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기 전에 ‘발 건강’부터 ④ 무지외반증과 예방법

이의현 기자 2024-05-17 08:43:57

발 질환 가운데 가장 수술이 많은 병이 ‘무지외반증’이라고 한다. 엄지발가락 관절이 튀어나오고 발가락이 바깥쪽으로 휘는 병이다. 폭이 좁은 신발을 신다가 생기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한다. 재발도 잦아 원천적인 예방과 함께 적절한 초기 대응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 가족력 까지 의심되는 무지외반증
좁은 볼의 신발을 오래 신으면 무지외반증이 생긴다. 하이힐처럼 앞이 뾰족해 발가락이 모아질 수 밖에 없는 구두는 최악이다. 인하대병원 김범수 교수는 하지만 평소에 풋코어(내재근) 강화 운동을 소홀히 한 것도 중요한 원인이라고 말한다. 특히 종아리와 아킬레스건이 뻣뻣해지도록 평소에 유연함을 포기하고 살기 때문에 현대인들은 언제든 무지외반증에 걸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무지외반증을 앓는 사람들은 평소에 아킬레스건을 잘 관리해야 한다. 종아리와 아킬레스건이 단축되어 있으면 발목이 발등 쪽으로 부드럽게 젖혀지지 않고, 그렇게 되면 걸을 때 앞꿈치에 가해지는 압력이 높아져 발 볼을 퍼지게 만든다. 결국 발 볼이 넓어지면서 발가락이 반대 방향으로 휘게 되어 무지외반증으로 발전하게 된다. 

김범수 교수는 무지외반증이 ‘유전’까지는 아니지만 ‘가족력’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한다. 가족 전체가 같은 질환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고 한다. 특유의 체질적 특성 때문에 어떤 신체조건에 따라 발 모양을 변형시키는 요소들을 가족 간에 공유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몸이 지나치게 유연해 관절 마디마디가 잘 늘어나는 ‘전신인대이완증’ 같은 체질적 특성은 유전이 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 왜 잘 안 고쳐지고 재발이 잦나
무지외반증은 좀처럼 잘 낫지 않는 병이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증상이 더 심해진다. 하이힐이나 볼 좁은 신발을 피하고 가급적 볼 넓은 신발을 싣는 것이 좋다는 것은 알지만, 스타일과 패션을 더 중시하니 쉽지 않다. 

참을 수 없는 통증이 와야 뒤늦게 수술을 선택하지만 수술 후 언제든 다시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무지외반증이 심한 사람은 발가락 엄지와 검지 사이도 잘 벌어지지 않는다. 이른바 ‘엄지벌림근’이 제 역할을 못하고 변형되어 오히려 증상을 심화시키기도 한다.

무지외반증 수술은 크게 어려운 수술은 아니다. 어긋나 있는 뼈를 절골해 반듯하게 교정한 후, 뼈를 다시 원래대로 붙이는 수술이다. 틀어져 있던 발가락 관절을 원래대로 만들어주는 것이니 관절염 예방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너무 늦게 수술하면 수술적 효과도 반감되니 잘 판단해야 한다. 

무지외반증이 더 심해지는 것을 막으려면 풋코어를 강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 근육이 약해지면 모든 발가락이 휘거나 구부러질 수 있다. 나아가 오히려 발의 변형을 더 악화시키는 쪽으로 기능할 수도 있다. 

◇ 무지외반증 예방을 위한 발가락 스트레칭
무지외반증 최대의 적은 ‘방치’다. 발가락 변형이 시작되었음을 알고도 내버려 두다가 화를 키우기 일쑤다. 변형이 보인다면 그 때부터라도 운동을 시작해 변형 속도를 최대한 늦춰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효과적인 운동법으로는 먼저, 발가락 스트레칭이 있다. 의자에 앉아 한 쪽 발을 반대편 무릎 위에 올린 후 손을 발등을 잡고 반대쪽 엄지 손가락으로 엄지발가락 관절 부위를 지지한다. 다른 손가락으로 엄지발가락 위로, 무지외반증과 반대방향으로 스트레칭한다. 엄지와 검지 발가락 사이가 벌어지는 느낌을 가진 채로 10~15초 가량 자세를 유지한다. 

발가락 깍지끼기도 있다. 같은 자세로 의자에 앉아 발가락에 깍지를 끼어 빙글빙글 돌리는 동작을 10~15회 반복한다. 밴드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양쪽 엄지발가락에 밴드를 걸고 두 발을 벌려준다. 발가락 사이가 시원하게 늘어나는 것을 느끼면서 20~30초 가량 유지한다. 양쪽 엄지 발가락을 교차해 걸어준 다음에 양쪽 발가락을 쫙 벌려 20~30초 가량 유지하는 스트레칭법도 도움이 된다.

김 교수는 특히 엄지벌림근이 퇴화되지 않도록 풋코어를 강화해 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근육은 발의 아치 증 안쪽 세로궁을 지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발의 아치를 튼튼하게 유지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이 근육이 악화되면 무지외반증도 악화된다. 이 때도 밴드를 이용한 엄지 발가락 운동이 효과적이다. 가장 쉬운 발가락 운동도 있다. 발바닥을 바닥에 완전히 붙인 상태에서 5개 발가락을 부채 살처럼 벌린 후 위로 들어 올린다. 엄지발가락만 바닥에 붙이고 나머지 발가락을 들어 올리는 동작도 병행하면서 발가락 벌리기 운동을 자주 하면 매우 효과적이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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