 약화의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편한 신발이라도 그만큼 발의 근육을 덜 사용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마냥 좋은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특정 부위에 지속되는 통증 역시 위험 신호다. 혈액순환의 이상으로 생기는 문제일 수도 있으니, 만성화되기 전에 전문의를 찾아 근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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