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발에는 발의 중심이라고 할 ‘풋 코어(foot core)’가 있다. 발등 뼈와 발바닥 사이에 아치를 이루는 오목한 공간에 있는 근육들을 통칭해 그렇게 부른다. 발가락을 벌리고 오므리고 구부리게 해 주는 모든 잔 근육들이다.
발의 안 쪽에 있다고 해서 의학 용어로는 ‘내재근(內在筋)’이라고 하며, 종아리에 집중되어 있는 ‘외재근’과 구분한다. 이 두 근육이 모두 건강해야 발이 건강하고 잘 걷게 되는 것이다. 특히 내재근이 약해지면 발이 쳐지고 근력 감소로 걷기에도 이상이 생겨 낙상 같은 사고를 당하게 된다. 풋 코어 건강이 곧 발 건강이자 노후 건강인 셈이다.
◇ 풋 코어가 중요한 이유 우리는 잘 모르지만 발에 생기는 많은 질환이 풋 코어 이상에서 유발된다. 치료를 해도 잘 낫지 않거나 재발하는 이유도 같다. <100세 시대 두 발 혁명>을 쓴 김범수 인하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내재근이 중요한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한다.
먼저, 발의 구조적인 안정성을 지탱해 주기 때문이다. 발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해주는 것은 물론 바닥을 딛었을 때 발바닥의 아치 구조를 받쳐 줌으로써 아치 구조가 무너지지 않도록 버티는 힘을 제공한다. 두 번째는 발이 바닥을 잡는 힘, 즉 접지력의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 풋 코어가 강하면 접지력이 좋고 발이 튼튼해지지만, 이것이 약하면 신체 균형에 심각한 이상이 생긴다.
마지막으로 발이 정상적인 기능을 발휘하는데 풋 코어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 발이 어떤 때는 부드럽다가도 어떤 때는 단단해 져야 한다. 내재근이 약해지면 이 기능에 문제가 생겨 충격 흡수가 안되거나 발이 쉽게 피로해지고 걷지 못할 수 있다.
◇ 풋코어 자가 진단법 풋 코어가 약해졌는지를 아는 자가 진단법이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5개의 발가락 사이사이가 모두 벌어지도록 발가락을 벌려보는 것이다. 먼저, 발가락의 아랫면이 바닥에 모두 닿도록 한 뒤 힘을 준다. 이 때 구부러진 채로 완전히 펴지지 않는 마디가 있으면 안된다.
엄지 발가락을 최대한 위로 젖혀 본다. 나머지 발가락은 곧게 편 채 바닥을 누르듯이 한다. 이 때 나머지 발가락이 구부러지거나 바닥에서 떨어진다면 풋 코어 근육의 힘이 약해졌다는 증거다. 5개 발가락을 모두 벌렸다가 모으기를 반복하는 과정도 반복해 본다. 특히 엄지와 새끼 발가락은 바닥에 붙이고 가운데 세 발가락을 높이 치켜들어 쫙 벌려 일정 시간 멈춘다.
김범수 교수는 이런 동작이 여의치 않다면 폿 코어 약화를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런 기초적인 동작이 잘 안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한다. 대부분 풋 코어 근육들을 잘 사용하지 않고 소홀히 했기 때문에 근육이 퇴화되었기 때문이다.
◇ 신발이 오히려 풋 코어를 약화시킨다? 신발은 발을 보호하고 활동하기에 편하게 만들어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뭐든지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되고 과잉보호를 하면 약해지기 마련이다. 신발로 인해 발가락 근육들이 제 가능을 발휘할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풋 코어 근육을 덜 쓰게 되니 발이 점점 약해질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우리가 틈틈히 내재근 강화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다. 따라서 가능하면 집 안에서 정도는 맨 발로 다니는 것이 발 건강에 좋다고 한다.
자신에게 맞는 신발을 잘 고르는 것도 발 건강에 대단히 중요하다. 일단은 발 보호를 위해 겉창이 두껍고 단단해 잘 꺾이지 않는 신발이 좋다. 무조건 부드러운 신발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오래 걷기를 할 경우에는 오히려 발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발을 항상 ‘보호’ 하려고 만 하다간 폿 코어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김 교수는 많이 걸을 때와 편안하게 걸을 때 서로 다른 신발을 선택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많이 걸어야 할 때는 밑창이 두껍고 발이 보호되는 맥시멀 슈즈 같은 것이 좋지만, 많이 걷는 것이 아니라면 바닥이 얇아 풋 코어를 자극하는 미니멀 슈즈가 나을 수 있다고 한다. 또 많이 걷지는 않지만 오래 서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폭신하고 부드러운 신발이 좋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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