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청구권 신탁’을 아시나요
2025-04-29

호주에는 상속세과 증여세가 없다. 상속세는 1979년에 폐지되었다. 대신 상속받은 사람이 그 자산을 처분하거나 매각해 소득이 발생할 시점에 해당 소득에 대한 세금 의무가 주어진다. 그런데 최근 호주에서 새로운 변화가 확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자녀에게 자산을 물려주는 대신 손자나 손녀에게 유산을 직접 물려주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늘고 있는 이혼, 그리고 자립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는 젊은 세대들 때문이다. 사법기관 세이프윌 리걸(Safewill Legal)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호주에서 손자를 상속자로 지정한 유언장의 비율이 3배나 증가했다. 손자에게만 유산을 남기는 경우는 225%나 늘었으며, 손자에게 직접 상속되는 경우는 5%에서 12%로 증가했다고 한다.
한 세대를 거르고 손자 상속이 늘어나는 이유는 다양하다. 이미 충분한 경제적 지원을 받은 자녀들에 비해 20대나 30대인 손주들은 최근의 고물가와 주거비용 상승으로 인해 큰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어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자산이 손자녀의 자산으로 안전하게 전해지길 바라는 바람도 크다고 한다.
호주에서 최근 20년 동안 연간 무려 670억 호주달러(약 60조 3000억 원) 가량이 상속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호주 인구의 21%에 불과하지만 전체 국가 부의 절반을 차지하는 베이비 붐 세대(55~74세)가 고령화하면서 매년 약 2240억 호주달러(약 201조 6000억 원)이 상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지에서는 이런 흐름이 2050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호주에서 상속 붐은 경제적 변화를 가속화할 중요한 요소로 기대된다. 2050년까지 호주에서 상속되는 자산의 총액은 현재 수준의 4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20년 동안 약 3조 5000억 호주달러(약 3150조 원)가 다음 세대로 넘어갈 전망이다. 주로 부동산과 연금, 기타 투자 자산으로 구성돼 있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에 이 소식을 전한 최동희 호주 회계사는 “손자 상속이라는 새로운 추이는 가족 간 불화 방지 효과도 낸다”고 말했다. 자녀들도 대체로 이런 결정을 이해하거나 동의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손자들이 혜택을 받는다는 것을 알고 조부모와 의견을 조율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런 추이는 상속 자산이 자녀 이혼 등으로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훈 기자 shpark@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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